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상(曹爽)과 그 측근 일파는 '삼족(三族)'이 멸해질 정도로 철저하게 숙청되었지만, 위나라 황실 전체(조조의 후손들)를 모두 죽인 것은 아닙니다.**
사마의가 정권을 잡은 후 취한 조치는 '전체 종친 말살'이 아니라 **'정치적 위협 요소의 완벽한 제거'**였습니다. 이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 1. 확실하게 제거된 대상: '조상 일파'
사마의는 고평릉의 사변 직후, 조상과 그의 정치적 기반이 되었던 핵심 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았습니다.
* **삼족 멸족:** 사마의는 조상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형제들, 그리고 그를 따르던 하안, 등양, 정밀, 필궤, 이승, 환범 등 주요 참모들을 모조리 체포하여 처형했습니다. 이때 '삼족'을 멸하는 가혹한 형벌을 내렸는데, 이는 **조상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결집했던 정치 세력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소멸**시키려는 의도였습니다.
* **왜 이렇게 잔혹했나?:** 사마의는 조상을 살려두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반격의 씨앗을 원천 차단하려 했습니다. 또한, 공포 정치를 통해 조정의 다른 대신들이 감히 사마씨 가문에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했습니다.
### 2. 살아남은 대상: '위나라 황실 (조조의 직계)'
조상 일파와 달리, 조조의 직계 후손인 황제들과 그 친족들은 숙청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 **허수아비 황제:** 사마의는 위나라 황실을 파괴하는 대신, 그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이용**했습니다. 황제를 폐위하거나 죽이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앉혀둠으로써, 자신은 황제의 명령을 대행하는 '권신(실권자)'으로서의 정통성을 유지했습니다.
* **제도적 압박:** 황실 사람들을 죽이는 대신, 그들의 권한을 철저히 박탈하고 감시했습니다. 황족들이 군사력을 갖지 못하게 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철저히 격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 3. 왜 다 죽이지 않았을까?
사마의가 조씨 황실 전체를 죽이지 않은 데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있었습니다.
* **정통성 유지:** 황실 전체를 죽이면 '찬탈자'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마의는 대놓고 왕위를 찬탈하기보다는, **"황제를 모시고 나라를 운영한다"는 명분을 끝까지 고수**했습니다. 이 '명분'이 있어야만 다른 군벌들의 반발을 억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천천히 옥죄기:** 사마의는 무리해서 왕조를 교체하는 것보다, 자식들과 손자(사마사, 사마소, 사마염)로 이어지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권력을 이양받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왕조 교체(선양)는 사마의가 죽고 난 뒤, 그의 손자인 사마염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습니다.
### 💡 요약
사마의는 **'나에게 위협이 되는 조상 일파'는 잔혹하게 숙청**하여 씨를 말렸지만, **'내가 권력을 휘두르는 도구인 조씨 황실'은 살려두어 활용**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정치적 숙청'**과 **'대의명분을 위한 보존'**이 결합된 형태였습니다. 사마의가 조씨 가문을 멸문시키지 않은 것은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세울 새로운 왕조(진나라)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냉철한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