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훈 기자님 페북에서
선거판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선일보 얘기다. 이번 총선은 ‘혐오 대 혐오’가 부딪히는 선거라며 혐오 프레임을 가동한다.
지난 대선에서는 ‘비호감 프레임’을 가동했었다. 윤석열 후보도 비호감이지만 이재명 후보도 비호감이라는 양비론의 외양을 갖춘 뒤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하고 비틀어 이재명 후보가 더 비호감이라는 이미지를 씌우고 또 씌워 유권자들을 세뇌시켰다.
이번 총선에서는 비호감 프레임이 혐오 프레임으로 대체되었다. 선거에서 공약, 정책, 인물은 실종되고 여야가 상대방을 향한 극단적 혐오를 조장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혐오 대 혐오’의 선거 구도가 형성됐다고 하는 그 기사는 유권자들의 불안심리를 조장하여 여당 쪽으로 기울게 유도하는 심리전으로 귀결된다.
한동훈은 오늘 마이크 잡고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나는 공공선을 위해 정치하러 나왔는데 이재명 대표는 정치를 개 같이 한다’고 험담을 했다. 막말이든 혐오 조장이든 국힘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동훈의 입도 혐오를 조장하는 발원지의 하나다.
기자협회의 언론윤리헌장에는 ‘공정한 보도’란 공평무사한 자세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보도라고 쓰여 있다. 그런 언론 윤리를 조선일보는 가볍게 무시한다. 양비론이라는 외양으로 공평무사한 척하며 여야가 똑같이 막말을 쏟아내며 혐오를 조장한다는 프레임을 씌운다. 어느 쪽이 더 심한지 또는 원인 제공자인지, 그런 건 따지지 않는다. 시시비비를 가리면 한동훈과 국민의힘이 불리하다는 걸 조선일보는 안다.
민주당 후보들은 오늘 혐오성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어도 그 프레임에 가두면 국민의 눈에는 똑같이 혐오를 조장하는 후보자가 된다. 조선일보는 왜 이런 프레임을 씌우는 걸까. 이유는 뻔하다.
비호감 프레임도 혐오 프레임도 노리는 건 중도층 유권자들이고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무관심 유권자들이다. 정치하는 놈은 그놈이 그놈이고 투표해도 달라지는 것도 없더라는, 정치에 대한 ‘혐오 프레임’을 씌워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자극하고 강화시켜 선거에 관심을 끊고 투표소에도 가지 않게 하려는 거다. 기자로 밥 먹고 산 내 눈에 ‘혐오 프레임’은 그렇게 보인다.
이번 총선은 ‘혐오 대 혐오’ 구도라며 혐오 프레임을 씌우는 기사 옆에는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고 여의도를 개발하겠다는 한동훈 국힘 비대위원장의 공약 기사가 배치되어 있다. 한 면을 넘기면 한동훈 공약이 지면을 화려하게 가득 채우고 있다.
반면 지면 여기저기에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에게 비호감의 이미지를 덧칠하는 기사들이 사설 지면까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한동훈은 띄우고 이재명과 조국에게는 혐오 프레임을 씌우는 조선일보의 선거판 흔들기는 양상훈 주필의 칼럼에서 그 속내가 드러난다.
너도나도 여당의 참패를 예상한단다. 이렇게 된 건 오만 불통의 윤석열 대통령 때문이란다. 몸에 작은 뾰루지가 생길 때마다 잘못 건드리고 방치해 모두 암으로 키웠단다. 그런데도 용산 대통령실에는 절박함도 위기의식도 없단다. 국힘이 선거에서 참패하면 윤석열은 식물 대통령이 되고, 이재명와 조국의 세상이 될 거란다.
칼럼의 제목은 ‘파출소 피하니 경찰서 선거’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는, 윤석열 싫다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찍으면 윤석열보다 더 싫은 이재명이 오고 조국이 온다는 거다. 지난 대선에서의 ‘비호감 프레임’을 다시 가동한다.
그런데 그 프레임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의 혐오와 조선일보의 프레임에 속았다는 미안함의 분노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폭발한 것이 지금의 민심이다. 내 눈에 양상훈 칼럼의 제목은 윤석열 대통령이 파출소에 안 가려고 온갖 억지와 꼼수를 부리다가 경찰서로 직행한다는 의미로 읽혔다.
지난번 칼럼에서 양상훈 주필은 “내 편이면 무조건 옳고 상대편이면 무조건 혐오하는 것은 정치 현상이기에 앞서 병리 현상”이며, “지금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양쪽으로 갈라진 국민이 ‘우리 편 중 누가 선거에 이겨서 저쪽을 죽이고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었다.
그렇게 만든 주범이 조선일보다. 김어준의 겸공에서 주진우 기자가 공개한 이재명 테러범의 ‘변명문’을 읽어보니 증오에 세뇌된 인간은 이성이 마비된 살상 무기에 불과하다는 걸 확인한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조선일보도 그러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혐오를 퍼뜨려 혐오 사회를 만들고도 혐오가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개탄하는 조선일보,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 서로 증오하게 만들고도 혐오와 증오는 사회병리라고 딴소리하는 조선일보, 비호감 프레임에 혐오 프레임을 씌워 선거판을 흔들고 조종하는 조선일보도 이번 선거에서 심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