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_Y727lWEe2E?si=ZosawKE52fsdVe3u
글쓴이가 소개하려는 텔레만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걸리버 모음곡’은 반주의 도움없이 바이올린 두대만으로 연주되도록 만들어진 짧은 음악인데, 그의 다른 무반주 음악인 바이올린 환상곡이나 플룻 환상곡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바로크음악으로는 독특하게 표제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데, 이 곡의 이해를 위해서는 음악가 텔레만과 문학가인 조나단 스위프트 및 그의 작품 ‘걸리버 여행기’에 대하여 조금 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건강한 텔레만의 음악
텔레만(Georg Philipp Telemann/ 1681∼1767)은 바흐보다 4살 연장자로 마그데부르크 출생하여 후기 바로크시대를 이끈 작곡가중 하나다. 처음에는 라이프치히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였으나 이후 음악으로 전향하여 같은 세대인 바흐, 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한 거물급 작곡가가 되었다. 그의 음악은 화성적인 면을 잘 살린 헨델이나 대위법을 극대화시킨 바흐와는 달리 신선한 선율미와 생기가 넘치는 리듬을 특징으로 하는데, 다가올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음악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텔레만에게는 바흐음악이 주는 숭고성이나 헨델음악이 주는 웅장한 맛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는 바흐나 헨델보다도 더욱 활기차고 건강한 느낌이 드는 음악을 창출하는데 성공하였던 것 같다. 또한 고전파음악에서 보이는 정제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많은 작품을 남긴 작곡가로 그는 4000여곡 이상의 작품을 창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텔레만은 바흐라는 거목에 가리어 많은 경우 그의 존재자체가 색 바랜 감이 있지만, 글쓴이는 그의 음악은 바로크의 굴레로부터 이탈하여 고전파로 나아가는데 일정한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는 아일랜드 더블린 태생의 풍자문학작가로 성직자 및 정치평론가로도 활동하였다. 그의 대표적 저서인 걸리버 여행기(1726)는 우리에겐 마치 우화처럼 느껴지는 작품인데, 특히 어릴 때 누구나 읽은 기억이 있을 난쟁이 나라와 거인국 이야기 때문에 다소 동심을 자극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대 사회의 모순을 예리한 시각과 풍자적인 기지로 바라보는 패러디 문학의 진수이다. 초등학교 어린이가 읽어야할 책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할 만큼 그 뿜어내는 의미가 너무도 깊다.
당시 영국의 휘그당과 토리당 사이에 벌어진 무가치한 당파싸움을 풍자하기 위해 설정된 난쟁이 나라(Lilliput), 전쟁이 없는 이상 사회를 묘사한 거인국(Brobdingnag), 무익한 공상에 잠겨서 실현 불가능한 일에 몰두하는 몽상가들이 사는 라퓨타(Laputa)섬, 냄새나고 교양 없는 짐승 같은 인간인 야후(Yahoo)와 이성과 예절을 겸비한 말인 후이넘( Houyhnhnms)이 살고 있는 섬 등의 가상적 세계에 대한 비판적 관찰을 통해서 스위프트는 인간사회의 여러 티끌이라 할 수 있는 위선, 교만, 아첨, 허황됨, 정치의 부패, 정당이나 종파간의 무의미한 싸움, 주장의 편협성, 학문의 편견성, 재판의 불공평, 교육의 무능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이 소설로 어쩌면 우리 인류를 향해서 일종의 독설의 화살을 쏜 셈인데, 그가 설파한 예리한 풍자의 메시지는 바다를 넘어 300년 가까이 지난 우리사회를 그대로 관통한다 할 것이다.
우수꽝스러움과 진지함이 교차하는 패러디 음악!
이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걸리버 모음곡’은 D장조 조성을 가진 7분이 조금 넘는 음악으로 ①서두부분, ②난쟁이나라 사람을 위한 샤콘느, ③거인국 사람을 위한 지그, ④라퓨타섬 사람들과 허풍선이들을 위한 사람들의 몽상, ⑤후이넘과 야후를 위한 루르 등의 짧은 5개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텔레만은 이곡을 통해 당시에 유행한 걸리버 여행기를 또 다른 각도에서 은근히 풍자하고 있는 듯 한데, 그가 사용한 풍자의 방법은 음악적 내용을 가지고 감상자의 귀에 대놓고 표출시키기 보다는 다소 소극적으로 악보의 음표와 박자에 독특한 변형을 가는 시각적인 방법을 취하여 전달하고 있다. 특히, 그런 면이 눈에 현저히 드러나는 악장은 제2. 3악장이다.
먼저 ‘서두부분’은 서곡같이 다소 위풍당당하게 시작한다. D장조 조성의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곡으로 진지함과 장난스러움이 교차하는 것이 감지된다. 진지함이 바로크적 함의라면 천진스러움은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적인 함의라고 할 수는 없는지? 짧지만 앞으로 펼쳐질 이상한 나라의 여행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다음의 ‘난쟁이 나라 사람을 위한 샤콘느’는 샤콘느라는 다소 거창한 표현을 하고 있지만, 장중한 느낌의 3/4박자가 아닌 3/32박자의 경쾌한 악장이다. 짜잘한 음표 128개를 배치시켜 난쟁이 나라를 은근히 패러디하고 있다. 선율적으로도 여기서는 다소 성마른 느낌이 드는데, 이것은 사소한데 목숨 거는 행태를 비판하는 풍자라 할 것이다. 세 번째 ‘거인국 사람을 위한 지그’에서는 12/8박자 대신에 24/Ⅰ박자를 사용하여 온음표가 가장 짧은 음가의 음표(?)로 되게 하고 있다. 다음의 네 번째 악장은 몽상적인 느낌과 허풍쟁이의 느낌을 묘사하고 있는데, 허황된 몽상은 느리고 낮은 선율로 허풍 떠는 부분은 높고 촉급한 선율로 각각 대비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인 ‘후이넘과 야후를 위한 루르 악장’도 네 번째 악장과 비슷한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루르의 활발한 리듬아래 후이넘의 이성적이고 절제된 모습과 Yahoo의 거칠고 교양 없이 날뛰는 모습을 그렇게 무겁지 않은 분위기속에서 표현하고 있다. 이 곡에 대한 텔레만의 접근은 진지함 반 유희 반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결코 음악이 교훈적으로 되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으며 그저 쉽고 재미있게 지나가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는 듯하다.
요컨대 텔레만의 이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걸리버 모음곡’은 청각이라기보다는 시각적인 소극적인 형태로 당시의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음악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가볍고 신선한 패러디양상은 요즘의 여러 패러디물에서도 느껴지는 공통된 현상이라 생각된다. (BACH2138)
P.S -이 글은 앤드류 맨츠 음반 및 그 해설지를 바탕으로 쓴 것 입니다. 음악자체의 해설부분은 제가 해설지를 나름대로 번역하여서 썼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글쓴이: 베토벨라
https://youtu.be/ICrefXpPiRk?si=vbF9ZuF-AogT33ov
Georg Philipp Telemann (1681-1767) - 'Gulliver's Travels' for 2 Violins, TWV 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