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e7bvtXx5pZ0
위 영상의 어그로성 섬네일은 잊어버리셔도 좋습니다.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 중항공순양함은 1990년 건조되었고, 2023년 현재 러시아 해군이 보유한 유일무이한 항공모함입니다.
이 배에는 정말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역사가 있는데, 위 영상을 토대로 해서 그 간략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주의) 이 글을 포함하여,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글들은 제발 곧이곧대로 믿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믿거나말거나입니다.
1982년, 우크라이나 SSR에서 '리가'라는 이름으로 건조되기 시작한 이 최신예 항공모함은,
중간에 잠깐 '리오니드 브레즈네프'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가, 1989년에는 '트빌리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1989년이라는 숫자만 봐도 짐작이 가듯이, 소련은 이미 망국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소련 해군은 트빌리시를 운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도 가용하기 빠듯했을 뿐더러,
트빌리시를 지원하기 위한 항만 인프라조차 갖추고 있지 못했습니다.
'트빌리시'의 건조는 1990년에 일단 끝났고, 그 자매함인 '리가'도 (똑같이 우크라이나에서) 한창 건조 중이었습니다만,
소련이 이제 붕괴 수순을 밟으면서,
모스크바 정부에 반기를 든 트빌리시(조지아)나 리가(라트비아)의 이름을 소련 해군 기함의 이름으로 삼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트빌리시는 '소비에트 연방 해군 원수 쿠즈네초프'로, 리가는 '바랴그'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죠.
1990년 9월 19일의 일이었습니다.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8월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뒤, 1991년 8월 24일, 우크라이나 의회가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합니다.
그 즉시, (어드미럴 쿠즈네초프를 포함한)흑해함대에 대한 분쟁이 모스크바와 키이우 양측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흑해함대 전체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소유권을 주장하였으나,
소련 해군 상층부의 절대다수는 친러시아파였으므로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반대했죠.
1991년 12월 1일, 92%의 찬성으로 우크라이나 독립이 결정되기 직전이었던 국민투표일 당일,
"우크라이나는 아직 독립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드미럴 쿠즈네초프는 소련 해군 북방함대의 명령을 받아
흑해를 떠나 북극해의 무르만스크로 향하는 머나먼 망명길에 오르게 됩니다.
이 순간 함내에 남아 북극으로 떠나는 선원들은 전체의 1/3이었고, 나머지는 우크라이나에 잔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편제가 채 끝나기도 전에 모항을 떠나야 했던 미완성 상태의 군함이었습니다만,
어쨌든 어드미럴 쿠즈네초프는 1992년 1월 20일부로 러시아 해군의 기함으로 임명되었습니다.
하지만 함재기를 받기까지 2년, 편제가 완비되기까지 또다시 3년의 세월을 더 기다려야 했죠.
아무튼 '항공기 없는 항공모함' 신세로 항구에 처박혀있어야 했던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가
1995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처음으로 지중해까지 군사훈련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2천 명의 수병들은 물 배급을 아침 10분, 저녁 10분, 도합 하루에 단 20분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선박이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는 조수기(바닷물로부터 깨끗한 물을 얻어내는 증발기)가 망가졌기 때문이죠.
'러시아 해군의 총기함'이, 물이 없어서 미 해군 군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물이 없는 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8개의 압력 보일러에 의존하는 선박 추진 시스템마저도 불안정했습니다.
결국 '러시아 해군의 총기함'은, 외부의 공격이나 사보타주 없이,
오직 스스로의 결함에 의해 추진력을 상실하고 해상호텔이 되어버리는 사태를 여러 번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워낙 잦다보니, 해상에서 기계를 고칠 수 없게 될 때를 대비하여,
'러시아 해군의 유일무이한 항공모함'은 반드시 '예인선'과 함께 다녀야 했습니다.
2016년 시리아 전역 동안, 러시아 항공모함의 예비 추진기관으로서 활약한 예인선 니콜라이 치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어드미럴 쿠즈네초프는 30년 동안 단 6번 바다로 나왔고, 그 외의 기간은 항상 무르만스크에 정박해있었습니다.
날짜로 따지면 연평균 15일 동안만 해상에 나왔다는 뜻이며, 실전에 참여한 것은 2016년 시리아 내전 개입 당시가 유일합니다.
위 사진은 시리아 내전 당시 출전한 어드미럴 쿠즈네초프의 모습입니다.
피격당한 게 아니고, 그냥 이상 없이 항해 중인 상황입니다만, 저 어마어마한 양의 검은 연기는 왜 나오는 걸까요?
저품질 연료를 썼거나, 급발진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연료를 예열하지 못하고 급히 태우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만,
설마 산유국인 러시아에서 저품질 연료를 쓸 리는 없고, 전문가들은 단순히 발전기 노후화 때문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30년 내내 고작 450일 동안만 해상에 나왔던 항공모함의 발전기가 저 정도로까지 노후화된 이유는 뭘까요?
러시아에는 수천 명이 편제된 대형선을 지원해줄 수 있는 대형 해군기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항구에 정박된 30년 기간 내내, 어드미럴 쿠즈네초프는 지상으로부터 충분한 전력과 수도를 공급받을 수 없었고,
따라서 어드미럴 쿠즈네초프의 발전기는 30년 세월 내내 끊임없이 돌면서, 제때 수리되거나 교체되지도 못했습니다.
발전기만이 이런 상황이었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부품들이 노후화된 상태로 방치되었을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어레스팅 기어입니다.
2016년 시리아 내전 기간 동안, 어드미럴 쿠즈네초프의 함재기 2대가 손실되었습니다.
Su-33 한 대는 착륙 과정에서 어레스팅 기어가 끊어지면서 바다로 처박혀야 했습니다.
MIG-29K는, 다른 함재기 2대가 착륙하는 동안 어레스팅 기어 4개가 모두 끊어지면서 대기 상태로 1시간 동안 함상을 맴돌다가,
결국 연료가 다 떨어져서, 탈출한 조종사만 남기고 바다에 처박혀야 했습니다.
2017년 무르만스크로 귀환한 어드미럴 쿠즈네초프는, 남아있는 복무 기간 25여 년(추정)을 기다리며 다시 정박을 시작했습니다.
어드미럴 쿠즈네초프를 재정비하는 데에 사용 가능한 드라이독(건선거)은, 북부 러시아에는 플로팅독 단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10월 30일, 지상에서 플로팅독으로 제공되던 전력이 끊겼습니다.
밸러스트 탱크에서 물을 퍼내던 펌프가 멈추면서, 플로팅독은 서서히 침수되었고,
70톤 무게의 크레인 1개가 항공모함 비행갑판 위로 무너져내렸습니다.
러시아 해군 총기함의 비행갑판에 4m X 5m 크기의 구멍이 뚫리고야 말았죠.
물론 피해는 경미했습니다. 1명이 실종되고 4명이 저체온증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요.
세상에, 플로팅독이 이런 상황을 대비한 비상발전기조차 없이 항공모함을 담았던 걸까요?
놀랍게도, 비상발전기는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이 플로팅독이 만들어진 이래 단 한 번도, 이 비상발전기를 움직이게 하기 위한 디젤유가 구입된 적이 없었습니다.
이 사실은, 뒷이야기를 알고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는데,
왜냐하면, 어드미럴 쿠즈네초프의 수리를 담당하는 10호 조선소의 총책임자 예브게니 주딘이,
함선 수리를 위한 예산 중 4500만 루블(당시 기준 60만 5천 달러)을 횡령한 혐의로 (2021년 3월 18일) 체포되었기 때문입니다.
플로팅독이 침수된 뒤,
러시아는 무르만스크에 있는 200m 길이의 드라이독 2개를 합쳐서 400m 길이의 드라이독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하여,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가 러시아 해군에 합류한지 25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러시아 해군은 300m 길이의 항공모함을 수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건선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영상을 본 한 러시아인은 이런 평가를 남겼습니다.
"러시아 국민으로서 이 이야기에서 딱 한 가지 놀라웠던 사실은, 예산을 횡령한 조선소 책임자를 실제로 체포했다는 부분이었다"
첫댓글 마지막 줄 하나만 신선한데 그게 핵심이네요 ㅋㅋㅋㅋㅋ
ㅋㅋㅋ 진짜 세상 살면서 놀라운게 정규 교육과정에서 당연하다고 가르치는게,
현실에서는 당연한게 아닌 경우가 많죠.
저게 구소련 국가중 나은편이라는게 함정
누군가 우크라이나를 찾는다면 금마들은 전쟁중인 지금도 횡령으로 날라가는 인간들 천지라고
저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미래에 대하여 나름대로 낙천적인 사람이었죠. 어쨌든 패권국이라는 위치는 상당한 장점을 누릴 수 있는 것이고, 과거 19세기의 오스트리아 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실제 동원 가능한 국력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다른 열강들과 대등한 외교와 무역을 할 수 있기에, 러시아가 당장은 앞날이 험해보여도 기초학문의 토대 위에서 유럽의 신용도와 중국의 성장성을 동시에 약탈하며 다시 뛰어오를 날이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쿠즈네초프는 러시아의 '패권'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어요. 수많은 결함을 안고 있으며, 부패한 군인들에게 부품들이 끝없이 뜯겨나가는, 마치 건설자재 수집소로 전락했던 콜로세움처럼 몰락했지만, 그래도 어설프게나마 지중해까지 진출할 수는 있고 25년의 세월이 지나 건선거가 마련되는 것처럼, 러시아는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마치 대전쟁 발발과 함께 오스트리아 제국이 세르비아 왕국과 동급으로 추락한 것처럼, 러시아 자신의 위치를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우크라이나와 동급의 위치로 끌어내린 것이 푸틴 대통령 이하 군부의 선택이었으니, 저는 그냥 안타까움만 느끼고 있을 뿐이에요.
@인생의별빛 이제 러시아가 다음 항공모함을 만들 수는 있을까요? 그럴 돈이 있으면 Su-57 한 기라도 더 만들어야겠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보다 낫다, 조지아보단 낫다, 카자흐스탄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말에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공화당의 트럼프주의자들이 그래도 멕시코 제도혁명당보다는 낫지 않느냐, 중국 공산당이 조선로동당보다는 낫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욕설입니다. 러시아의 위치는 이제 '패권'으로부터 영원히 멀어졌어요. 아프가니스탄이나 체첸에서 이슬람주의자들에게 당한 망신보다, '어쨌든 자유민주주의 세속국가' 우크라이나에서 당하는 망신이 더 크다는 말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모욕해왔고 앞으로도 모욕하겠지만, 그럴수록 그 우크라이나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장기전을 강요당하는 러시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는 그런 러시아가 안쓰러울 뿐이에요.
@인생의별빛 뭔 패권 멀어졌다고 잠꼬대 합니까? 아직도 소위 서방이 떠드는 희망사항보고 그러십니까? 우크라이나를 쓰러트리지 못하고 장기전요? 장기전 하라고 나토가 자기들 무기고 텅텅 비워가며 열심히 지원하는거 그건 눈에 안들어오는겁니까 아니면 흐린눈으로 외면하시는겁니까? 언론이 말안하면 없는거에요? 전쟁준비조차 안되서 제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꼴보면 웃기기만 하는 나토입니다
저번 노드스트림 터진건 미국이 터트렸다고 폭로도 나왔는데 미국언론들 침묵하는거 보시고 느끼는것도 없습니까? 대체 1년다 넘을라 하는데 아직도 잠꼬대를 하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인생의별빛 IMF 가라시데 그리 내려쳤을게 뻔한 지표에서도 올해부터 성장세로 전환된다는 통계가 나오고 역으로 유럽은 단체로 내리막이고 미국도 메롱한 상태 빠졌는데 이런건 보도 안하면 없는겁니까?
오히려 향후 10년이후 정세를 러시아와 인도 사우디가 재단중인 상황인데 아직도 탄약이 고갈되었다 1년 내도록 떠드는 미영언론을 보고있는겁니까? 설마 그러시다면 제발 CNN이니 BBC부터 구독 해지하세요 그런걸보면 바보가 되거나 우크라이나처럼 철저히 파괴되는 길에 스스로 동참하게 됩니다
@아이로봇 MK.2 ㅋㅋㅋㅋㅋㅋㅋ
쿠즈네조프함이 왜 저리 말이 많았나 싶었더니, 과거가 깊었네요.
왠지 눈물이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