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싸움
빛바래 져 가는 마누라 미움에 심기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어 금방 망가질 것처럼
무엇이 부족함에 채우지 못한 울적함을 달래려고 토요일 새벽인 비가 오는데도 강원도 정선 농장으로 향했다.
어쩌면 궂은 날씨에 궂은 마음 탈피 하기위한 몸부림 인지도 모른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시원한 농장이 있어 한바탕 비 맞아가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쌓인 스트레스를 확 풀기에는 더 없는 나의 농장.
지난 봄 에 옻나무 100포기 심은 밭으로 예초기를 짊어지고 우거진 잡풀 속으로 풀을 깎아 주려고 가보니 심은 옻나무는 보이지 않고 잡풀만 가슴 높이 자라 먼 길에 자주 찾아와 돌 봐 주지 못한 주인을 만나 살기위해 누런 잎으로 실가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 달 내내 빗속에 잡풀 속에 덮어 버려 햇빛을 보지 못한 너희들 힘들지!
그래~
심은 주인을 얼마나 원망 했을꼬
우리 인생살이도
상생의 싸움이 있어
그러나 너에게 배움을 안고 미안함을 안고
너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잡풀들만 깎는다.
그래도 이놈들아 자주 찾지 못하는 주인 이지만 주인 잘 만난 걸 로 해야지.
요즘 일손 없는 농촌에 게으른 농부들은 월남전에 사용했던 제초제를 뿌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지져 버린단다.
살아남은 생명이 있다 한들 땅속에 흡입된 후유증 월남 파병용사들 중 본인은 물론 후세까지도 무력 중에 시달리고 있단다.
다용도로 이로움을 쓸 수 있는 옻나무와 무언의 대화 속에 날이 선 예초기로 힘을 가하면 가할수록 잡풀은 나의 눈, 귀, 목, 손목으로 할퀴고 덤벼든다.
풀벌레들은 날개야 날 살려라 하고 멀리로 도망가고
절반쯤 깎음에도 빗물 반, 땀 반, 옷깃에 물이 줄줄 떨어지고...
얼마나 일했는지 갈증에 배도고파 원두막으로 돌아와 지하수 시원한 물줄기에 멱을 감고
캔 맥주 하나 따다 목을 넘기니 이 맛은 군에서 동계 훈련 때 사방에는 눈이요 칼 같은 매서운 눈보라 속에 불을 피워 라면을 끓여 뜨거운 국물을 마시는 기분이라고 할까!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고 퇴비만 주고 풀약 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이 잡풀은
손으로 뽑아주어 땀 흘려 가꾼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고픈 배를 채우는 이 맛은 옛날 어릴 적 먹어본 그 맛이다.
늘~ 하는 일에도 자기가 하는 일에 즐기는 사람 그것은 신성한 것이요
최소한의 이익에도 만족하리라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니 한결 몸과 정신이 맑아진다.
진흙 오두막에서 살아남아 요즘 이웃도 없는 성냥갑 같은 높은 층에 이르기 까지 살아 있는 것들의 편에만 선 , 나.
내일 서울 올라가 상생의 싸움
오늘 같은 잡풀과 싸움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
오늘 밤에 청명한 달빛을 보고 싶다.
밤늦게 라도 꼭 보고 자야지!
어둑한 마음 환해지게 달빛 좋아하는 벗과 함께 라면 얼마나 좋을꼬!
9월1일 저녁 정선 항골 원두막에서
첫댓글 대강대강 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