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봉성대혈전(鳳城大血戰)
- 빙궁의 백발은 사랑을 시작하고-3
삼 일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드디어 일신 사천왕이 봉성에 도전한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동이 채 트기도 전에 먹구름이 밀려왔고,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대비는 봉성이 흘릴 피를 깨끗하게 청소해
주려는 듯 거셌다.
봉성이 내려다보이는 산 주위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숨어서 이 역사적
사건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사람들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다섯 개의 그림자가 봉성의 정문 앞에
내려섰다.
순간 사방에서 천둥 같은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와아.
사공운 대협이다.
사천왕이다.
사람들의 고함과 환호 속에 나타난 사공운과 사천왕은 봉성의 정문에 선
채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 때,
사공운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관패, 시작해라!
관패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명령이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쏟아지는 장대비와 거친 바람은 관패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그의 행동을 재촉하고 있었다.
거대한 괴물처럼 웅크린 봉성 앞에서 다섯의 인간은 너무도 초라하게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뿜어진 패기는 능히 하늘을 가를 정도였다.
그 선보에 선 관패가 주먹을 불끈 쥐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섰다.
척 하는 작은 울림과 동시에 관패는 두 자루의 도끼를 양손에 빼들었다.
봉성의 외곽 야산에 숨어서 이들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관패를 보며 수군거렸다.
저자가 관패다.
패천왕이다.
철혈쌍부다.
관패는 가슴이 불룩해지도록 가득 공기를 들이마셨다.
축축한 대기의 숨결이 관패의 몸 안에 쌓이다 어느 순간 입으로 토해졌다.
이야압!
관패는 고함을 지르고 오른손으로 큰 호선을 그리며 들고 있던 도끼를
앞으로 힘껏 던졌다.
관패의 손을 벗어난 쇠도끼는 비바람을 가르고 유성처럼 날아가 봉성의
대문과 충돌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봉성의 문짝이 성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흩어졌다.
관패의 도끼는 유려한 호선을 그리며 주인에게 돌아오고 있었다.
수군거리던 군상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거센 빗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세상은 잠시 고요 속에 묻힌 채
굳어버렸다.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봉성의 문짝은 벼락을 맞은 듯 했다.
문 안쪽에 대기하고 있던 봉성의 무사들은 날아오는 문짝의 파편을 피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봉성대혈전(鳳城大血戰)의 서막이었다.
문이 부서지는 동시에 봉검대 무사들의 뒤쪽에 있던 십여 명의 고수들이
앞으로 튀어 나왔다.
그들의 뒤로 약 백팔십여 명의 제일봉검대와 제이봉검대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맨 앞에 선 인물은 십봉황 중에서 성격이 급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한
쌍검인(雙劍刃) 의자충이었다.
관패의 뒤쪽에 있던 유수아는 귀면마궁(鬼面魔弓)의 시위를 당긴 채
대기하고 있었다.
시위에 걸린 귀면천마시(鬼面天魔矢)는 파랗게 빛이 나는 듯 했다.
그런 그녀의 시선에 의자충이 들어왔다.
유수아의 흰 손이 시위를 놓았다.
슈욱 하는 미세한 파공음이 들림과 동시에 귀면천마시는 거탑처럼 서
있는 관패의 어깨를 비켜 날아가 쌍검인의 머리를 관통했다.
섬전처럼 날아와 쌍검인 의자충을 일격에 죽인 귀면천마시를 보면
과연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오대신병이란 이름이 마작으로 딴 명성이 아님은 분명했다.
봉성을 뛰쳐나오던 무리들이 놀라서 그 자리에 멈추는 그 순간,
관패가 비명 같은 고함을 지르더니 도끼를 휘두르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으아악!
귀면천마시의 위력에 주춤 하던 봉성의 무리들은 마치 괴물이 울부짖는
듯한 관패의 고함에 완전히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엄청난 거구와 빗물이 튕겨나가는 대머리, 벼락 같은 고함은 가히 신장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짐이 없을 것 같았다.
흉신의 모습으로 전진하는 관패의 뒤로 풍백과 진충이 따른다.
의자충이 죽자 봉검대의 선봉엔 역시 십봉황의 한 명인 철검주(鐵劍主)
허인이 서 있었다.
그는 결코 선봉에 서고자 하여 선 것이 아니었다.
뒤에 서자니 차후 겁쟁이라 욕먹을 것 같고, 앞에 서자니 용기가 안 나
의자충을 방패삼아 그 뒤에서 쫓아오던 중이었다.
한데 의자충이 너무 어이없이 죽어버려 본의 아니게 선봉을 서게 되고
말았다.
허인은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활을 쏜 유수아를 경계하며 검을
대각선으로 들어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했다.
그때까지도 약간의 자존심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오는 관패를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고함 소리에 간이 쪼그라들고 발은 굳어버렸으며 머릿속은 하얗게 비었다.
그때 웅 하는 울림과 함께 관패의 도끼가 다시 날아왔다.
기겁을 한 허인이 본능적으로 검을 수평으로 들며 도끼를 막아갔다.
그러나 그것은 종이로 날아오는 바위를 막은 것이나 진배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허인은 완전히 겁을 먹고 있었기에 자신의 힘을 제대로 검에
불어넣지도 못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관패의 도끼는 허인의 검을 부수고 덤으로 그의
머리까지 날려버린 뒤 유유히 주인에게 돌아갔다.
그 도끼의 그림자 속에 숨어 날아온 또 한 대의 귀면천마시는 불과
오 일 전 새롭게 제일봉검대의 대주가 된 봉천구루검(鳳天駒婁劍) 악의겸
의 이마를 뚫고 들어가 박혔다.
그는 봉검대주가 되고 맡은 첫 임무에서 검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두 명의 십봉황과 제일봉검대주가 죽은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 세 명은 선두에 선 열 명의 고수들 중에서도 무공이 가장 강하고
맡은 역할도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싸우기도 전에 봉검대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이것은 바로 사공운이 바라던 바였다.
속전속결.
싸움을 가장 빨리 끝내는 방법은 머리를 잡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그것을 염두에 두었고 관패나 풍백, 진충, 유수아에게도 그렇게
지시를 내려놓았다.
사공운의 명령에 가장 충실한 것은 관패였다.
다시 한 번 으아악 하는 고함 소리가 들렸다.
마치 악마가 울부짖는 듯한 고함을 지르며 관패의 신형은 주춤거리며 서
있는 봉검대의 중앙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고함은 번개 뒤에 울리는 천둥이었고,
그는 양 떼 속에 뛰어든 한 마리 불곰이었다.
두 자루의 도끼를 좌우종횡으로 긋자 한순간에 십여 명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그들은 어김없이 여기저기가 부서진 채 죽어 있었다.
몇몇은 황급하게 검을 들어 도끼를 막았지만 무지막지한 도끼는 검과
사람을 한꺼번에 부쉈다.
그것도 모자라 어육으로 부서진 인간을 사방으로 뿌리고 있었다.
그 엄청난 위용에 질린 봉검대가 자신들도 모르게 뒤로 후퇴하고 있었다.
앞장 섰던 열 명의 고수들 중 한 명인 제이봉검대의 대주 냉면철검
(冷面鐵劍) 유악심은 세 명의 절정고수가 너무도 어이없이 죽자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뒤로 후퇴하려 했다.
그러나 유악심이 발걸음을 뒤로 돌리기도 전에 관패와 풍백, 진충의
신형이 들이닥쳤다.
유악심은 관패의 흉악한 인상에 기가 질려 기겁을 하고 옆으로 피해
버렸다.
그 순간 그의 정면으로 치고 들어온 자는 풍백이었다.
유악심은 관패보다 약해 보이는 풍백인지라 그래도 해볼 만은 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일검양단의 기세로 풍백의 머리를 그어 내렸다.
조금 전 자신의 비겁함을 숨기려는 듯 온 힘을 그 일검에 전부 쏟아
부었다.
그러나 그 검이 내려친 곳에는 이미 풍백의 그림자도 없었다.
빠… 빠르다.
이 한 마디가 그의 유언이 되었다.
풍백은 어느새 유악심의 옆에 서 있었고,
유악심의 머리는 몸과 서서히 분리되었다.
개자식, 내가 만만해 보이냐?
아쉽게도 풍백의 물음에 답해 줄 사람은 이미 죽어 있었다.
남아 있는 여섯 명의 고수들 중 두 명은 유수아의 귀면천마시에 죽었고,
두 명은 관패의 도끼에 고혼이 되었다.
한 명은 가장 약해 보이는 진충에게 달려들었다가 일검에 목숨을 잃었으며,
마지막 한 명은 풍백의 도에 목이 잘렸다.
반격이나 후퇴를 할 시간도 없었고,
어떻게 대항할 엄두도 안 나는 상황이었다.
사천왕이란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봉검대는 공격을 포기하고 안으로 도망쳐 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봉성이 보이는 곳에서 구경하던 수천 명의
구경꾼들은 기가 질려버렸다.
그들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사천왕의 신위는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사이 다섯의 신형이 봉성 안으로 사라졌다.
봉성 안에는 오천여 평에 달하는 넓은 연무장이 있었고,
그 연무장 뒤에는 거대한 누각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그 누각들을 감싸고 있는 삼 장 높이의 담들이 봉성의 폐쇄성을 상징적
으로 보여주었다.
제법 너른 연무장 사방으로 흩어진 봉검대는 사공운과 사천왕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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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
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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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
즐독!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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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그리고 감사 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