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양육의 비결
다이아나 루먼스의 시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마지막 두 구절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내가 너를 다시 키운다면
-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나는 네가 어렸을 때
너를 참 많이 업어 줬다.
그러나 너를 안아주거나
뽀뽀 해준 적은 많지 않았다. 네가 잘못했을 때 나는 너를 안아주기 보다 아빠의 힘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다.
너엄마는 더 말할 것도없고.
나는 가끔 딸은 엄마의 복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도 엄마를 빼 닮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너는 성격이나 생각,취향에서 전혀 엄마를 닮지 않았다.
너엄마는 결벽증이 심했다. 우리가 보기에는 깨끗한데도 너엄마가 보기에는 먼지가 많았다.
먼지에 대한 알레르기가 그렇게 심각했다.
그리하여 방은 항상
질서정연하고 반들반들 했다. 손님 안 오는 집이 어디 있겠니. 우리 집에도 가끔 손님이 찾아 왔다. 너엄마는 손님이 자리를 뜨기가 바쁘게 물걸레를 가져다가 빡빡 닦고 또 닦았다. 손님을 먼지나 나르는 사람쯤
으로 인식했다.
손님에게 뿐만 아니라 나와 너도 집에 먼지나 나르는 사람으로 여겼다. 네가 밖에서 집에 오면 너를 반기기 보다 네몸의
먼지에 신경을 더 썼다.
너엄마는 너에게 몇가지 룰을 만들었다.
1. 집에 들어오면 신발 토캡을 비깥쪽을 향해 가지런히 놓는 것.
이유는 다시 신을 때 편리하다는 것이었다.
2. 양말을 벗은 후 너엄마가 비치해 놓은 물수건에 발바닥을 닦고 책가방을 네 방에 갔다 놓는 것.
3. 물건을 가져다 쓴 후에는 꼭 제자리에 갔다 놓는 것.
4. 하루에 한번씩 옷을 갈아 입고 샤워하는 것
5. 주방에 얼씬거리지 말고 엄마가 만든 음식만 먹는 것.
6. 엄마 방에는 출입 금지 하는 것. 네가 먼지를 나를까 봐 서였다.
이런 룰은 내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좀 번거롭지만
나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무난히 지킬 수 있었다. 덕분에 룰에서만은 너엄마와 충돌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너는 달랐다. 너는 이런 면에서는 엄마도 아빠도 닮지 않아
반칙할 때가 많았다.
예를 들면 신발을 룰대로 놓지않고 멋대로 벗어
놓고 방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너엄마는 흐트러진 네 신발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룰대로 가지런히 놓았다. 그것으로 끝나면 오죽 좋겠나만 곧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한번 잔소리가 터지면 몸서리나도록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사사건건 다 이런 식이다 보니 우리는 너엄마와 같이 있는 것이 부담스럽고 조마조마했다.
탈무드에는
- 아이를 꾸짖을 때는 한번만 하고 계속 잔소리
를 해서는 안된다고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렇게 아이를 키워서인지 세계적인 석학들이 특별히 많다
가끔 너엄마가 밖에 나가면 우리는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이 기회에 너와 나는 그동안 묶어 놨던 얘기 보따리를 풀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끝이 없었다.
한창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중인데 바깓 현관에서 디지털키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났다. 그러면 너는 깜짝 놀라서 네 방으로 쑥 들어 갔다.
너 엄마는 너와 내가 같이 있으면 의심하고 질투하니 이런 방법으로 위기를 넘겼다.
너엄마가 들어오면 나는 아무 일 없었 듯이 태연한 척 했다.
자유로워야 할 집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못할 비밀이 많았다.
너엄마는 자기를 모델로 너를 키웠다. 네가 세살 때였다.
어느날 네가 갑자기 사라진 거다. 온 동네를 누볐지만 어디에도 너는 없었다. 마지막에 내가 극장 앞에서 너를 찾았다. 너는 남이 세워놓은 모터사이클에 올라가 신나게 운전 시늉을 내고 있었다. 너는 모터사이클을 그렇게 몰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어려서 그런 끼가 있어서 그런지 너는 운전 하나만은 잘 하고 있다. 20년 넘게 무사고 운전을 했으니 말이다. 집에서 극장끼지 꽤나 먼 거리인데 너는 혼자서 어떻게 거기까지 갈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너를 둘러 업고 집에 왔다. 자칫 미아가 될 번 했는데 찾았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데. 그러나 너엄마는
너에게 야단을 쳤다.
세살 난 아이는 물불을 기릴줄 모르는 나이다.
엄마가 지켜주지 않으면 언제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것이다. 이 사고는 너 엄마가 너를 지켜 주지 못해 생긴 일인데 너엄마는 너를 탓했다. 너엄마는 그때 일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끄집어 내어 너를 헐뜯고 비난하고 있다.
네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 너는 새 옷을 입고 밖에서 애들과 함께
놀았다. 그런데 네가 넘어져서 옷에 흙을 묻혀 집에 들어 왔다. 너엄마는 너를 용서할리가 없었다.
-이 웬수야, 새옷이 이게 뭐냐.
- 엄마, 넘어져서 그랬어.
너는 울먹이며 엄마의 용서를 바랐지만 너엄마
의 잔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애들은 그렇게 넘어지고 옷에 흙먼지를 묻혀가며 자라는 것인데 말이다.
또 하루는 밥을 먹다가 국을 업질러서 옷이 엉망이 되었다. 네가 데지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데 너엄마는 손목떼기가 어떻게 생긴건가며 욕을 했다.
너엄마는 그렇게 엄하게 너를 단슥했지만 이상하게 너는 실수하는 일이 더 많았다.
누구나 소녀시절에는 호기심과 꿈이 많고 하고싶은 일이 많다.
한번은 네가 엄마가 없는 틈을 타서 계란 프라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요리에 서투르다보니 태워 버렸다. 너엄마는 예측이라도 한 듯이 그 시간에 딱 맞춰 집에 들어 왔다.
여자애들이 처음배우는 일은 소꿉놀이를 하며 음식을 만드는 일이다. 이와같이 여자들이 요리에 관심을
갖는 것은 거의 선천적인 것이다. 그러나 너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 이 웬수야, 엄마가 해주는 밥이나 처먹지 왜
시키지 않는 일을 해서 사고 치는거냐.
그건 맞는 말이었다. 너엄마는 집의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 하려 했다. 너엄마의 가장 큰 취미는 청소였다. 너엄마는 청소를 하면서 집이 사랑스럽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집이 너무나 사랑스러우니 그렇게 정성을 다해 청소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너엄마는 사람보다 집을 훨씬 더 사랑했다. 때로는 너엄마를 도와서 청소를 하려면 너엄마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자기를 돕는거라며 꼼짝 못하게 했다. 혹시 무슨 일을 한다 해도 우리가 하는 일은 마음에 들지 않아 잔소리만 했다. 그러니 그 잔소리를 듣지 싫어서라도가만이
있는 것이 상수였다.
너엄마는 네가 너엄마처럼 완벽하기를
바랐지만 너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수하는 일이 잦았다.
우리는 너엄마의
잔소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거짓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거짓말은 꽤나 유효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마추어 거짓말쟁이라 들통 날 때가 많았다. 그때면 잔소리가 듣기싫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둘러댄다. 그러면 너엄마도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문제삼지 않고 웃어넘겼다.
너는 엄마의 사랑보다 엄마의 잔소리를 먹으면서 컸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너는 엄마에게 대꾸하기 시작했다.
한번은 네가 옷이 찢겨서 집에 들어 왔다. 네가 살을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너엄마는 너보다 옷이 먼저였다.
엄마의 잔소리에 네가 처음 반기를 들었다.
- 엄마는 언제나 이런 식이야. 엄마는 어렸을 때 한번두 실수하지 않고
자랐는가구요.
- 이 개년아, 이제는 네 에미도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구나.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니가 이럴 수 있니!
너엄마는 네가 자라면서
저질렀던 일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기억했다. 너엄마는 화가 나면 그런 일들을 샅샅이 끄집어 내어 망신주고 헐뜯고 비난했다.
네가 개라면 너엄마도 같은건데.
너엄마는 이보다 훨씬 심한 욕도 서슴치 않았다.
너엄마는 분을 이기지 못해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때리면서 일대 소란을 피웠다. 그게 너엄마의 일관된 화풀이 방식이었다.
모든 사춘기 소녀들이 그렇듯이 신체에 이변이 생기는 것은 자연현상이다.
너도 원치 않게 살도 찌고 엉덩이도 커지고 다리도 더 휘었다. 이런 신체적인 것도 너엄마의 타깃이 되었다
엉덩이는 왜 그리 크냐?
다리는 왜 그리 휘었냐?
얼굴에 살이 왜 그렇게 쪘냐.
밥을 적게 먹어라
다이어트 해라
산체적으로 너보다 못한 애들을 둔 부모가 얼마나 많게. 또 장애인을 둔 부모는 얼마나 많게. 그래도 사랑으로 잘 키워내지 않더냐. 신체적인 약점을 공격하는 것은 멀쩡한 애를 장애로 만드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내가 어려서 네 할머니로부터 내 얼굴이
좀 동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은적이 있는데 그 말씀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별것 아닌데도 말이다. 아마 너 할머니는 너와 같은 얼굴형을 선호했던 모양이다. 네 할머니가 너를 봤으면 굉장히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보가 아닌 이상 너엄마에게서 그런 신체적인 모욕을 당하고 가만 있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는 너무 분하여 엄마에게 대 들었다.
- 엄마, 내엄마 맞아,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랬다고 너엄마는 아가리를 찢어 놓겠다며
온갖 상욕을 총 동원 했다. 너는 그런 엄마가 미웠다. 그리하여 엄마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어느 날 너는 학원을 마치고 저녁 늦게 귀가했다. 너엄마는 기다리기라도 했 듯이 너를 때리며 악담을 퍼부었다.
- 이년아, 밤중에 어디 다녀, 이제는 바람까지 났구나.
- 바람나니 니 눈깔엔 엄마도 집도 안보이냐.
- 이 개년아. 나가! 나가!
당장 니가! 나는 너같은 딸 없다. 당장 내 앞에서 꺼지라구!
너엄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눈동자는 너에 대한 분노로 이글거렸다.
너에게는 한마디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내 쫓았다. 너는 나가지 않으면 엄마에게 맞아 죽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하여 너는 난생 처음 가출을 했다. 너는 다시 들어 오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나갔지만 세상살이가 어디 그렇게 쉽냐. 너는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집에 들어 왔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렇게 큰 일이 터졌는데 남편이란 사람,
아빠라는 사람은 도대체 뭐했느냐고 의아해 할 것이다.
이제 거기에 답을하겠다.
사건이 터지면
너엄마는 언제나 내가 자기와 똑같이 행동하기를 원했다. 자기와 똑같이 너를 욕하고 모욕주고 때려주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랬다고 너엄마는 내가 너를 망쳐 놓았다며 나를
원망했다. 망쳐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애를 욕하고 모욕주고 폭행하는 것이 애를 망가뜨리는 일인데 말이다. 내가 너엄마와 똑같이 너를 욕하고 모욕주고 폭력을 행사했다면 네가 무슨 살맛이 났겠니. 그렇지 않아도 큰 일이 있지 않았니.
때론 너도 나에게 불만이 있었다. 네 생각은 내가 너 엄마에게 너무 나약 했다는 것이다.바꾸어 말하면 남자답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다 인정한다. 궁색한 변명 같지만 그래도 나의 나약함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니니.
생각해 봐.
내가 만약 너엄마처럼 행동했다면 우리가정은 벌써 파탄 났을 것이다.
나도 네편을 들지 안았던 것은 아니다. 그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너도 잘 알잖니. 그렇지 않아도 너엄마는 나와
너를 같이 묶어서 너것들
이라고 하지 않더냐. 그때마다 방에 불을 질러 놓겠다는 말은 또 얼마나 많이 했니. 같이 사는 집인데 심보가 뒤틀려도 어떻게 그렇게 뒤틀릴 수 있니.
그때 너의 가출을 막을 능력이 없는 내가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너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다.
생각 밖에 너엄마는 너를 기꺼이 받아 들였다.
내 쫓을 때는 철천지 원수같았지만 정작 네가 나가니 은근히 걱정이 많이 되었던 모양이다. 어쩌다가 너 엄마에게서 모성애가 작동했던 것이다.
가정은 희로애락을 같이하는 공간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부딪칠 일이 얼마나 많으니.
성경에는 사랑에 대한 얘기가 특별히 많다.
잘 참지못하는 것
잘 흥분하는 것
시기질투하는것
뒤에서 남흉보는 것
교만을 부리는 것
자기 잇속만 챙가는 것
성경에 이런 행위는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
인간관계에서 이런 것이 없으면 좀 좋겠니.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는
이런 미운 일들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니. 이런 일들은 천만년 후에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혜로 대처하는 수 밖에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밖에서 아무리 힘들었다 해도 퇴근 후에
위로 받을 곳이 있다면 그런 어려움은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이다. 그런 위로를 받을 곳이 가정밖에 더 있겠니. 그런데 우리는 가정에서 위로 받기는커녕 싸움하는데 시간을 다 허비했다. 우리에게는 제일 힘든 곳이 사회가 아니라 바로 가정이었다.
내가 집을 나왔으니
너엄마와 부딪칠 일은 없다. 그러나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식구인데 보고만 있을 수 없잖니. 너와 너엄마의 괸계가 많이 걱정된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너엄마는 너에게 지고 살 생각은 터럭만치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너에게 일말의 기대를 갖고 역으로 네가 너엄마의 역할을 해보라고까지 했다. 너는 내 말을 받들어 시행에 옮겨 봤지만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도로 아밉타불이었다
너엄마 며칠 전에 절인계란과 상추생채를 들고 나를 찾아 왔더라. 기색이 많이 좋지 않았다
너엄마는 비장한 각오로 나에게 최후라며 자기의 비밀을 털어 놓았다. 최근에 심장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더라. 내가 그럼 날 부르지 왜 혼자 다니는가고 하니 다 소용없대. 그 말을 들으니 내맘이 금세 식어버렸다. 그렇게 나오는데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니. 내가 보니 너엄마는 두꺼운 벽을 쌓고 고립을 자초하고 있었다.
정밀검사 결과 심장이 매우 좋지 않다고 한다.
의사선생은 심장병에는 특별한 약이 없고 정신안정을 취하는 것이 최고의 약이라고 하셨대.
그리고 답답할 때는 산에 라도 올라 가서 한껏 소리를 지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단다. 모두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산속 기도원에
가서 인생을 뒤돌아 보며
기도하고 회개하는 것
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만 품고 있어도
많이 안정이 될텐데 들어줘야 말이지.
너엄마는 몇년 전부터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는 비밀까지 누설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나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얘기라고 했다. 단호한 것 같지만 헛맹세임을 나는 잘 안다. 너엄마는 내가 대꾸할 새도 없이 많은 말을 했는데 요점은
원망, 불만, 후회, 비관, 원통함이었다. 한 마디로 다 남탓이었다. 나는 밖에서 문제를 찾지말고 자기 안에서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공연히 분란만 일으킬 것 같아 그만 뒀다. 내가 보니 너엄마의 정신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싸움이 자기와의 싸움이다. 너엄마는 그 싸움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딸아,
그 위대한 사람도 잔소리 하나를 이겨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너는 너엄마의 사랑대신
잔소리를 먹으면서 살아 왔다. 위의 격언대로라면
네가 이만치 무리없이 자란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다 지니간 일이다. 그래도 엄마가 있어서 네가 세상에 있는 것 아니니. 세상에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니. 그리고 너 엄마가 있어서 내가 세상에서 최고의 선물, 너를 받은 것 아니니.
너 엄마는 쩍하면 너를 원수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네가 세상의 그 무었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란 말이다.
이제 너엄마에게서 먹었던 잔소리와 욕은 다 토해 버려라. 그리고 너엄마가 외로움을 많이 타니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고 많이 안아주기 바란다.
사람을 변화시키는데 사랑만큼 큰 힘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네가 남을 용서하고 사랑하는만치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것이다.
딸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