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수요일] 열왕기하 2장 15~25절

[노희태]

[열왕기하 2장]

15  맞은편 여리고에 있는 선지자의 제자들이 그를 보며 말하기를 엘리야의 성령이 하시는 역사가 엘리사 위에 머물렀다 하고 가서 그에게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그에게 경배하고

16  그에게 이르되 당신의 종들에게 용감한 사람 오십 명이 있으니 청하건대 그들이 가서 당신의 주인을 찾게 하소서 염려하건대 여호와의 성령이 그를 들고 가다가 어느 산에나 어느 골짜기에 던지셨을까 하나이다 하니라 엘리사가 이르되 보내지 말라 하나

17  무리가 그로 부끄러워하도록 강청하매 보내라 한지라 그들이 오십 명을 보냈더니 사흘 동안을 찾되 발견하지 못하고

18  엘리사가 여리고에 머무는 중에 무리가 그에게 돌아오니 엘리사가 그들에게 이르되 내가 가지 말라고 너희에게 이르지 아니하였느냐 하였더라

19  그 성읍 사람들이 엘리사에게 말하되 우리 주인께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이 성읍의 위치는 좋으나 물이 나쁘므로 토산이 익지 못하고 떨어지나이다

20  엘리사가 이르되 새 그릇에 소금을 담아 내게로 가져오라 하매 곧 가져온지라

21  엘리사가 물 근원으로 나아가서 소금을 그 가운데에 던지며 이르되 여호와의 말씀이 내가 이 물을 고쳤으니 이로부터 다시는 죽음이나 열매 맺지 못함이 없을지니라 하셨느니라 하니

22  그 물이 엘리사가 한 말과 같이 고쳐져서 오늘에 이르렀더라

23  엘리사가 거기서 벧엘로 올라가더니 그가 길에서 올라갈 때에 작은 아이들이 성읍에서 나와 그를 조롱하여 이르되 대머리여 올라가라 대머리여 올라가라 하는지라

24  엘리사가 뒤로 돌이켜 그들을 보고 여호와의 이름으로 저주하매 곧 수풀에서 암곰 둘이 나와서 아이들 중의 사십이 명을 찢었더라

25  엘리사가 거기서부터 갈멜 산으로 가고 거기서 사마리아로 돌아왔더라

[설교]

   엘리야가 승천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의 뒤이은 선지자, 엘리사가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합니다. 엘리사는 북 이스라엘의 요람시대부터 예후 왕조의 3대까지 약 55년 이상을 선지자로서 섬깁니다. 이 기나긴 세월의 첫 시작이 바로 오늘 본문에 해당하는데요. 오늘 본문은 크게 세 단락으로 나뉩니다.

   우선 첫째로, 본문 15~18절입니다. 여기서 엘리사는 처음으로 여리고에 있는 선지자 생도들을 만납니다. 이때 이 무리는 본문 15절과 같이 엘리사 위에 성령이 머물러 계신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하게 되죠. 그래서 이 무리는 처음에는 엘리사를 맞이하며, 스승의 예우를 다하여 그를 모십니다. 깍듯이 엘리사를 모시지요.

   그러면서 이 무리는 한 가지 이상한 요청을 하게 됩니다. 어떤 요청일까요? 본문 16절에 나오는 대로, 그들은 혹여나 엘리야가 승천하던 중에 하늘에서 떨어지진 않았는가, 그의 시신을 수색하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왜 이런 요청을 했을까요? 간단합니다. 엘리사를 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무리는 지금 앞선 본문 7절의 선지자 생도들과 달리 엘리야의 승천을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어땠을까요? 뭔가 찝찝하고 떨떠름했겠지요. 엘리야가 승천했다는데, 자신들은 보질 못했으니, 괜히 의심스러운 것입니다. 혹여나 엘리사가 엘리야의 시신을 숨겨놓고, 말로만 승천했다고 하진 않았는지, 의심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들은 한편에선 예우를 갖추지만, 다른 한편에선 여전히 엘리사를 의심합니다. ‘과연 엘리사가 진짜 선지자가 맞나?’ 이렇게 의심하며 은근슬쩍 엘리사를 추궁하지요. 이것이 곧 오늘 본문 첫째 단락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어떤 사람들입니까? 말 그대로 선지자를 의심하고 불신하고 여전히 믿지 못하는 사람들. 전형적인 불신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어진 둘째 단락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단락에서 엘리사는 이제 본격적으로 선지자로서의 사역을 시작합니다. 본문 19~22절이 바로 그 내용이죠. 여리고에 있는 한 성읍에 수질이 나쁜 수원이 있었습니다. 수질이 너무 나빠 식물이 열매 맺질 못할 정도로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곳에서 엘리사는 이제 놀라운 이적을 보입니다. 출애굽 당시 모세가 마라의 쓴 물을 변하게 했듯이, 엘리사도 선지자로서 놀라운 이적을 보입니다. 곧 물이 썩어버린 저주의 땅에서 엘리사는 다시금 생명이 약동하는 이적을 보인 것입니다. 성경에서 선지자는 종종 백성들 가운데 얽혀 있던 저주를 풀고 다시금 하나님의 생명을 약동케 하는 일들을 하는데, 딱 그에 합당한 일입니다. 본격적으로 선지자로서의 사역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있은 뒤, 이어진 본문 23~25절을 보면 굉장히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지요. 먼저 본문 23절을 보면 엘리사가 여리고에 이어서 이제 벧엘로 올라갑니다. 벧엘로 올라갔더니 누가 나타납니까? 길에서 작은 아이들이 나타나 엘리사를 조롱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작은 아이들’이란 실제로는 갓난아기로부터 20대·30대의 청년들까지 모두 포괄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즉 정확히 연령대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벧엘에 있던 젊은 사람들이 엘리사를 보고선 느닷없이 그를 놀립니다. 뭐라고 놀릴까요? “대머리여 올라가라! 대머리여 올라가라!” 이렇게 놀립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본문을 읽으며, 단순히 이 아이들이니까, 아이들이 엘리사의 외모를 보고서 놀렸다고 생각합니다. 곧 ‘대머리’라는 말에 주목하여, 거기에 조롱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틀린 생각입니다. 지금 여기서 아이들이 엘리사를 조롱하는 초점은 사실 ‘대머리’가 아니라 그 후자에 있습니다. 바로 ‘올라가라!’는 말에 있지요.

   엘리사야! 올라가라! 올라가라! 어떤 의미일까요? 간단합니다. 지금 이 아이들은 엘리사로 하여금 ‘너도 너희 스승처럼 하늘로 올라가봐라!’하고 놀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말하자면 비꼬는 것입니다. ‘엘리야가 승천했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그럼 너도 한번 승천해봐라!’ 이렇게 하면서 대놓고 엘리야의 승천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롱은 우리가 신약성경을 읽을 때, 자주 봐왔던 이 조롱과도 비슷한 결을 같습니다. 어떤 조롱일까요? 마태복음 27장 39~42절입니다. “지나가는 자들은 자기 머리를 흔들며 예수를 모욕하여 이르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 자여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하며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과 함께 희롱하여 이르되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그가 이스라엘의 왕이로다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올지어다 그리하면 우리가 믿겠노라.”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했던 조롱입니다. ‘너는 내려오라! 내려오라!’ 이렇게 하면서 십자가에 못박힌 우리 주님을 조롱했지요. 마찬가지로 오늘 본문에서 이 아이들은 엘리야의 승천을 도무지 믿지 못하여, 이제 그의 제자인 엘리사를 조롱합니다. ‘너도 한번 올라가봐라! 올라가봐라!’ 이렇게 하면서 말 그대로 하나님의 역사를 전면으로 부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도 여러분, 아무리 엘리사와 같은 선지자가 놀라운 이적을 보이더라도, 결국엔 마음이 강퍅하고 완악한 사람들은 여전히 하나님의 일들을 보지 못합니다. 아무리 선지자가 ‘엘리야의 승천’, 곧 하나님 나라의 일들을 말하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은 불신을 떨쳐내지 못합니다. 이러한 현실이 혹 우리에게도 있진 않는지 스스로 잘 돌아보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여전히 우리 삶 속에 자신의 살아계심을 나타내십니다. 어떤 모양, 어떤 방식이든지,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자신의 살아계심을 나타내십니다. 이러한 일이 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부디 이러한 일이 있을 때, 우리는 본문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하지 않고, 순전히 우리 주님의 은혜 아래 거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이러한 은혜가 오늘 하루, 성도님들의 삶 가운데 충만하여, 삶의 모든 자리에서 늘 언제나 우리 주님을 기뻐하시는 복된 성도님들 되길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