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4장 인간세(人間世) 7절
- 어쩌는 수 없이(不得已)되도록 처신함 -
[원문]
안회가 말하였다. “저는 처음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여 실로 자기에게 얽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게 되자 처음부터 자기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텅 비었다’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다 되었다! 내 네게 얘기해 주마. 그대는 그 나라로 들어가 활동한다 하더라도 명성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이 생기면 호응하여 움직이고 일이 생기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것이다. 자기를 내세우지 말고 자기 생각을 앞세우지 말 것이며, 한결같은 순수한 마음을 지녀 어쩌는 수 없이 되도록 처신한다면 거의 완전하게 될 것이다.
행적을 숨기기는 쉽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기는 어렵다. 사람에게 부림을 당할 적에는 그대로 하기가 쉽지만, 하늘의 부림을 당할 적에는 그대로 하기가 어렵다. 날개를 가지고 나는 것이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날개 없이 나는 것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지각(知覺)을 가지고 무엇을 안다는 말은 들은 일이 있으나, 지각도 없이 아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일이 없다. 저 공허한 경지를 바라보노라면 텅 빈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행복하고 좋은 일은 이런 곳에 머물게 된다. 행복하고 좋은 일이 머물지 않는 것을, 이곳에 앉아 있으면서도 정신은 딴 곳으로 달린다고 말하는 것이다. 귀와 눈을 속 마음으로 통하게 하고서 그의 마음과 지각을 밖으로 내보낸다면, 귀신이라 하더라도 찾아와 그에게 머물게 될 것이다. 하물며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이것이 만물의 변화에 호응하는 것이다.
우(禹)임금이나 순(舜)임금도 법도로 삼았던 것이다. 복희(伏羲)나 궤거(几蘧) 같은 제왕이 평생토록 실행한 요점도 이것이었다. 그러니 하물며 보통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문해 도움글]
◆ 1-1
◼ “그렇게 하지 못하여 실로 자기에게 얽매어 있었습니다.” : 심재(心齋)를 하지 못하여 자신의 관점을 버리지 못하였습니다.
◼ “그렇게 하게 되자 처음부터 자기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 심재(마음의 재계)를 하니 자신의 관점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 “이제는 ‘텅 비었다’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 이제는 저의 마음이 완전히 비워졌다고 해도 되겠습니까?
◆ 1-2
◼ “처음부터 자기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 자기가 태어났고 지금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가?
◼ 경지(齊物)의 높은 정도 3단계 : 유무상생(有無相生) 〉 만물같음(齊物) 〉 시비없음(無是非) {『장자』 2편(제물론) 11절}
◆ 2-1
◼ “명성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게 된 것” : 탈명예(脫名譽)
◼ “일이 생기면 호응하여 움직이고 일이 생기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것” : 지진퇴(知進退)
◼ “자기를 내세우지 말고 자기 생각을 앞세우지 말 것” : 무기(無己)
◼ “어쩌는 수 없이 되도록 처신함” : 부득이(不得已)
◆ 2-2
◼ 부득이의 일반적 의미 : 선택지가 없어 억지로(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함.
◼ 장자에서의 부득이의 의미 : 억지로(人爲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그렇게 됨. 의도와 계산을 버린(마음을 비운)상태에서 저절로 작동함.
◆ 3-1
◼ “흔적을 남기지 않기는 어렵다.” :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숨기는 것보다 내면의 습관과 욕망을 비우기가 더 어려움.
◼ “하늘의 부림을 당할 적에는 그대로 하기가 어렵다.” : 외부 규칙에 따라 사는 것은 쉽지만 자연스럽게 사는 것은 어려움.
◼ “날개 없이 나는 것이 있다.” : 모두가 정해진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상식에서 벗어나면 틀 없는 성장과 자유로운 도약이 있음.
◆ 3-2
◼ “지각도 없이 아는 사람이 있다.” : 주어진 정보와 감각과 자신의 이성적 판단에 매몰되지 말며 직관적이고 고요한 지혜를 신뢰함.
◼ “공허한 경지를 바라보노라면 텅 빈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 마음이 비워지는(無知의 知 ;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아는)만큼 더 밝아짐.
◆ 4-1
◼ “행복하고 좋은 일은 이런 곳에 머물게 된다.” : 마음을 비우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행복하고 좋은 일로 생각하게 됨.
◼ 행복하고 좋은 일이 머물지 않는 이유 : 이곳에 앉아 있으면서도 정신은 딴(자신을 돋보이게 하는)곳으로 달리기 때문임.
◼ “귀와 눈을 속 마음으로 통하게 하고서 그의 마음과 지각을 밖으로 내보낸다.” : 감각자료들을 포함한 자신의 앎을 떨쳐냄.
◆ 4-2
◼ “귀신이라 하더라도 찾아와 그에게 머물게 될 것이다.” : 귀신처럼 영험한 기운도 그 빈 마음에 들어올 것임.
◼ “하물며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 행복을 불러올 좋은 사람들도 그 사람 주변에 모여들 것임.
◼ “이것이 만물의 변화에 호응하는 것이다.” : 어떤 상황에 처해져도 그 상황에 맞추어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음.
◆ 5-1
◼ 우(禹)임금 : 중국 전설상의 하(夏) 왕조의 건국자. 홍수를 다스림. 순임금에게서 선양(禪讓)을 받아 왕이 됨.
◼ 순(舜)임금 : 요(堯) · 순(舜) · 우(禹)로 이어지는 성군(聖君)의 계보 중 두 번째. 효행(孝行)과 덕으로 요임금에게 발탁됨.
◼ “우(禹)임금이나 순(舜)임금도 법도로 삼았던 것이다.” : 성군(聖君)들이 자신과 나라를 다스릴 때의 기준으로 삼았음.
◆ 5-2
◼ 복희(伏羲) : 신농(神農), 황제(黃帝)와 더불어 삼황(三皇) 중 한 명. 인류 문명의 창시 신(神). 팔괘(八卦)를 창제함.
◼ 궤거(几蘧) : 장자에서 ‘가장 자연(自然)스러움’을 체현한 인물. 외모는 불구(不具). 덕(德)이 충만한 사람임.
◼ “복희(伏羲)나 궤거(几蘧) 같은 제왕이 평생토록 실행한 요점” : 선신(善神)과 덕충(德充)의 인간(왕)이 지닌 덕(德).
◆ 5-3
◼ “하물며 보통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느냐?”
◼ 보통 사람이 이렇게 훌륭한 덕을 행한다면, 하늘과 귀신이 도울 것이다. 그래서 폭정을 하는 왕에게 나아가도 해침을 당하지 않을 것이며, 물러서서 조용히 있어도 행복한 삶을 누릴 것이다.
[질 문]
◼ 장자는 결국 우리에게 마음을 비우라고 하는가?
◼ 마음을 비우면 어떤 느낌인가?
◼ 마음을 비우면 정말 행복할 수 있는가?
◼ 마음을 어떻게 비울 수 있는가?
〈이어지는 강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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