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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개그맨이자 MC, 이른바 '규라인'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수많은 스타들의 선배. 개그나 MC보다는 영화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뼛속까지 영화인, '하얀 국물 라면'의 열풍을 몰고 온 꼬꼬면의 개발자. 이경규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만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다양한 영역을 개척해 왔기 때문이리라. 오랜 방송 생활을 통해 굳어진 '호통' 이미지도 단 하나의 프로그램만으로 '힐링'으로 바꾸어 놓았다. 최근에는 생애 세 번째 영화, '전국노래자랑'이 개봉하기도 했다. 남들은 하나만 하기도 벅찬 활동들을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열정 이면에는 극심한 스트레스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담배는 오랜 세월 동안 소중한 벗이었다고 한다. 30년이 넘게 하루에만 두 갑씩이나 피울 정도의 골초였다.
대표적인 흡연 연예인이었던 이경규는 이제 금연 연예인으로 통한다.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담배를 시행착오 없이, 한 번에 끊은 덕분이다. 계기는 KBS에서 방영한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이었다. 2011년 1월 16일 방송된 남자의 자격에서는 '남자 그리고 암'이라는 주제로 출연진들이 검진을 받았다. 검사 결과 CT 촬영을 통해 이경규의 폐에서 폐기종 증세가 발견된 것. 이 결과에 충격을 받은 그는 금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애연가였던 만큼 과정은 힘들었다. "30년 넘게 담배를 피워오면서 단 한 번도 금연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담배가 삶의 낙이었던 그에게 금연은 고행에 가까웠다. 금연으로 인한 금단증상은 없었냐는 질문에 바로 "죽겠다"며 "몸에 열도 나고 짜증도 나고 힘도 없고 그랬죠"라고 푸념했을 정도다. 삶의 재미도 없어지고 스트레스도 늘었다고 한다. 제 몸 하나 살겠다고 30년 지기 친구를 버린 것 같아서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담배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수면제를 먹고서야 간신히 잘 때도 있었단다. 힘은 들었지만 '일반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이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는 철학을 지닌 만큼, 한 번 먹은 마음은 끝까지 지키기로 했다고 한다. 트위터에 금연 현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팬들에게도 알려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담배 생각이 나면 물을 마셨다고 한다. 덕분에 금연의 가장 큰 적이라는 군것질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경규는 다행히 '금연 명예홍보대사' 위촉을 받을 정도로 모범적인 금연 연예인으로 남았지만 지금도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을 만큼 공황장애가 심해지는 부작용도 있었다. 최근에는 '전국노래자랑' 개봉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더욱 심해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영화인으로서의 삶이 중요한 일생의 목표였기에 심적인 피로와 압박감이 컸던 탓이리라.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담배에 의존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공황장애는 심리적인 요인이 큰 질환이기 때문에 마음을 잘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그가 진행하는 '힐링캠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난 것도 도움이 됐다.
고생이 많았지만 후회는 없다고. 최근 방송에서 혹시라도 다시 피울지 몰라 금연 명예홍보대사 위촉을 고사했다는 농담을 하기는 했지만, 애연가 이경규가 금연을 통해 흡연자들에게 자극을 주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금연을 결심하면서 이경규가 남긴 말의 울림은 여전히 크다.
"건강을 챙기는 것도 진정한 남자의 자격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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