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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4 피어오르는 김 시 132:1-12; 삼하 23:1-7; 계 1:4b-8; 요 18:33-37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노벨 수상자의 시집입니다. 시적이고 문학적 표현이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말입니다. 어떤 물건이 아닌 시간을 서랍에 넣어 둘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할 말은 아닙니다. 저녁에 일어날 어떤 일들을 일어나지 않게끔, 혹은 저녁에 일어날 어떤 일들을 늦추거나, 아예 갖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저녁 시간을 갖지 않겠다거나, 저녁 시간을 맞출 수 없다거나, 저녁 시간이 없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목부터 물음표를 찍으며 첫 장을 넘깁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 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마침, 식당에서 일하기에, 밥을 먹다가 생각났다며 반장에게 필사본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사람은 퉁명스럽게 “뚱딴지”라고 했고, 한 사람은 ‘무표정’이었습니다. 한강의 글이 아닌 제가 쓴걸로 알았던지, 10여 명의 반응이 모두 비슷했습니다. 후에 출처를 밝히자 다소 어색한 표정을 감추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용기의 헛소리라고 생각했던 글이 세계적 작가의 글이라니 웃고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내면에 갖고 있는 존엄성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내면의 존엄성은 추후로 돌리고, 밥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봅니다. 거의 매일, 어쩌면 한평생 본, 어쩌면 조금 후에도 볼 수 있는, 그 순간입니다. 밥에서 피어오르는 김, 그것을 보고 깨닫는 작가의 눈과 저의 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것도 존엄의 문제일 수 있을까요? 주체적 삶, 자기의 삶, 삶의 주인공이 자기가 되는 삶, 자기의 길을 걷는 삶, 느릿느릿 느리지만,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주체성, 조금씩 그렇게 깨달아가고, 늦가을의 황금들녘처럼 누렇게, 고개 숙일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각난 퍼즐 같습니다.
오늘 사무엘 하 본문에도 유사한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뉩니다. 한쪽은 “백성을 정으로 다스리는 자, 하느님 두려운 줄 알고 왕 노릇 할 자(공동번역)”이고, 한쪽은 “하늘 두려운 줄 모르는 자”입니다. 의인과 악인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확연합니다. 전자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는 아침에 터져 오는 햇빛, 구름이 걷힌 아침의 해 같아, 이슬을 머금은 푸성귀가 땅에서 이 빛을 받아 자란다...왕실이 어찌 흔들리랴? 어찌 번성하지 않으랴?” 후자는 이렇습니다. “빈들의 가시나무 같아 사람들이 집었다가도 곧 내버린다. 쇠꼬챙이나 창대를 가지지 않고는 건드리지 못할 것들, 불에 살라 태워버릴 수밖에” 웬만해서는 거의 다 비슷하거나 같은 깨달음을 갖습니다. 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이 문제입니다. 위에서 지나는 생각처럼, 주체적이지 못해서일까요? 현실의 무게가 너무 벅참일까요?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삶입니다. 그 결과가 너무나 참담하고 참혹합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깨달으면서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전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의로운 삶, 공의로운 삶, 하나님 두려운 줄 알고 사는 삶, 왜 그렇게 힘든 일일까요?
위키드(WICKED)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사악하다는 뜻의 제목처럼 인간의 사악함을 재미있게 표현합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기 보다는 틀림과 잘못됨으로 차단하고 거부합니다.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종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종-부류로 자신을 위한 수단입니다. 흑인을 노예로 생각했던 것처럼, 노예는 사냥개의 먹잇감으로도 던져버렸다는 사실입니다. 다름을 잘못으로, 차이를 차별로, 급기야 영화에서는 마녀로 만들어 버립니다. 모두가 마녀사냥에 목숨을 겁니다. 마녀는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사악함이 만들어 낸 산물입니다. 마녀사냥에 몰두하는 그 순간을 노리는 악이 있습니다. 절대 악입니다. 그 절대 악이 마녀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 절대 악이 선동합니다. 마녀를 사냥하라고. 중세시대의 마녀사냥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마녀로 처형되었습니까? 무고한 희생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고 잘못되었다 결정해버립니다. 군사독재에 얼마나 많은 무고한 희생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네오콘의 탐욕이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고 있는지 모릅니다.
복음서 본문에 빌라도는 예수에게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라고 묻습니다. 그때 예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내가 왕이라고 네가 말했다.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 진리 편에 선 사람은 내 말을 귀담아 듣는다”
침묵합니다!
241124 시 132:1-12; 삼하 23:1-7; 계 1:4b-8; 요 18:33-37
시 132:1-12
1 주님, 다윗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그가 겪은 그 모든 역경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2 다윗이 주님께 맹세하고, 야곱의 전능하신 분께 서약하기를
3 "내가 내 집 장막에 들어가지 아니하며, 내 침상에도 오르지 아니하며
4 눈을 붙이고, 깊은 잠에 빠지지도 아니할 것이며, 눈꺼풀에 얕은 잠도 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5 주께서 계실 장막을 마련할 때까지, 야곱의 전능하신 분이 계실 곳을 찾아낼 때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였습니다.
6 1)법궤가 있다는 말을 에브라다에서 듣고, 야알의 들에서 그것을 찾았다.
7 "그분 계신 곳으로 가자. 그 발 아래에 엎드려 경배하자."
8 주님, 일어나셔서 주께서 쉬실 그 곳으로 드십시오. 주의 권능 깃들인 법궤와 함께 그 곳으로 드십시오.
9 주의 제사장들이 의로운 일을 하게 해주시고, 주의 성도들도 기쁨의 함성을 높이게 해주십시오.
10 주의 종 다윗에게 약속하셨으니, 주께서 기름 부어서 세우신 그 종을 물리치지 말아 주십시오.
11 주께서 다윗에게 맹세하셨으니, 그는 성실하셔서 변경하지 아니하신다. "네 몸에서 난 자손 가운데서, 한 사람을 왕으로 삼을 것이니, 그가 네 뒤를 이어서 왕위에 앉는다.
12 네 자손이 나와 더불어 맺은 언약을 지키고, 내가 가르친 그 법도를 지키면, 그들의 자손이 대대로 네 뒤를 이어서 왕이 되게 하겠다" 하셨다.
공동번역
1 야훼여, 다윗을 생각해 주소서. 얼마나 애썼는지 생각하소서,
2 야훼께 맹세하며, 야곱의 전능하신 분께 선서하며 그는 이렇게 말하였읍니다.
3 나는 내 집에 들어 가지 않겠읍니다. 잠자리에 들어 편히 쉴 수도 없읍니다,
4 눈붙이고 잠들지 못하겠읍니다. 눈시울에 선잠조차 붙일 수가 없읍니다."
5 "야훼 계실 장막을 마련하기까지, 야곱의 전능하신 분이 계실 곳을 찾을 때까지
6 계약궤가 있다는 말을 에브라다에서 듣고 야알 들에서 그것을 찾았읍니다.
7 그분 계시는 곳으로 들어 가자. 그 발 앞에 엎드려 경배하자.
8 야훼여, 당신 쉬실 곳으로 갑시다. 당신의 힘 깃들인 계약궤와 함께 갑시다.
9 당신의 사제들은 정의의 옷 펄럭이고, 당신을 믿는 자들 입에서는 기쁨의 환성이 터지게 하소서.
10 당신의 종 다윗을 보시고 몸소 기름부어 세우신 왕을 물리치지 마소서.
11 야훼께서 다윗에게 하신 맹세, 어길 수 없는 진실된 맹세, "네 몸에서 난 후손을 너에게 준 왕좌에 앉히리라.
12 네 후손이 나와의 계약을 지키고 내가 가르쳐 준 법대로 살면, 대대로 네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리라."
삼하 23:1-7
1 이것은 다윗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새의 아들 다윗이 말한다. 높이 일으켜 세움을 받은 용사, 야곱의 하나님이 기름 부어 세우신 왕, 이스라엘에서 아름다운 시를 읊는 사람이 말한다.
2 주의 영이 나를 통하여 말씀하시니, 그의 말씀이 나의 혀에 담겼다.
3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이스라엘의 반석께서 나에게 이르셨다. 모든 사람을 공의로 다스리는 왕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면서 다스리는 왕은,
4 구름이 끼지 않은 아침에 떠오르는 맑은 아침 햇살과 같다고 하시고, 비가 온 뒤에 땅에서 새싹을 돋게 하는 햇빛과도 같다고 하셨다.
5 진실로 나의 왕실이 하나님 앞에서 그와 같지 아니한가? 하나님이 나로 더불어 영원한 언약을 세우시고, 만사에 아쉬움 없이 잘 갖추어 주시고 견고하게 하셨으니, 어찌 나의 구원을 이루지 않으시며, 어찌 나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시랴?
6 그러나 악한 사람들은 아무도 손으로 움켜 쥘 수 없는 가시덤불과 같아서,
7 쇠꼬챙이나 창자루가 없이는 만질 수도 없는 것, 불에 살라 태울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공동번역1 이것은 다윗이 남긴 마지막 말이다. 야곱의 하느님께서 기름부어 세우신 자요, 이스라엘의 수호자가 귀여워하시는 자, 이새의 아들 다윗의 말이다. 가장 높으신 분이 세우신 영웅의 말이다.
2 야훼께서 나에게 영감을 주시어 말씀하셨다. 당신의 말씀을 내 혀에 담아 주셨다.
3 야곱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스라엘의 바위 되시는 이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백성을 정의로 다스리는 자, 하느님 두려운 줄 알고 왕노릇할 자,
4 그는 아침에 터져 오는 햇빛, 구름이 걷힌 아침의 해 같아, 이슬을 머금은 푸성귀가 땅에서 이 빛을 받아 자란다."
5 야훼께서 나와 영원한 계약을 맺으시고, 조목조목 잘 지켜 주셨는데 하느님께서 붙드시는 나의 왕실이 어찌 흔들리랴? 하느님께서 나를 좋아하시어 번번이 구해 주셨는데, 나의 왕실이 어찌 번성하지 않으랴?
6 그러나 하늘 두려운 줄 모르는 자들은 마치 빈들의 가시나무 같아 사람들이 집었다가도 곧 내버린다.
7 쇠꼬챙이나 창대를 가지지 않고는 건드리지 못할 것들, 불에 살라 태워 버릴 수밖에.
계 1:4b-8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또 장차 오실 그분이 내려 주시고, 그의 보좌 앞에 있는 일곱 영이 내려 주시고,
5 또 신실한 증인이시요 1)죽은 사람의 첫 열매이시요 땅 위의 왕들의 지배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 주시는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며, 자기의 피로 우리의 죄에서 우리를 2)해방하여 주셨고,
6 우리로 나라를 이루셔서, 자기의 아버지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으로 삼아 주셨습니다. 그에게 영광과 권세가 영원무궁 하도록 있기를 빕니다. 아멘.
7 3)"보아라, 그가 구름을 타고 오신다. 4)눈이 있는 사람은 다 그를 볼 것이요, 그를 찌른 사람들도 볼 것이다. 땅 위의 모든 족속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이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8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나님께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공동번역 지금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또 장차 오실 그분과 그분의 옥좌 앞에 있는 일곱 영신께서,
5 그리고 진실한 증인이시며, 죽음으로부터 제일 먼저 살아나신 분이시며, 땅 위의 모든 왕들의 지배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에게 은총과 평화를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피로써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6 우리로 하여금 한 왕국을 이루게 하시고 또 당신의 하느님 아버지를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서 영광과 권세를 영원무궁토록 누리시기를 빕니다. 아멘.
7 1)그분은 구름을 타고 오십니다. 모든 눈이 그를 2)볼 것이며 그분을 찌른 자들도 볼 것입니다. 땅 위에서는 모든 민족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8 지금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고 말씀하셨읍니다.
요 18:33-37
33 빌라도가 다시 1)공관 안으로 들어가, 예수를 불러내서 물었다. "네가 유대 사람의 왕이냐?"
34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네가 하는 그 말은 네 생각에서 나온 말이냐? 그렇지 않으면, 나를 두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여 준 것이냐?"
35 빌라도가 말하였다. "내가 유대인이란 말이냐? 네 동족과 대제사장들이 너를 내게 넘겼다. 너는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
36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 내 나라가 세상에 속한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
37 빌라도가 예수께 "그러면 네가 왕이냐?" 하고 물으니,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네가 말한 대로 나는 왕이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을 듣는다."
공동번역
33 빌라도는 다시 관저 안으로 들어 가서 예수를 불러 놓고 "네가 유다인의 왕인가?" 하고 물었다.
34 예수께서는 "그것은 네 말이냐? 아니면 나에 관해서 다른 사람이 들려 준 말을 듣고 하는 말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35 빌라도는 "내가 유다인인 줄로 아느냐? 너를 내게 넘겨 준 자들은 너희 동족과 대사제들인데 도대체 너는 무슨 일을 했느냐?" 하고 물었다.
36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만일 내 왕국이 이 세상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다인들의 손에 넘어 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 내 왕국은 결코 이 세상 것이 아니다."
37 "아뭏든 네가 왕이냐?" 하고 빌라도가 묻자 예수께서는 "내가 왕이라고 네가 말했다.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 진리 편에 선 사람은 내 말을 귀담아 듣는다" 하고 대답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