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충남 공주 마곡사 꽃샘추위에도 만발한 꽃을 보며 힘찬 라이딩 | ||||||||||||
꽃샘추위가 느껴지는 3월 초, 공주로 라이딩을 떠났다. 4대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가본 공주시에 다시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흐르는 강물 옆으로 자전거길이 있었다. 공주는 다시 방문한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기분이 좋았다.
강변 농촌에는 농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올해도 대풍을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날 자전거 여행 종착지는 마곡사.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는 말이 있다. 마곡사의 절경을 감상하려면 봄에 찾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온갖 꽃들이 만연하고 파릇한 나뭇잎의 새순이 돋은 마곡사의 봄 풍경은 경내를 가로지르는 계류의 물소리와 함께 자연의 일부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곡사는 신라 보철 화상이 설법을 펼치면 이를 듣기 위해 모여드는 불자들이 삼밭의 삼대가 빡빡하게 들어찬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 백범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연계하는 사색길도 있는데 ‘솔바람길’이라고 했다. 그렇게 한참 풍광을 즐기면서 페달을 밟고 가는데 배가 고팠다. 시골 동네라 식당이 없어 내심 걱정을 했는데 마침 정안리라고 적힌 마을동네에 슈퍼마켓이 있었다. 그곳에서 삶은 계란과 초코파이를 사먹었다. 슈퍼 주인 할머니는 직접 담근 김치를 내어주시며 “참말로 대구서 오셨슈”라고 물어보시면서 “지금부터 오르막이라 힘들 거라면서 천천히 먹고 힘내서 가라”고 하셨다. 한적한 시골길은 차도 없고 지나가는 인적도 드물었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달리는 내내 즐거웠다. 때 묻지 않은 길과 곳곳마다 흐르는 작은 시냇물, 이름모를 꽃들, 그리고 구불구불한 아름다운 길은 나를 자전거에서 내려오게 했다. 잠시 자전거를 세웠다. 마곡사 가는 것도 잠시 잊고 쑥을 캤다. 이렇게 멀리 와서 쑥도 캐보니 여행이 주는 기쁨은 아마도 헤어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마곡사를 향해 달렸다. 몇 시간을 달려 마곡사 매표소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휴대하고 들어갈 수 없어 맡겨 두고 들어갔다. 행락철을 맞아 관광객들이 많았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당시 마곡사에는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는 외국인이 많았다고 했다. 마곡사는 듣던대로 아름다웠다. 봄도 아름답지만 가을이 되면 단풍이 아름다워 찾는 이가 많다고 했다. 주변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역시 산속에 있는 절은 공기도 맑고 물도 깨끗해서 좋았다. 마곡사 경내에 있는 법당과 석탑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마곡사는 김구 선생과 인연이 많은 곳이다. 김구 선생의 조국에 대한 사랑과 헌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김구 같은 분이 계셨기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있고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여행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조국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날이 저물도록 그곳에 있었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돌아오는 길 곳곳에는 공주의 특산물인 밤을 저장하는 시설이 많이 보였다. 공주에는 밤으로 빚은 막걸리가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시간이 없어 맛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조금은 먼 거리여서 몸은 피곤했지만 공주의 풍경과 마곡사의 정취, 그리고 김구 선생과의 만남 등으로 돌아오는 내내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마음은 벌써 마곡사 가을 단풍을 위해 달리고 있었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