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까지 '주식 신용거래'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자 증권사들이 신용융자를 전면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를 당분간 중단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증권사들의 자율 규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향후 신용잔고 추이와 금융감독 당국의 대책이 주목되고 있다.
■키움증권, 신용융자 전면 중단
키움증권은 21일 증권사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앞으로 키움증권을 통해 주식 신용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한 것. 이는 20일 기준 키움증권의 신용융자 잔고 규모가 7380억원까지 급증, 자기자본(1633억원)의 4.5배를 웃돌고 있기 때문.
신용융자 잔고가 1조원을 넘어선 대우증권은 이날부터 최대 3.3배까지 대출 가능한 매매형 신규 신용융자 계좌 개설을 중단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1조원을 돌파한 신용거래잔고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또 164개 종목에 대해 신용거래 보증금률을 기존 30%에서 40%로 올렸다.
삼성증권은 총 60개 종목의 보증금률을 기존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했다. 지금까지 4000만원만 있으면 신용 6000만원을 더해 1억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었지만 앞으로 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기 위해선 5000만원이 있어야 하는 셈이다.
이 밖에 대신증권은 개인의 신용융자 한도를 20억원에서 절반인 10억원으로 축소했다. 또 신용거래 매수제한 종목을 기존 577개에서 747개로 확대했다.
동양종금증권과 삼성증권은 신용거래 이자를 올렸거나 상향을 검토 중이다. 동양은 신용융자 이자를 신용등급에 따라 0.3∼0.5%포인트 인상해 신용거래를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증권은 종목별 보증금률 인상을 고려하고 있고 현대증권은 이상급등종목의 보증금률을 100%로 올리는 등 종목별로 신용거래를 제한키로 했다.
■증시 급락 대비 자율 규제
이처럼 증권사들이 잇따라 주식 신용거래에 대한 자율 규제에 나선 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고강도 대책 이전에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증권사 스스로 급증하는 신용융자 잔고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주요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규모가 자기자본의 30%를 웃도는 등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자체 분석이다. 여기에 미수거래보다 신용거래 위험이 더 크다는 인식도 앞다퉈 대책을 내놓는 배경이다.
지난 4월 말 폐지된 미수거래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3일 만에 바로 반대매매에 들어가 상대적으로 투자자와 증권사의 위험성이 낮다. 하지만 신용거래는 추가담보를 납부하는 데만 최소 4∼5일이 걸려 4일 연속 하한가를 맞을 경우 깡통계좌가 나올 수도 있다. 주식시장이 급락할 경우 빚을 내 투자한 개인들의 피해는 물론 증권사의 수익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한국증권업협회 임종록 상무는 "주요 증권사들이 자체적인 규제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신용융자 잔고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급증할 경우 자율규제방안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 당국은 증권업계의 자율규제 방안과 신용융자 잔고 추이를 지켜본 후 규정개정 등을 통해 보증금률과 담보유지비율 상향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