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네가 알아서 해줘(2)
(심은이 장례지도사)
고인 앞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이는 가족들도 많을 것 같아요.
흔히 재산 때문에 많이 싸울 것 같지만 종교로 더 많이 싸워요.
현명한 가족들은 고인의 종교를 존중해 장례를 치르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아요.
서로 자기 종교를 따라야 한다고 의견이 분분하면 좀 개입해서
시간을 정해 각 종교대로 장례의식을 치르게 하도록 권하죠.
부모님이 편찮으시다가 돌아가시면 그 과정에서 서로 의가 상하기도 하고
부모님께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하다 결국 재산 문제로까지 번지고...
사실 장례식장에서까지 싸우는 가족들은 말이 안 통해요.
이러시면 안돼요. 다른 가족도 생각해 주세요 해도
분인들끼리 쌓였던 감정이 폭발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는 아랑곳하지 않더라고요.
한번은 가족들이 피 터지게 싸우는 거예요.
옛날엔 유족들이 삼베로 된 옷과 모자에 새끼 꼰것을 머리에 두르고.
상장(제가 짚는 지팡이)을 짚었어요.
그 상장을 휘두르면서 싸우다가 119까지 출동했어요.
장례용품도 어차피 `소각`할 거니까 싼 걸로 해달라고 하는 분도 있고.
남들 시선만 신경 쓰는지 빈소도 크게.
빈소에 놓을 용품들도 최고급으로 하면서 정작 조문객은 볼 수 없는
고인에게 들어가는 물건들은 너무 초라한 것만 고르는 분도 있어요.
20년 이상 장례 현장에서 일하면서 고인에게서 가족들에게서 많이 배웠죠.
한 번은 오히려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경험이 있어요.
저를 보더니 처음에는 여자 장례지도사라고 무시하고
남자 직원 나오라고 큰소리치는 상주가 계셨어요.
그 시간에는 저밖에 없어서 저한테 상담하셔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했죠.
설명도 좀 더 신경 써서 했어요.
그랬더니 나중에는 저만 찾는 거예요.
아주 많은 사람에게 사기를 친 사기꾼이 운명을 다해서 장례식장으로 왔어요.
가족이 없이 온 고인이라 경찰서를 통해 장례식장으로 와서 그분 과거를 들을 수 있었죠.
그분 염습을 하려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분을 내가 편안하게 해줘야 하나....
나중에는 마음을 바꿔 먹었어요.
저승가셔서는 좋은 일만 하셔요.
그분은 찾아오는 사람도 하나 없었어요.
결국 마지막이 이렇구나 싶더라구요.
그런 거 보면 진짜 잘 살아야 해요.
무연고자의 죽음도 있죠.
무연고로 발견되면 관할 구청이나 시청에서 서류상 가족들에게 연락을 다 해요.
보통 15일가량 되는데. 그동안 저희는 기다리죠.
만약 가족들이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의사표시를 하면
그것도 다 포기 각서를 받은 후 무연고자로 장례를 치를 수가 있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시신은 계속 부패하니까 조금 답답 할 때도 있어요.
가족의 장례를 포기하는 사람도 꽤 있어요.
처음엔 저도 `아니. 그래도 아버지인데. 형제인데....했어요
무연고자는 대부분 남자가 많거든요.
가끔 가족들이 장례를 치르겠다고 와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고인이 폭력을 행사했다거나 가족들을 너무 힘들게 해서
인연을 끊고 살았던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가족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다 결국 노숙자가 되고....
가끔 이웃 사람들이 대신 장례를 치러주려고 오기도 해요.
요즘에는 법이 바뀌어서 서류상 가족이 아닌 사람도 장례를 치러줄수 있어요.
그런 분들조차 없는 경우엔 관할 구청이나 시청에서 장례 진행을 맡아주면 좋겠지만
장례비용 80만원 정도와 추가 안치료만 지원해 주면서
그 안에서 장례. 화장 까지 다 진행하라고 공문만 계속 보내와요.
화장 비용만 몇십 만원이라 액수가 턱없이 부족하죠.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