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어느 사이트에서 퍼온것입니다.
어디서 퍼와서 올리는거 별루 안좋아하는데...
읽다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자연스럽게 저도 퍼오게되네요...
참으로 가슴아픈 일입니다.
저~ 밑의 이순호님은 개인의견을 잘 정리해서 더불어 달아주셨네요...
겨울입니다.
따뜻한 산행을위해 항상 '경계'하여야합니다........
2003년 초 겨울인 11월10일 월요일 밤 10시30분
33명을 태운 버스가 서울을 출발하여 설악산을 향해 달린다.
한달 전,
대청봉은 많이 산행 해봤지만
나와 함께 공룡능선 산행 한번 해보는것이 희망이라는
친목회원 50대 중반 부부와 그외 2명을 안내산행 하기로 하고,
비선대 산장에서 1박하고 마등령을 돌아 공룡능선을 거쳐
천불동으로 14시간만에 내려와 너무 쳐진 산행하였기에
이번엔 마음 편하게 단독으로 산악회 따라갔다.
산악회 회장님의 장엄한 설악산 설명후
설악산 구조대에 10년을 근무하다 작년 결혼하여 하산하였다는
체구가 좋고 건장한 젊은 사람을 소개하였다.
버스에서 잠이 안와 뒤치닥 거리길 4시간 후
이튿날 새벽 2시30분경 설악동에 도착하니 이슬비가 내린다.
버스안에서 산악회에서 해온 밥과 된장국으로 간단하게 식사를했다.
아침 3시경 비는 계속 내리는 중에 우의와 배낭 카바에 완전 준비하고
설악동 주차장을 출발 4시경 비선대 산장위, 갈림길에 도착하여
1진은 천불동으로 공룡능선을 돌아 마등령을 산행하기로 하고,
2진은 금강굴 방향으로 마등령까지만 산행하기로 하고 갈라졌다.
우리 1진 15명이
양폭산장에 도착하니 아침 6시정도 된것같다.
양폭산장 주인과 구조대 경력 젊은 친구가 반갑게 얘기한다.
비는 계속 내리고 기온은 0도 가까이 되는것같다.
무너미고개 도착하니 아침8시경, 비가 진눈깨비로 바뀐다.
바람까지 매섭게 뺨을 스친다. 외기온도가 영하로 내려간것 같다.
체감온도를 계산하니 영하 10도 이하다.
양폭산장에서 산행하다 삐끗 하신분을 모시고 나는 무너미고개까지만
산행하고 하산한다하니 산악회 대장이 극구 반대한다.
어려운 여건에 산행을 강행하는것을 보니 괜히 왔다는 생각이 자꾸든다.
선두엔 대장포함 6명이,
중간엔 설악산 구조대 경력소유자 친구와 젊은 엄마들 4명,
한 남자 젊은친구, 나 포함하여 7명,
후미엔 나이드신분(고인) 과 후미 대장이 멀리 따라오고 있다
무너미 고개를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세찬 비바람과 진눈깨비가 더욱
세차게 몰아친다.
여기서 산행을 포기했으면 좋으련만 ......
나에겐 권한이 없는 것이 아쉬운 생각이든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마등령으로 산행한 2진의 총무가 마등령의 날씨가 좋지않아
산행 중지하라는 연락을 하려했으나 무전교신 안됐다 함.)
모두가 입이 얼 정도라 말이없다.
산행조건과 시야는 완전 최악이다.
1275봉 도착하니 눈보라가 더욱 거세다.
다들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다. 이래가지곤 도저히 안되겠다.
배는 고프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고...식사를 하려해도 추워 곤란하다.
휘발유 버너를 피고 손을 녹이고 물을 끓여 한 모금씩 하니
몸이 조금 나아졌다.
가지고 온 자르지않은 김밥을 돌아가며 한 입씩 베어먹고,
젊은 엄마 일행의 조그맣게 만들어온 주먹밥을 서로 나누어먹고,
내가 가져온 비상용 건빵과 소주를 술도 못마시는 여자 포함 7명에게
한 모금씩 먹이니 열이 나서 좋단다.
완전히 살기위해 먹는것 같다.
마등령 1Km 전, 바위 및 너덜지대에 도착하니 온통 바위가 눈비에 얼어 미끄럽다.
한 사람이라도 미끄러지면 나무아미타불이다.
서로 격려해가며 똘똘 뭉쳐 거리를 바짝 유지하며 잡아주며,
각고 끝에 마등령 도착하니 오후 12시30분 이다.
그 경치 좋던 공룡능선과 대청봉의 아름다운 모습은 전혀 볼수가 없다.
3시경엔 비선대 산장에 도착할 수 있겠다는 얘기를 해주고 다시한번
서로가 늦더라도 안전하게 천천히 내려가자고 얘기를 나눈다.
모두들 등산화가 젖어 질퍽거리고 움직이지 않으면 발이 시리다.
천천히 한시간을 지나니 오후1시30 분경, 선두 그룹이 보인다.
문제가 생긴것같다.
선두 대장이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절룩거린다.
선두그룹에게 조심하며 내려오라고 예기하고
구조대 친구와 나와 둘이 비선대 산장에 도착하니 오후3시다.
해냈다는 기분 보다는........
오늘의 산행은 문제가 있다고 구조대 했다던 젊은 친구한테 얘기했다
오늘 산행은 당신이 없었으면 나는 산행 포기 했다고...............아무 말이없다.
4시 00분경 비보가 날아왔다.
산악회 회장님이 설악동 버스에 계시다 헐래 벌떡하고 오셨다.
후미 대장과 같이 산행하던 분이 저체온증에 걸려 꼼짝못하고 있단다.
설악산 구조대와 속초119 에
구조요청을 보냈다면서 사고지점인 02-03지점으로 출발하신다.
한 20분 지났을까 후미대장이 혼자 내려왔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업고 오다 힘이 딸려 구조 요청하려 내려왔단다.
저체온증 같다며 움직이지를 못한단다.
주차장 버스에 있던 총무도 연락받고 우리가 있는 비선대산장으로 왔다.
일단 구조대 오기전에 누구라도 가봐야 되지 않느냐고 총무가 얘기한다
사방 둘러봐도 오직 갈 사람은 나 뿐인것 같다.
강요는 아니지만 모두의 눈빛이 나를 바라본다.
그래 나다. 내가 챙기자.
온수2 병,소주1병, 막걸리1병,곧 날이 어두워지니 헤드렌턴 4개,
판쵸우의와 젖지 않은 장갑을 준비했다.
내려온 후미 대장과 내가
4시30분경 모든것을 챙기고 마등령 방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날은 어두워 헤드렌턴을 켜고 금강굴을 지나고,
철사다리를 한 500 m를 지나니
근 한시간 이상을 헐레벌떡 오른 저녁 5시 30~40분경이다.
먼저 출발한 산악회 회장님이 보이고, 그 앞에 한 분이 누워서 있다.
온몸이 마비된채 움직이지를 못하고 혼수상태에 빠진
희미한 눈동자로 나를 주시하는데 얼굴은 그윽히 편안하게 보인다.
무슨 말을 하고픈것 같은데 눈만 계속 주시하고 있다.
가져간 우산 2개로 비를 막으며
준비한 온수를 몇 모금 먹이고 팔 다리를 주무르며 상태를 보니 말이 아니다.
우의도 없이 , 모자도 없고 우산만 뎅그라니 저만치 있고
남방과 붉은 조끼와 가을 잠바에 카키색 가을 스판바지 스타일에
장갑도없이 여기까지 온것이다.
어떻게 이런 날씨에 이런 복장으로 공룡능선을 산행 할까????
내가 도착한 잠시후, 혼자 어쩔줄 모르며 긴장했었던
산악회 회장이 갑자기 부들부들 사시나무 떨듯 떤다.
얼른 온수를 드렸더니 곧 안정이 되는듯하다.
안타깝다.
구조대가 빨리 와야되는데.........
우리가 도착한 20분 정도후인
6시경 드디어 설악산 구조대가 도착했다.
구조대는 도착 하자마자 환자의
온몸을 맛시지 하며 정신을 잃지마라 하며 살수있다고 소리지른다.
나는 구조대의 사력을 다해 맛사지 하는 모습에 눈물이 나오려는것을 참는다.
나만이라도 정신차려야지...
구조대에서 속초119 에 들것을 요청하는 무전을 친다.
구조대가 일단 등에 업고 가기로 한다.
10분정도 가다 다시 내려 놓고 소리지른다. 자지말라고.......
그려면서 또 계속 팔다리를주므른다.
그런데 문제가 또 생겼다.
같이 있던 후미 대장이 갑자기 부들부들 떨더니 금방 실신한다.
이 사람도 저체온증이 온것같다.
구조대가 두패로 나뉘어 두사람을 팔다리를 주무른 잠시후
후미대장은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쨌건 환자의 생사를 구조대에 맡길수 밖에...
우리 세 사람도 조심하면서 먼저 하산하라고 구조대가 말한다.
내가 하산길을 안내하며 1시간을 내려오니 비선대 산장이 보일 무렵
속초119가 올라오는것이 보이는데 너무 늦은것이 아닌가 생각이든다.
온종일 눈비를 맞아 사타구니 양쪽이 헐어 쩔뚝거리고 와선대를 지나니
속초119차와 구조대차를 합하여 족히 10여대가 넘는것 같다.
핸드폰을 켜고 시간을 보니 저녁 8시30분이다.
장장 17시간을 눈보라, 비바람에 온몸을 떨은것 같다.
내 살아 생전 이렇게 힘들고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산행은 처음이다.
끝으로
구조에 최선을 다하신 설악산 구조대에 지면으로나마 감사를 드리며
겨울 산행에 미흡함이 없나 각자 점검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려본다.
1 : 기온 변화의 방한대책이 미흡, 겨울 산행복장 철저히 준비하며
자신의 산행실력을 판단하여 무리한 산행을 금지한다.
2 : 대장은 악천후시 회원의 안전을 고려하여 산행을 계속 할것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3 : 산악회는 성능 좋은 무전기를 휴대한다.
4 : 산행하는것은 오래 살려고 하는게 아니고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것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을 원칙으로 한다.
고인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드립니다.
이렇게 하였더라면......--이순호
1. 무너미고개에서 눈보라가 칠 때 오버복(=방수방풍쟈켓;오버트라우져)이 없는 사람은 산행을 포기하고 철수 했어야 함, 10시간 이상 오버복 없이 산행하는것은 100% 저체온증에 걸림-저체온증은 증상이 나타나 사망할때 까지 2시간 정도이기에 설악산에서는 탈출할 시간이 없음
2. 저체온증 초기증상은 몸을 벌벌 떠는데, 후미대장은 이때 응급조치를 하였어야 됨
젖은 옷이 가장문제이니 여벌의 옷으로 갈아입히고, 우모복으로 방한, 오버복으로 방풍하고 초코렛이나 사탕을 산행중 계속하여 먹도록 함, 따뜻한 물을 끓여 먹임
항상 버너지참(겨울산행시)
3. 움직이지 못한 상태에서 비를 맞고 계속 누워있어 상태가 악화된것으로 생각 됨
움직이질 못할 정도이면 땅과 바위면으로 체온일 손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배낭이나 깔개를 깔고 않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 초코렛이나 사탕을 계속 먹였어야 함, 배낭이나 양말, 가능한 모든 것으로 몸을 감싸 체온 보호
4. 저체온증의 가장 좋은 응급처치는 사람의 몸이므로 업고 하산하지 말고 의식이 있을 때 후미대장은 환자와 살을 맞대어 체온이 유지되도록 응급처치를 하였어야 함
의식이 뚜렷해지면 초코렛이나 사탕을 먹이고 대피하여 불을 피울 수 있으면 불을 피우고 그렇지 않으면 응급처치를 하여 하산해야함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도 산을 좋아했기에 따라 간 것이고 오른 것일 겁니다. 그러나 산은 언제나 거기 그곳에 있습니다. 사람은 가면 그만인 것을....산이 거부하여 포기해야 할 상황에서는 포기 할 줄도 알았어야...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동화의 대상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합시다.
첫댓글 누군가 저에게 했던 말이 생가 나네요.. 산의 정상이 비록 100m 앞일지라도.. 여건상 팀을 위해서 과감히 포기할줄 알아야 한다는.. 무리한 또는 자신만을 생각하지 말고 팀을 생각했더라면.. 막을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흑!! 마음 아프네요^^ .. 무리한 산행 하지 말아야겠어요..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도 산을 좋아했기에 따라 간 것이고 오른 것일 겁니다. 그러나 산은 언제나 거기 그곳에 있습니다. 사람은 가면 그만인 것을....산이 거부하여 포기해야 할 상황에서는 포기 할 줄도 알았어야...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동화의 대상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합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청산별곡님 말에 동감합니다..^^
저도 그쯤 설악에 있었죠... 제가 그날 공룡으로 하산했다면 아마 .... 무리한 산행은 정말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것 절실히 느낍니다. 그런 느낌을 갖게 해주신 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가슴 아프네요.
저도 가끔 무리한 산행을 한적이 있는데 이글을 보니 후회가 되는군요 고인이 아무리 산을 좋아하고 산에서 생을 마감했어도 마음이 아프군요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임의 명복을 빕니다....이 글을 올려주신 님 감사드립니다.
교훈을 얻었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얼마전 9시뉴스에서 들은얘기가 이거군요... 산...알고나 오릅시다.............산 무시하면 무시당합니다.. 그 무시가 사망이라서...
준비 안된 겨울 산행은 저승사자에게 스스로 가는길 인것을 우째 모를꼬??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