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원의 행복
신상숙
5일 장터 작은 골목, 할머니들의 좌판에는 잡곡과 채소가 오밀조밀하다. “사가세요, 사가세요,”라고, 손님을 부를 땐 애절한 눈빛을 그대로 지나치기가 민망해서 저희도 농사짓고 있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좌판 앞에 웅크리고 있는 할머니들을 처음 보았을 때는 생계유지를 위해서 고생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 듣고 보니 할머니들의 장사 수완이 좋아서 들기름 한 병 남았으니 팔아달라고 애걸하고는, 그것이 팔리고 나면 감추어 둔 기름병을 또 꺼내 놓는다고 한다. 그 때문에 할머니들 좌판에는 농산물이 항상 조금씩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 어른들이 팔고 있는 농산물에는 수입품이 많이 섞여 다는 것이다. 시골 할머니들조차 믿지 못하는 세상이라니, 그분들을 탓하기보다 세상살이 팍팍해서 애쓰시나 보다 이해하려고 한다. 농산물 가격을 깎는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언짢아서 참기 힘들다. 더구나 할머니들 좌판에서 물건값을 깎을 땐, 더 그렇다. 시장을 같이 보러 다니던 친구가 좌판에서 풋 팥 깐 것을 반값에 달라고 졸랐다. 그것을 막아보려는 생각으로 농산물 가격을 깎지 말라고 했다. 무안을 당한 친구가 얼마나 심기가 불편했으면 금세 얼굴색이 확 변하는 것이었다. 아차! 오지랖이 넓은 것도 큰 병이다. 더구나 입 조절을 못해서 화를 자초한 일, 농산물의 소중함을 모르는 친구가 야속하고 자존심도 상했지만, 꾹 참고 사과를 했다.
가을철에는 비가 적당히 내려야 곡식이 잘 영글지만, 가뭄이 들거나 서리가 다른 해 보다 빨리 내리면, 콩이나 팥의 성장을 멈춘다. 이럴 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꼬투리를 따서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그 풋콩이나 풋 팥을 넣고 밥을 지으면 가을철 밥맛이 더없이 좋아서 주부들에게 인기가 좋다.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인 풋 곡식이 좌판에라도 오르니 그나마 경제적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어렵사리 좌판에 올라온 농산물의 값을 깎고 있으니, 앞뒤를 가리지 않고 볼멘소리를 한 것이다.
서울 친구는 해마다 정해놓고 가져가는 기장 조의 가격이 꽤 비싸서 부담스럽기도 하련만, 오히려 오천 원의 거스름돈을 사양하면서도 고맙다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친구는 과수원에서 배를 사 갈 때도 나에게 했던 것처럼 거스름돈 오천 원을 사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수원에서 직접 배를 사 간다는 이유로 값을 깎으려고 하였을 것이다. 퍼 주기 좋아하는 과수원 동서는 비닐봉지가 찢기도록 배를 가득 담아서 덤으로 주고, 내게도 한 봉지 담아주면서 싱글벙글 이다. 사람이 사람을 비교하는 건 소인배들의 짓이라고 한다. 어쩜, 단돈 오천 원으로 이렇게 따뜻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했다.
첫댓글 그래요.
우리농산물 가격은 너무 깎지 맙시다.
그저 주는 떨어진 사과도 주인은 애가 탄답니다.
과수원 봉사가서 배웠습니다.
ㅎ.ㅎ.
쌀 값을 깍아 달래는 이웃도 있습니다.
@햇살타고, 마리아 ㅎ.ㅎ.
징합니다. 징해...
인격을 깎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애고 나도 여러번 속았어요 성지 앞에도 그런 할머니들이 있으니 오죽항션 신부님이 다그런 건 아니지만 성지 안에와서 밥먹게 해달라는데 막을 수 없으니 잘 사가세요
하십디다
콩팓은 산사고 푸른채소만 사가지고 왔습니다 먈린 것은 믿을 수가없어서...
소박했던
이나라가 어찌 이리 되섰는지 슬프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