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걱정되어 아이를 낳겠다는 용기가 생기지 않아요
“저는 35살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요즈음 드는 고민은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고민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은 기쁨은 금방이었고 학업에 대한 부담만이 무겁게 느껴졌으며, 대학생이 되어서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였습니다. 취업을 하고 나니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또다시 걱정을 하며 살았습니다. 항상 즐거움은 잠시 뿐이고 괴로움이 계속되었는데요. 그것처럼 아이를 낳아야 되겠다는 의무적인 생각이 드는 한편 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 것 같아 쉽게 용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잘 키울 수 있을지, 또 아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갈등을 겪고 그 갈등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하는 고민이 끊임없이 생겨나 결심하기가 힘이 듭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아내의 의견도 함께 들어야 하지만 일단 저 자신부터 이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두 가지로 진단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본인이 스스로를 살펴보니까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큰 문제가 없다면 지금 갖는 문제의식이 깊어질 경우 출가를 할 가능성이 있어요. 부처님이 출가하기 전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신 것과 비교적 유사합니다. 부처님은 29살에 출가해서 35살에 깨달음을 얻었으니까 질문자는 35살에 출가해서 41살에 깨달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둘째,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본인의 마음 상태가 조금 유약합니다. 마음 상태가 유약하다는 것은 심리가 약간 불안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이런저런 사고방식은 심리 불안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세상이 제행무상이라는 것을 자각한 것 같은 표현으로 드러나지만 그 뿌리는 심리 불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두 가지의 길 사이에는 백지장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자면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출발은 백지장 차이만큼이지만 하나는 부처의 길로 가는 것이 되고, 하나는 정신질환을 앓는 길이 될 수도 있음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드러난 문제의식은 둘 다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점검을 먼저 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는 계산해서 낳지 않아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을 때는 그냥 두 남녀가 좋아서 아이가 생기는 것이지 계획적으로 아이를 낳은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모가 계획을 해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를 낳기 싫었는데도 덜컥 생겨서 낳기도 하고, 아이 낳기를 간절히 원했는데도 인연이 안 되면 못 낳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가며 낳을 필요가 없습니다. 생기면 낳고, 안 생기면 둘이 행복하게 살면 돼요.
아이 없이 부부 둘이 살아도 행복할 수 있고, 아이를 낳아 키워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아이 없이 둘만 살면 외롭고 적적해서 괴로움이 될 수도 있고, 아이가 생기면 말을 안 듣는다고 더 괴로워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아이가 있거나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일본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자원봉사로 일본어 통역을 해주신 분과 함께 동행을 했습니다. 그분은 시골에 살고 있는데 어떻게 수입을 만들어 살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벌이가 적어도 별 걱정 없습니다. 스님 말씀을 늘 새겨서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는 생활을 하고 있고, 특히 아이가 없기 때문에 큰돈을 쓸 일이 없습니다. 시골에 사니까 기본 채소는 텃밭에서 키워 먹고, 남편이 아르바이트로 강의를 나가 기본적인 수입을 벌어오고, 부족하면 제가 번역을 해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소비를 많이 하면서 살면 곤궁해지지만 수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으니 아무 불편이 없습니다.’
이처럼 아이 없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아이가 있으면 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이가 일단 생기면 키우기 바빠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 이런 걱정은 단번에 없어집니다. 아이를 낳기 전, 즉 처녀와 총각의 마음으로는 어느 누구도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으면 모두 엄마의 마음, 아빠의 마음으로 바뀌게 됩니다. 작은 미물도 새끼를 낳으면 끔찍이 아끼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어요. 모든 생명은 새끼를 낳으면 종족 보존의 법칙에 의해서 마음이 자식을 보호하는 쪽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가끔 뉴스를 보면 자식을 키우는 게 힘들다거나, 자식을 학대하는 사람들이 나오죠. 이것은 자식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가진 일종의 정신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데 모성애가 발현되지 않는다면 정신질환에 속합니다. 자녀를 학대하는 사람은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특별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아이가 생기면 저절로 생각이 바뀌기 때문에 지금부터 '아이를 어떻게 키우지?'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걱정은 아이를 낳기 전에 생기는 걱정이지 낳으면 저절로 생각과 마음이 바뀌기 때문에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낳아서 키우면 되고, 안 생기면 오히려 부부끼리 큰 부담 없이 가볍게 살면 됩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이런 마음으로 생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질문자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제행무상이 절실히 느껴진다면 출가를 해서 정진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교회에 다녔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스님 말씀을 계속 듣다 보니 진리라는 것이 어느 특정한 종교에 있지 않다는 것을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