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 공사측량, 이대로는 안된다.
출처 / 측량 2003년 3-4월호
글.임 수 봉 / (주)동원측량콘설탄트 대표이사/측량 및 지형공간정보기술사
【 무방비 공사측량, 이대로는 안된다 】
공사측량은 모든 건설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및 유지관리등에 있어 시설물의 위치를 결정하고
측설하며 시공 중 또는 시공 후 변위계측을 통해 시설물의 유지관리를 수행할 뿐 아니라 각 시설물간의
공간적인 위치관계를 규명하여 이를 향후의 시설계획에 활용하도록 하는 건설 기술로서 모든 공사의
전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핵심 기술임은 물론 시설물의 종류가 다양하고 복잡하며 그 규모가
커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는 다분히 선진국형 기술분야의 성격을 띠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7∼80년대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만큼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였고 그렇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되는 도로, 철도, 항만, 지하철 등의 각종 사회기반 시설이 경제 성장 속도에 맞추어 그때그때
신속히 뒷받침되었던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88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이후 90년대에 들어서는 국민 소득이 급격히 증가하고
산업화의 영향으로 도시의 규모가 거대해 지고 인구와 차량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를
수용하기위한 각종 도시 기반 시설물 역시 급박하게 건설되었으며 지상 공간만으로는 이러한 시설물의
설치 공간이 부족하고 도시안전, 환경, 경관 등에 대한 인식의 증대로 말미암아 지하공간에도 수많은
시설물을 설치하게 됨으로써 지금은 신규 시설물의 설치 공간을 찾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공간구조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도시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시설물 확충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절실해지고
이에 부응하다보니 백년대계를 세우는 것보다는 급하게 도시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품질이나 안전
그리고 공간관리 보다는 공기단축과 비용절감 등이 우선시 되는 건설풍토가 조성되었고 이는 곧
상대적 부실공사를 야기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급기야 90년대 초부터는 구포 열차 사고를 필두로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아현동 가스폭발,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등 대형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도 교량이나 사면 등의
각종 구조물이 부분적으로 붕괴되는 등 크고 작은 부실공사의 흔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사고들은 면면히 살펴보면 그 원인이 시설물의 공사나 사후 유지관리에 있어 지속적인
구조 점검이나 안전점검 등의 관리를 소홀히 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소홀한 측량관리도
사고의 한 원인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지속적인 시설물의 변위계측이나 지하시설물의
공간정보관리 만이라도 제대로 수행했더라면 최소한 대규모의 인명 피해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또한 서울을 비롯한 몇몇 대도시는 이제 완숙한 도시의 형태를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신규 시설물의
공사보다는 오히려 기존 시설물의 유지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하는 시점에 있다.
신구 시설물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운데에서 노후 시설물만을 부분적으로 개량하거나 교체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그리고 선진도시화로 인해 지가도 높고, 국민 의식의 변화로 민원도 많이 발생할 뿐
아니라 기존시설물 등의 장애물이 너무 많아 쉽게 공사하기도 어려워 졌다.
후진국처럼 지장물이 거의 없는 자연 상태의 토지 위에서 용이하게 시설물을 건설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구조물의 형태가 복잡하고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단순 측량에 의존해서는
구조물의 정밀 시공이 어려워졌다.
지금처럼 눈에 띄는 지상의 지형만을 기초로 설계를 해 보아야 지하 구조물의 지장으로 인해 그대로
시공이 되질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술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사측량, 부실공사 방치하는 결과 초래
현대측량의 개념이 과거처럼 토지 측량과 같은 평면개념에 국한되지 않고 지상, 지하, 수중 및
공중의 공간 개념으로 발전한 만큼 이제는 공사 측량의 개념도 새로이 바뀌어야 한다.
다행히 80년대에 후반에 우리나라도 소위 건기법 ( 건설기술관리법 )을 제정하여 그동안 소홀했던
품질이나 안전 분야의 시행기준을 확보함으로써 선진 건설산업을 도모하기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측량분야에 관해서는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음으로써 그에 따른 부실공사의
여지가 계속 남아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측량분야도 건기법에 그 시행기준을 명시하여 설계, 시공, 감리 및 유지관리에 이르는 모든
건설공사 과정에서 측량이 올바로 수행 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말해서 지금과 같이 건설공사에 있어 측량이 누구에게나 기술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 소홀히
인식되고 그것으로 인해 부실공사가 유발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 건기법은 어떻게 되어있는가?
1987년 10월에 제정되어 여러차례 개정을 거친 끝에 2001년 12월 31일 최종으로 개정된 현행 건기법중
측량 분야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설계를 위한 조사측량 외에는 정작 필요한 시공이나 시공감리
또는 시설물의 안전진단이나 유지 관리 부분에서는 측량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설계 부분에 있어서는 기본설계나 실시설계 시 측량비용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과 설계감리의
업무 범위에 측량 및 지반조사의 적정성 검토항목이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다른 분야와 달리 측량을
소홀히 하여 설계도서상의 지형공간정보가 현장과 상이함으로써 구조물 설치 위치를 변경시키거나
구조물의 재설계에 기인하는 공사비용의 현저한 증가나 공사 기간을 현저히 지연시킬 경우의 벌칙
조항들이 미약하기 때문에 설계사에서 측량업체에 외주를 주는 경우 턱없이 적은 금액으로 측량을
강요하는 경우가 발생된다.
또한 전술한 바와 같이 도심지의 경우는 지상뿐만 아니라 지하 공간에도 엄청난 지장물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측량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설계측량 시 지하 시설물 측량을 간과하는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근한 예로 지하공간의 측량이 소홀히 되어 교량의 우물통 기초나 지하철 환기구 등의 설계를
다시 하거나 시공 위치를 확정하지 못해 공기가 지연되는 사례가 상당수 발생되는데 이와같은
경우 역시 철저한 지도 감독이 요구된다 하겠다.
측량소홀로 인한 재시공률 10% 상회, 측량관리 위험수위 넘어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시공 및 유지관리의 측량에 있다.
현행 건기법의 시공, 시공감리 및 유지관리에 대한 업무규정 내용을 살펴보면 측량에 관한 한
그 용어조차 나오질 않는다.
품질관리 분야만 보더라도 공사관리계획을 비롯하여 시공시, 준공시, 유지관리시에 이르기까지
그 업무 규정이 일관성있게 명시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시행해야할 품질시험의 종류나 품질시험 및
검사를 위한 시설 및 인력 기준 등이 매우 상세하고 명확하게 기술되고 있다.
예를들면, 전면 책임감리 대상인 건설공사로써 총 공사비가 500억원 이상인 건설 공사의 경우 고급,
중급 및 초급 품질 관리원이 각각 1인이상 현장에 배치되어야 하고 시험실의 규모가 100㎡ 이상
이어야 하며 비치해야 할 시험 및 검사 장비목록 등이 명시되어 있고 건설업자는 품질보증계획에
따라 품질관리 기술 자격자를 반드시 고용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품질검사 전문기관에 시험 및
검사를 대행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기법에서는 이와같이 공사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시험실 면적 및 시험ㆍ검사인력의 현장 배치 등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감리원의 업무범위에도 품질시험 및 성과에 대한 검토ㆍ확인 항목을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사측량은 지금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한마디로 무방비 상태다.
제도적 장치도 없고 내부 규정도 없다. 그저 측량은 구조물 시공을 위한 보조수단이라는 인식하에
일반적으로 측량 분야의 기술자격이 없는 일반 기술자에 의해 수행되며 일부 시공사에는 측량 전담
직원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측량은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으며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장에 감리원이 있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감리원의 측량에 대한 인식이 생각보다 높지 않아
측량 검측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질 않는다. 대부분의 시공측량은 하청업체의 말단 직원에 의해
수행이 되며 측량할 때에는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가만히 있다가 결과가 잘못되면 그제서야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재시공이라도 하게되면 원가 부담을 누가 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한 바탕 야단법석을 치르고 그로인해 사표를 던진 측량 담당자가 사실은 한둘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현재 건설현장에서 측량 소홀로 인한 재시공율이 무려 10%에 상회하고
있다는 어느 시공사의 내부보고는 우리나라 건설 산업에 있어 측량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시공측량이라는 것은 솔직히 측량 과정에서는 그 오류가 눈에 잘 띄질 않는다.
자재 정리나 안전시설 같은 것은 누구나 쉽게 시각적 인지가 가능하지만 측량은 아무리 고급기술자라도
정밀 측량장비를 통해 직접 관측하지않는한 여간해서는 그 오류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기술자나
심지어 기능공에게 무조건 맡기는식의 시공측량은 반드시 개선되어야하고 앞으로는 소정의 기술자격을
보유한 측량 기술자에 의해서 모든 측설과 검측이 수행되어져야 한다.
고도의 정확도가 요구되는 시공측량, 그러나 고급기술자 찾기 어려워
더욱이 최근건설공사는 고도의 정확도를 요하는 측량이 많은데 예를들어 교량의 슈 (shoe ;교량받침대)
설치같은 경우는 불과 1∼2mm 의 위치 정확도를 필요로 하며 수백개의 슈를 측설하게 되는데 각 슈의
위치가 3차원적으로 상호 균등한 정확도의 위치 관계를 갖아야 하므로 조금만 소홀히 측설하게 되는
경우 상부 구조물의 설치 규격이 틀려지며 설령 욕심을 부려 억지로 꿰어 맞춰 구조물을 설치하는 경우
교량의 구조에 불균형이 발생하여 차후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사실상 장대 교량의 경우 3차원적으로 1∼2mm 의 정확도로 교량받침대나 상부 구조물을 측설한다는
것은 상당한 정밀 측량기술로써 경험이 부족한 초급 기술자로만 측량이 수행되는 것은 대단히
위험 천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시공 현장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아무런 제약과 거리낌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저 말단 기술자나 기능공이 측량 기계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측량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설령 측량 경험이 많은 직원이 있어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해도 그는 웬만해서는
측량 업무에 간여하려 들지 않는다. 괜히 측량 한번 거들어 주었다가 그것이 계기가 되어 측량 업무라도
전담하게 되면 정말 피곤하고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같은 봉급 받아가면서 다른 업무보다 훨씬
힘들고 짜증나는 일이 측량이기 때문이다.
보다 솔직히 말해서 고참 대리나 과장 이상만 되면 대부분 측량업무를 기피하게 되는데 측량은 으례히
신입시절 한때 거쳐가는 정도의 업무라는 분위기를 유도함으로써 정작 관리자인 자신은 측량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만들어서 당당히 다른 업무를 맡곤한다.
그러면 시공회사 직원들이 왜 이토록 측량 업무를 기피하는가?
첫째, 인사상 불이익이 커서 진급이 안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시공측량 이라는 것은 단지 구조물 시공을 위한 보조수단일뿐 이라는 인식에서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시공현장에서는 측량 업무를 위한 인력, 장비 및 경비의 투입을 최대한 억제할뿐더러
공사과 직원으로 하여금 측량 업무만을 전담으로 맡기지 않고 꼭다른 업무를 겸직시키기 때문에
정상적인 측량 업무를 수행하기가 매우 힘들며 업무의 특성상 측량관리는 눈에 잘 띄질 않기 때문에
진급을 위한 실적 관리에 활용되기가 어려움은 물론 평소 아무리 잘 해 보아야 칭찬 받지도 못하면서
어쩌다 한번 실수하면 책임추궁이 너무 크기 때문에 너도나도 측량업무를 기피하게 된다.
게다가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 측량할 인원도 구하기 힘들어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첨단 측량장비나
소프트웨어, 전용컴퓨터 및 출력기기, 측량관리를 위한 별도의 작업공간 마련 등을 현장소장과
본사에 요청한다 해도 윗사람들의 측량에 대한 개념이 아직도 과거 시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런
지원요청은 번번히 거절되기 일쑤여서 현장에서의 시공측량은 지금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니 잘 해 보아야 생색(?)도 안나고 진급에는 반영되지도 않으면서 일거리 많고 짜증나는 측량을
서로 기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며, 설사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가능하면 측량업무를 맡지
않으려는 직원에게 장래의 진급을 보장할 자신이 없는 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무조건 측량업무를
담당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보면 결국 측량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힘없는 말단사원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나마도 공사를 수주한 원청회사 직원은 뒤에서 관리만 한다는 명목하에 모든
시공측량은 하청회사에 전가되고 하청회사 역시 측량담당은 그 회사의 말단사원에게 부여되고
마는 것이 통례이다.
둘째, 인력부족으로 일이 힘들다는 이유다.
최근의 인력난은 비단 측량업체 뿐만 아니라 시공회사에서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
사실 이는 어찌보면 토목분야 전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 국민의 직업관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소위 3D 업종에 속하는 분야에서는 인력부족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요즘 대학생들의 학과지원이나 취업 성향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대학 신입생들의 학과 지원 성향을 보면 토목과로의 지원이 현저히 저하될뿐 아니라 정원에
미달하는 사태까지 빈번히 일어나다보니 일부 대학에서는 토목과의 정원을 감축하고 대신 인기학과의
정원을 늘린다거나 아예 폐과까지 검토하는 구조조정안이 거론되고 있다고까지 한다.
졸업반 역시 전공을 포기하고 아예 유통업이나 자영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설사
전공을 찾아 취업한다해도 험한 시공현장 근무보다는 본사나 설계사무실등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에서만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경향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공사측량의 법적제도 확립과 저가수수 근절로 '제값'받는 풍토 조성해야
열악한 측량기술자 처우 개선할 수 있어
금년 초 모 전문대학 토목과 졸업생들의 취업결과를 분석해 보니 전공을 택해 설계사나 시공사에
취업한 인원이 불과 1/3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중 반은 대학 편입을 준비한다고 하고 나머지 반은
토목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로 취업했음을 보고 요즘 젊은이들의 직업관이 이젠 완전히 바뀌었음을
실감하였다.
이 모습을 보고 하도 답답해서 그 이유를 물어본 즉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였다. 일은 힘들어도 그에
상응하는 급여만 제대로 주면 기꺼히 도전하겠는데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기야 학과 사무실 게시판에 붙은 구인광고를 보면 전문대졸 신입사원 급여가 연봉 기준으로
1,200만∼1,500만원으로 기재되어 있음을 보았는데 취업 당사자들 얘기로는 요즘 어딜가도 그정도
봉급 안 주는데가 어디 있냐는 것이다.
하다못해 음식점에서 서빙만해도 그만큼은 받는데 시공현장가서 대접도 못받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먼지 뒤집어 써 가면서 그것도 공휴일도 제대로 못 찾아 먹는다는데 굳이 전공을 살린다는 이유로
힘들게 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장래 문제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어쨌든 싫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이 토목 현장을 기피하는 이유는 봉급도 적지만 일이 많고 근무 환경이 열악한데다
퇴근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휴일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요즘은 토요 휴무제가 없는 회사는 싫다는 얘기까지 들리고있다.
이렇듯 일반 시공현장도 직원 구하기가 어려운 마당에 측량업체에서 측량 전문 인력을 구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휴일날 꼬박 다 쉬고, 비와서 못하고, 추워서 못하고, 어두워져서 못하고, 기껏 측량해 놓은
것이 잘못돼서 다시하고, 오는데 가는데 시간 다 뺏기고..... 등등 차떼고 포떼고 나면 납품기한이
코앞에 닥쳐서 날씨 좋을 때 작업 독려하여 며칠만 강행군하면 신경들이 날카로워져서 작업지시조차
하기가 미안하고, 행여 그만두겠다는 이야기 나올까 두려워 직원 눈치를 살펴야 하는 측량업체로서는
이래저래 애만 탈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측량 기술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길 밖에 없다고 본다.
우선 업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급여를 현재의 수준에서 최소 30%∼50% 이상은 올려야 한다.
불과 1년전 모 일간지에 우리나라 1군 건설업체중 상위 3개사의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2,500 만원
정도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는 우리 측량 기술자 들에게 너무도 큰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다.
더욱이 그들은 공휴일은 물론 연월차, 리후레쉬 휴가등 각종 휴무 외에도 대기업 특유의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
물론 개인의 능력에 얼마간의 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급여와 복리후생에 관한 한 대기업 직원들과
중소규모 측량업체 직원들과의 격차는 너무나도 크다.
일의 수준, 강도, 스트레스등 어느것을 다 따져 보아도 그 큰 격차는 납득할 수가 없다.
그러니 누가 측량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며 이런 여건에서 과연 유능한 인재가 모여들 수 있을까?
우리 측량기술자들에게 적어도 다른 건설 기술자와 대등한 처우를 해주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저가수주를 근절하여 측량업체들이 적정한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서로 협심을 해야한다.
지금 1군 건설업체는 자사에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급여를 올리고 처우를
개선 하면서도 막상 그에 소요되는 비용은 하청업체에 저가 발주를 통한 차액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그들로부터 하청을 받아야 하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생존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대기업의 저가 수주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으므로 직원의 봉급인상이나 처우 개선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에 있다.
결국 직원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대기업으로부터의 저가 수주요구를 차단하고 적정 금액의 수주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측량업체 스스로가 상호 협력하여 저가 수주를 근절하는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사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대한측량협회에서 "측량표준 단가표"가
발간되어 측량용역 댓가가 공시됨으로써 적정금액 수주의 기준이 정해져 있어 그나마도 다행이었는데
이것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담합 내지는 불법이라는 명분으로 발간 중지가 된 것은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며 도대체 정부에서 제정한 건설공사 표준품셈에 정부고시 노임단가를 적용하여 보기쉽게 만든
측량표준단가표를 왜 규제하는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같은 측량업을 하면서도 대한지적공사는 소정의 단가표를 적용하여 적정한 이윤을 창출하는데 비하여
우리 측량업계는 왜 사분오열하여 대기업의 저가 수주 유도에 휘말려서 힘들게 일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해야 하는가?
담합이 아니라 우리도 이젠 서로 협심하여 일정금액 이하로는 수주를 하지 말아야 한다.
대기업이야 저가수주를 해도 하청 과정에서 저가 발주를 하면 그 손해를 하청업체에 전가할 수 있지만
우리 측량업체는 직접 작업을 수행해야 하므로 손해를 보전할 길이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에게
수주 금액이 적으니 그만큼 봉급도 적게 가져가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비록 당장은 조금 어렵더라도 서로 마음을 합하면 충분히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또 한가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사 측량에 대한 법적인 제도확립이다.
저가수주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체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저가 수주를 근절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앞서 기술했듯이 건설기술관리법상에 공사측량관리에 대한 업무를 명확히 규정하여 설계, 시공,
감리 및 유지관리에 이르는 모든 건설공사 과정에서 측량법에 의한 기술자격자에 의해 모든 측량이
수행되고 관리, 감독되며 측량에 대한 기술적 책임이 부여됨으로써 부실측량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업체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저가수주를 회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학계 일각에서는 건기법상에 측량분야의 관리 항목을 추가하여 입법하고자 하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멀지 않은 시일내에 이것이 실현되어 건설공사의 측량 관리가 제도적으로 이루어 진다면 이는 그야말로
우리 측량업계가 일대 전환기를 맞는 역사적 기록으로 평가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측량 기술자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저가 수주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며
측량 기술자의 처우도 빠르게 개선될 것이다. 또한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모여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측량 기술이 고급 기술로 자리매김 됨으로써 학계나 업계가 공히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을 생각하면 자못 흐뭇하여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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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량관련 Q/A & 토론방
★문제점 논의★
퍼 온 글 --- 무방비 공사 측량, 이대로는 안된다.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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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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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가 항상 주장하는 것이 토목과 측량의 분리입니다. 토목의 한 분야에 종속되고 보조하는 역할이 아닌 정확한 측량의 토대아래서 공사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