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빅매치였다. 근래에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내나라 경기가 아닌데 손에 땀이 고이는 그런 경기였다. 지구상의 영원한 앙숙이라는 영국과 프랑스, 프랑스와 영국의 대격돌이었기 때문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국력과 피파랭킹에서도 세계 4위와 5위를 차지하는 등 한치 양보없는 그야말로 팽팽한 대접전을 벌이고 있다. 월드컵에서는 영국에서 4개팀이 출전하니 공식명칭은 잉글랜드라고 한다.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월드컵 본선에서 맞대결을 벌인 것이 40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두 나라가 워낙 유럽의 대강호들이기 때문에 시드배정에 따라 월드컵 본선 16강전에서 맞붙을 수가 없다. 결국 8강전때나 만날 수가 있다. 오늘 (2022년 12월 11일) 한국 시간 새벽 4시가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유럽 최강의 프로축구 리그인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와 프랑스의 리그앙으로 실제로 유럽축구리그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두 나라이기에 한치도 물러설 수가 없는 경기이다. 물러선다는 것은 패배요, 두 나라사이의 자존심에 엄청난 손상을 주는 매국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에 익은 두 선수가 보인다. 바로 영국 축구팀 토트넘의 공격 핵심인 해리케인과 수비의 핵인 골키퍼 위고 요리스이다. 하필 두 선수는 오늘 얄궂게도 찔러 상대를 꺾어야 하는 창과 막아야 하는 방패가 되는 운명을 지닌다.해리케인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공격 최전방에 위치하고 요리스는 프랑스 대표팀 수문장이다. 결과는 프랑스가 2대 1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앙숙 잉글랜드를 꺾었다는 말이다.
영국과 프랑스, 프랑스와 영국은 비단 축구에서만 앙숙이 아니였다. 지긋지긋한 유럽의 전쟁시절 그들은 전쟁으로 날이 새고 전쟁으로 날이 지는 그런 시절을 참으로 오래 지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백년전쟁이다. 중세시대 그러니까 1339년부터 1453년까지 백년이상을 영국과 프랑스 영토에 피를 뿌렸던 전쟁 그래서 백년전쟁이라고 한다. 당시 영국 왕 에드워드 3세가 프랑스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며 전쟁을 일으켰다. 영국이 프랑스를 함께 통치하겠다는 의도이다. 어떻게 국가간의 전쟁을 114년동안 할 수가 있을까. 그렇게 오랜 전쟁을 겪고 나면 양국의 국민들이 상대 국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정말 지긋지긋할 것이다.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다. 백년전쟁 이후로도 영국과 프랑스는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킨다. 프랑스의 영웅이라는 나폴레옹이 집권하자 전쟁을 일으켜 영국과 오랜시간 대격돌을 벌였다.나폴레옹 군대는 결국 워털루 근방에서 영국 장군 웰링턴에게 대패해 나폴레옹의 인생은 마감하게 된다. 지금도 워털루 전투는 영국이 프랑스 이긴 대표적인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월드컵 8강전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핫하고 흥미진진했다고 평가를 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양팀 선수들은 그야말로 유럽 나아가 전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위에서 말했듯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월드컵 역사에서 40년만에 본선에서 맞붙은 것이다. 또한 프랑스가 지난번 대회 우승팀이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두 대회 연속 우승으로 실로 60년만에 대기록을 수립하는 것이다. 중계 해설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정말 많은 경기였다고 극찬했다. 정말 눈이 즐거운 그런 순간의 연속이었다. 8강에서 양팀이 맞붙은 것이 너무 아쉽다는 소리도 했다. 이번에 지면 그만이기 때문이었다. 최고의 강팀의 경기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다는 말 아니였나 생각한다. 결국 이번 경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토넘의 핵심 공격수 해리케인과 토토넘의 핵심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대결로 끝나고 말았다. 1대 0으로 프랑스가 이기는 상황에서 후반전에 PK를 얻은 잉글랜드가 해리케인의 골로 동점을 이뤘고 이어 프랑스의 지루의 전혀 지루하지 않은 헤딩골로 2대 1로 리드하자 또 찾아온 잉글랜드의 PK찬스. 하지만 엄청난 부담을 느낀 해리케인의 실축으로 결국 프랑스가 2대 1로 승부를 결정지었다.프랑스의 지루는 구국의 영웅으로 우뚝 섰지만 잉글랜드의 해리케인은 나라를 몰락시킨 대역적이 되고 말았다. 너무 안타깝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한국의 경기도 아닌데 왜 이리도 의미 부여를 하려하는가. 그것은 월드컵이 국가대항전이다 보니 그 경기이면에 숨겨진 이런 저런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와 프랑스뿐 아니라 서부유럽에 흑인 선수가 많은 것도 그렇고 왜 양팀이 정말 죽고 살기로 싸우는지도 그 역사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흑인 선수가 많은 것은 유럽각국이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했기 때문이고 죽고 살기로 싸우는 것은 유럽이 가졌던 옛 전쟁 역사의 흐름이 그대로 현대에도 흐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잉글랜드와 프랑스 여기에 독일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유럽의 전쟁사의 축소판 아니겠는가. 게다가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는 감행했고 그 브렉시트에 가장 반대한 국가가 바로 프랑스였다. 국가 대항 스포츠가 단순한 스포츠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2022년 12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