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는 레미가 잘 알고 있는 자였다.
비록 입고 있는 옷은 바뀌었지만 얼굴은 안 바뀌었다. 20년 전 마법당의 주인이자 레미를 초보 마녀로 만들어 준 인물이기도 했다. 다혈질이고 내내 고함만 지르긴 했었도 레미 5총사에게 있어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 존재였다.
새로운 여왕인 하나의 친위대 대장인 마조리카였다.
“마, 마조리카...”
“오랜만이구나 레미야.”
레미는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걸어가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마찬가지로 마조리카도 앞으로 걸어오면서 레미에게 말했다.
둘의 행동은 비슷했지만 레미의 목소리는 작아서 그녀 옆에 미소를 짓고 있는 하나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반면 마조리카의 음성은 레미와 하나가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가 컸다.
레미의 눈에는 또 습기가 차기 시작했다. 하나를 만났을 때만큼의 그리움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마녀로 만들어 준 장본인. 물론 메이, 사랑이도 마녀 견습생으로 만들어 주었고 마법당에서는 엄한 엄마이기도 한 마조리카였다.
그런 레미의 앞에 조그마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날아왔다.
마녀계에서 아주 극소수만 가지고 있는 요정.
마조리카를 보필하는 시녀 요정 라라였다. 물론 하나도 시녀 요정이 존재했다.
원래 마녀로 태어난 하나였지만 사정으로 인해 마녀 9급 시험을 치루어 토토라는 요정을 받게 되었다.
라라는 공중에 두둥실 떠 있는 상태에서 태연하게 말했다.
“레미. 그동안 몰라보게 변했군요.”
“뭐 전 인간이니까 당연히 수명이 짧으니 달라진 건 당연하죠 라라.”
레미와 친구들은 인간이니까 20년 동안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반면 마녀들은 천년만년 살 수 있는 수명이 주어졌다.
요정들도 마찬가지로 마녀만큼의 수명을 얻게 되니까 고작 20년이 지났다고 해서 옛날 모습이 변할 리가 없었다.
레미는 언제 놀랬냐 라는 듯 라라와 농담을 주고 받고 있었고, 20년 전처럼 친근감이 생긴 듯 싶었다.
몸이 피곤해서 잠들어야 하지만 이렇게 추운 바람을 맞으며 밖에 나와 있는 레미. 그녀는 후회는 없었다. 20년 만에 마녀계에 인연이 있었던 3명과 재회했고, 흐려졌던 옛 추억을 되살려 주었으니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정말 그때의 일은 내가 죽기 전까지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거야.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을 하는 레미는 눈을 감았다. 얼떨결에 마녀 견습생이 되었고, 친구들도 같은 길을 걸었다.(정확히 메이, 사랑이가 레미가 마녀 견습생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고 마녀가 될 생각을 했다.)
마법. 마녀.
이런 비현실적인 말을 들으며 대게로 사람들은 그게 다 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미들은 아니었다. 직접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20년이나 지났는데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마법을 믿고 마녀의 존재감을 믿었다.
우리들만 비밀이라고 생각하고 레미는 그 기억을 봉인할려고 했건만, 결국 순수했던 그 시절을 생각했다.
딱!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들리자 레미는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면사포를 쓰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노랑 머리칼. 머리 위에는 왕관을 쓰고 있었고, 레미보다 다소 작은 키의 인물. 하나가 여왕의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었다.
바뀐 그녀의 모습에 레미는 그다지 놀라지 않고,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 저 모습이 ‘하나가 여왕일 때의 모습이구나’라고 그럴러니 넘어갔다.
하나 여왕이 레미에게 다가왔다.
“레미 어머니.”
여왕의 모습으로 변한 하나의 목소리는 약간 변조되었고, 말투도 존재로 바뀌어 있었다. 단,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었기에 레미에게 어머니라는 호칭을 사용했던 것이다.
“네 여왕님.”
레미도 여왕으로서 위엄이 느껴지기에 그녀에게 존대와 여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지금의 하나 여왕과 레미의 모습과 어릴 적의 레미 5총사와 당시 선대 여왕의 모습은 너무 대조적이었다. 아이였던 레미들은 어른이 선대 여왕을 고개를 들어 쳐다봐야 했다.
그런데 현재 어른이 된 레미는 성년식을 치른지 얼마 안 된 하나 여왕을 약간 눈을 깔아서 보고 있다. 반대로 하나 여왕이 고개를 들고, 하나 여왕이 고개를 들고 눈동자도 위로 움직여서 대면하고 있었다.
마조리카는 그런 둘의 모습에 웃을까 말까 갈등했다. 그러나, 끝내 웃음을 참았다. 지금 하나가 뭘 한건지 알고 았기 때문에 신중해져야 했다.
하나 여왕은 레미의 오른손을 끌어 뭔가를 줘어 주었다.
“어머니. 이거 받으세요.”
“뭐죠? 엇 이, 이건?!”
성인의 눈(겉으로 보는 크기. 실제 눈 크기는 탁구공만한 크기라고 함.)보다 조금 더 큰 물건을 본 레미는 소스라치게 놀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