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들어오는 입구 훈련장에는 한국군과 미군이 번갈아 훈련을 합니다. 그럴 때는 철조망으로 길을 가로막기 때문에 밖에 드나들려면 약간의 통과식을 거쳐야합니다. 문제는 미군들이 훈련할 때 발생합니다. 한국군이라면 금방 설명이 되는데 미군에게는 나의 짧은 영어로 설명이 잘 되지 않습니다. 어느 날 밖에 나갔다가 늦은 시간에 돌아올 때였습니다. 아침에 없던 미군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내 암자에 가는 길이야. 비켜! 초병은 야심한 시간에 트럭을 몰고 나타난 이상한 복장의 '스킨헤드 패밀리'가 적의 게릴라쯤으로 여겨지는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당직사령에게 무전 보고를 합니다. 한참 후 당직장교가 나타납니다. --저기 산 밑에 내 암자가 있고 이 길은 내가 맨날 다니는 길이야! 그러니 어서 비키지 못해? 그러면 당직은 이게 뭔 소리래, 하는 표정이죠. 당직이 다시 묻습니다. --템플...? --예쓰. --유어 템플...? --그럼 내꺼지 니꺼냐 따샤! 당직장교는 템플 표시판도 없는데 템플은 무슨 템플, 웃기네. 그럽니다. 내가 다시 말합니다. --얌마, 카튜샤 불러와! 잠시 후 카튜사가 옵니다.(카튜사=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군 병사) 그러나 얘는 한 술 더 뜹니다. --여기는 군사지역입니다. 말하자면 군부대죠. --군부대 좋아하네. 너 언제 입대했어? --작년에요... --너 중학교 다닐 때부터 일루 다녔어 임마! 저기 불빛 안 보여? --저게 절인가...요? --그려! --근데 어떻게 일루 다니시죠? --어떻게 다니긴. 여긴 원래 지적도에 도로로 나와있는 곳이야. 그리고 느그들이 제멋대로 길을 막은 거고. 알아들어?
하여튼 총 안 맞고 무사히(?) 돌아오긴 했는데, 어쩌다 방문하는 사람들도 한번 씩 곤욕을 치룹니다. 그럴 때는 내가 말하죠. --쟤들이 지켜주니까 여긴 절대 안전지대야. 탱크에 장갑차에 곡사포로 무장한 병사들이 밤마다 지켜주고 있으니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안전한 곳은 없을 겁니다.
어느 날은 미군 병사가 올라오더니 쭈뼛거립니다. 뭐냐니까 자기는 불교신자인데 나한테 축복기도를 부탁하고 싶다는 겁니다. 느닷없이 축복기도라니, 그렇다고 못한다고 하면 체면이 말씀 아니고, 마침 예불 기도시간이기도 해 일단 기도실로 안내했습니다. 군화를 벗을 수 있느냐니까 그러겠대요. 그래서 초를 켜고 향을 사르게 한 다음 '이건 오직 너를 위한 기도야' 하고 눙을 친 다음 간단히 예불을 마쳤습니다.
병사는 불교신자인 어머니가 주신 거라면서 무척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염주를 꺼내 보입니다. 문득 아들의 무사안전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마음에 목이 잠깁니다. 동양 어머니나 서양 어머니나 어머니들의 마음은 모두 다를 리가 없으니까요. 차 한 잔을 나누는 사이 아들 같은 미군 병사와 나는 오래 전에 만난 사이처럼 금방 친해졌습니다. --근데 어떻게 여길 올 생각을 했냐? --훈련장 진지에서 보니까 이 산의 모습이 '슬리핑 부처님'처럼 보여서요. 그리고 스님도 다니기에 절이 있는 줄 알았는 걸요? --오, 눈이 밝은데? 첨에 오는 사람들은 말해주기 전에 잘 모르는데. 병사가 말한 것처럼 이 산은 누워있는 부처님을 닮은 와불산이야. 그래서 산 이름도 지장산이라 불러요. --제가 맞았나요? --그럼! 부처님 이마에 찍힌 게 뭔지 알아? --지혜의 눈...? --오케이, 맞았어요! 그대는 지혜의 눈을 뜬 거 같은데? (그랬더니 녀석 되게 좋아합니다...)
병사가 참선 또는 명상(젠)에 대해 물었습니다 --미국에도 젠센터가 있지요? --네. --명상 해본 적 있어요? --아뇨. --간단해요. 부처님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화두를 들면 돼요. --화두...? --Who am I ? 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걸 말해요. 나를 안다는 건 남을 알기 위한 거구. 내가 나를 알아야 남을 알게 되잖아요. 남을 아는 것은 남을 이해하는 것이며 이것이 부처님의 생각이죠. 기독교에서는 사랑이라고 하고 불법으로는 자비라고 해요. --저는 훈련을 하다가요, 돌멩이를 자주 줍는데요, 돌들이 저보고 웃는 거 같아서죠. 스님은요? --아, 나도 그래요. 저기 저것들 보이죠? 내가 주워온 것들인데 그대가 생각한 것처럼 돌들이 나 좀 데리고 가세요, 해요. 우린 많이 닮았데? --댕큐~ (뒤적뒤적...주머니에서 단추만한 돌을 꺼내며) --이게 최근에 주운 돌입니다. 스님 드리고 싶은데요... --좋아요, 나도 하나 선물로 줄게요. --저는 돌을 주우면서 평화를 느끼거든요. 그러나 한편으론 자꾸 부족함을 느낍니다. 왜 그렇죠? --덜 비워서 그래요. --덜? --완전히 비우면 또 다른 어떤 것들로 채워지거든요. --??? --여기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면 뭐가 남지요? --아무것도... --그렇지 않아요. 보세요, 햇볕도 있지요? 공기도 있지요? 그리고 또 다른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것들로 방은 가득 차있는 거예요. 이처럼 완전하게 비워질 때 충만하게 됩니다.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에 자꾸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거구요. 언더스땐? --아, 예...(아무래도 강요에 의한 대답 같다...^^) --이제부터는 하루에 20분 씩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도해보세요. 처음에는 온갖 잡생각이 다 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명료해지며 정리가 될 것입니다. --집에서도 촛불을 켜놓고 명상을 하긴 해요. 잘 안 되지만요. --아, 그랬어요? 그래서 돌들이 웃는 겁니다. --^^; --명상을 하면 자연과 하나가 되거든요. 그러면 자연의 언어를 알아듣게 되고 자연과 대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예요. 그대가 지금 이 산에 들어오는 순간 이 산의 일부분이 되는 것처럼요. 어머니가 불교 신자랬지요? --예. --그래서 더 가능했던 거예요. 매미 알죠? --??? (나는 영어로 매미를 몰라 그림을 그리고 우는 흉내를 내야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cicada 씨케이더 였다.) --이렇게 생긴 날벌레죠. 여름에 나무에 붙어서 맴맴...하고 우는 거. --아, 예! --이 벌레가 땅 속에서 몇 년을 보내는지 아세요? --세븐 이어스...? --그래요, 5년에서 7년까지 땅 속에서 산대요. 그런 다음 날개를 달고 밖으로 나와 한달 가량 살다가 죽죠. 그렇다면 매미의 삶은 땅 속인가요 아니면 밖인가요? --모르겠어요... --인간도 그래요. 우리는 우리가 7-80년 사는 걸 '인생' 이라고 말하죠. 전생에 대해서는 깜깜해요. 그러나 우리도 매미가 땅 속에서 살았던 것처럼 전생이 있다는 거예요. 지금의 모습이 아닌 다른 형태의 전생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모습은 아주 짧은 탈바꿈에 지나지 않아요. 이걸 사람들은 '꿈'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 --병사의 전생은 어머니에게 있었고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에게 있었죠. 자꾸자꾸 거슬러 올라가면 또 어떤 형태의 전생이 있겠지요? 지금의 모습이 아닌 그 어떤 형태의 모습으로 존재하다가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고 이해하면 될 겁니다. 참선을 오래 하면 '전생의 본질'에 대해 깨닫게 되고 내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한 시간 넘게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습니다. 병사가 나의 콩글리쉬를 이해하느라 고생은 했지만. 그는 무릎을 꿇고 공손히 합장 인사를 한 후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병사의 부대(의정부에 있는 캠프 잭슨)는 훈련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내가 머무는 산의 형태가 '자고있는 부처님' 으로 알아본 병사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이곳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의무병인 그 미군 병사는 어쩌면 이라크로 파병될지도 모르고 아니면 무사히 제대하여 본국의 일상으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친구들에게 한국의 접경지대에서 만난 한 수행자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르며 또 어쩌면 먼 훗날 그도 나처럼 수행자가 되어 어느 깊은 산 속에서 구도자로서의 삶을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내가 건넨 연꽃 카렌다를 연신 펼쳐보며 좋아하던 아들 같은 미군병사가 문득 보고 싶습니다.
산으로 들어오는 입구 훈련장에는 한국군과 미군이 번갈아 훈련을 합니다. 그럴 때는 철조망으로 길을 가로막기 때문에 밖에 드나들려면 약간의 통과식을 거쳐야합니다. 문제는 미군들이 훈련할 때 발생합니다. 한국군이라면 금방 설명이 되는데 미군에게는 나의 짧은 영어로 설명이 잘 되지 않습니다. 어느 날 밖에 나갔다가 늦은 시간에 돌아올 때였습니다. 아침에 없던 미군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내 암자에 가는 길이야. 비켜! 초병은 야심한 시간에 트럭을 몰고 나타난 이상한 복장의 '스킨헤드 패밀리'가 적의 게릴라쯤으로 여겨지는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당직사령에게 무전 보고를 합니다. 한참 후 당직장교가 나타납니다. --저기 산 밑에 내 암자가 있고 이 길은 내가 맨날 다니는 길이야! 그러니 어서 비키지 못해? 그러면 당직은 이게 뭔 소리래, 하는 표정이죠. 당직이 다시 묻습니다. --템플...? --예쓰. --유어 템플...? --그럼 내꺼지 니꺼냐 따샤! 당직장교는 템플 표시판도 없는데 템플은 무슨 템플, 웃기네. 그럽니다. 내가 다시 말합니다. --얌마, 카튜샤 불러와! 잠시 후 카튜사가 옵니다.(카튜사=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군 병사) 그러나 얘는 한 술 더 뜹니다. --여기는 군사지역입니다. 말하자면 군부대죠. --군부대 좋아하네. 너 언제 입대했어? --작년에요... --너 중학교 다닐 때부터 일루 다녔어 임마! 저기 불빛 안 보여? --저게 절인가...요? --그려! --근데 어떻게 일루 다니시죠? --어떻게 다니긴. 여긴 원래 지적도에 도로로 나와있는 곳이야. 그리고 느그들이 제멋대로 길을 막은 거고. 알아들어?
하여튼 총 안 맞고 무사히(?) 돌아오긴 했는데, 어쩌다 방문하는 사람들도 한번 씩 곤욕을 치룹니다. 그럴 때는 내가 말하죠. --쟤들이 지켜주니까 여긴 절대 안전지대야. 탱크에 장갑차에 곡사포로 무장한 병사들이 밤마다 지켜주고 있으니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안전한 곳은 없을 겁니다.
어느 날은 미군 병사가 올라오더니 쭈뼛거립니다. 뭐냐니까 자기는 불교신자인데 나한테 축복기도를 부탁하고 싶다는 겁니다. 느닷없이 축복기도라니, 그렇다고 못한다고 하면 체면이 말씀 아니고, 마침 예불 기도시간이기도 해 일단 기도실로 안내했습니다. 군화를 벗을 수 있느냐니까 그러겠대요. 그래서 초를 켜고 향을 사르게 한 다음 '이건 오직 너를 위한 기도야' 하고 눙을 친 다음 간단히 예불을 마쳤습니다.
병사는 불교신자인 어머니가 주신 거라면서 무척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염주를 꺼내 보입니다. 문득 아들의 무사안전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마음에 목이 잠깁니다. 동양 어머니나 서양 어머니나 어머니들의 마음은 모두 다를 리가 없으니까요. 차 한 잔을 나누는 사이 아들 같은 미군 병사와 나는 오래 전에 만난 사이처럼 금방 친해졌습니다. --근데 어떻게 여길 올 생각을 했냐? --훈련장 진지에서 보니까 이 산의 모습이 '슬리핑 부처님'처럼 보여서요. 그리고 스님도 다니기에 절이 있는 줄 알았는 걸요? --오, 눈이 밝은데? 첨에 오는 사람들은 말해주기 전에 잘 모르는데. 병사가 말한 것처럼 이 산은 누워있는 부처님을 닮은 와불산이야. 그래서 산 이름도 지장산이라 불러요. --제가 맞았나요? --그럼! 부처님 이마에 찍힌 게 뭔지 알아? --지혜의 눈...? --오케이, 맞았어요! 그대는 지혜의 눈을 뜬 거 같은데? (그랬더니 녀석 되게 좋아합니다...)
병사가 참선 또는 명상(젠)에 대해 물었습니다 --미국에도 젠센터가 있지요? --네. --명상 해본 적 있어요? --아뇨. --간단해요. 부처님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화두를 들면 돼요. --화두...? --Who am I ? 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걸 말해요. 나를 안다는 건 남을 알기 위한 거구. 내가 나를 알아야 남을 알게 되잖아요. 남을 아는 것은 남을 이해하는 것이며 이것이 부처님의 생각이죠. 기독교에서는 사랑이라고 하고 불법으로는 자비라고 해요. --저는 훈련을 하다가요, 돌멩이를 자주 줍는데요, 돌들이 저보고 웃는 거 같아서죠. 스님은요? --아, 나도 그래요. 저기 저것들 보이죠? 내가 주워온 것들인데 그대가 생각한 것처럼 돌들이 나 좀 데리고 가세요, 해요. 우린 많이 닮았데? --댕큐~ (뒤적뒤적...주머니에서 단추만한 돌을 꺼내며) --이게 최근에 주운 돌입니다. 스님 드리고 싶은데요... --좋아요, 나도 하나 선물로 줄게요. --저는 돌을 주우면서 평화를 느끼거든요. 그러나 한편으론 자꾸 부족함을 느낍니다. 왜 그렇죠? --덜 비워서 그래요. --덜? --완전히 비우면 또 다른 어떤 것들로 채워지거든요. --??? --여기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면 뭐가 남지요? --아무것도... --그렇지 않아요. 보세요, 햇볕도 있지요? 공기도 있지요? 그리고 또 다른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것들로 방은 가득 차있는 거예요. 이처럼 완전하게 비워질 때 충만하게 됩니다.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에 자꾸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거구요. 언더스땐? --아, 예...(아무래도 강요에 의한 대답 같다...^^) --이제부터는 하루에 20분 씩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도해보세요. 처음에는 온갖 잡생각이 다 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명료해지며 정리가 될 것입니다. --집에서도 촛불을 켜놓고 명상을 하긴 해요. 잘 안 되지만요. --아, 그랬어요? 그래서 돌들이 웃는 겁니다. --^^; --명상을 하면 자연과 하나가 되거든요. 그러면 자연의 언어를 알아듣게 되고 자연과 대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예요. 그대가 지금 이 산에 들어오는 순간 이 산의 일부분이 되는 것처럼요. 어머니가 불교 신자랬지요? --예. --그래서 더 가능했던 거예요. 매미 알죠? --??? (나는 영어로 매미를 몰라 그림을 그리고 우는 흉내를 내야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cicada 씨케이더 였다.) --이렇게 생긴 날벌레죠. 여름에 나무에 붙어서 맴맴...하고 우는 거. --아, 예! --이 벌레가 땅 속에서 몇 년을 보내는지 아세요? --세븐 이어스...? --그래요, 5년에서 7년까지 땅 속에서 산대요. 그런 다음 날개를 달고 밖으로 나와 한달 가량 살다가 죽죠. 그렇다면 매미의 삶은 땅 속인가요 아니면 밖인가요? --모르겠어요... --인간도 그래요. 우리는 우리가 7-80년 사는 걸 '인생' 이라고 말하죠. 전생에 대해서는 깜깜해요. 그러나 우리도 매미가 땅 속에서 살았던 것처럼 전생이 있다는 거예요. 지금의 모습이 아닌 다른 형태의 전생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모습은 아주 짧은 탈바꿈에 지나지 않아요. 이걸 사람들은 '꿈'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 --병사의 전생은 어머니에게 있었고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에게 있었죠. 자꾸자꾸 거슬러 올라가면 또 어떤 형태의 전생이 있겠지요? 지금의 모습이 아닌 그 어떤 형태의 모습으로 존재하다가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고 이해하면 될 겁니다. 참선을 오래 하면 '전생의 본질'에 대해 깨닫게 되고 내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한 시간 넘게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습니다. 병사가 나의 콩글리쉬를 이해하느라 고생은 했지만. 그는 무릎을 꿇고 공손히 합장 인사를 한 후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병사의 부대(의정부에 있는 캠프 잭슨)는 훈련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내가 머무는 산의 형태가 '자고있는 부처님' 으로 알아본 병사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이곳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의무병인 그 미군 병사는 어쩌면 이라크로 파병될지도 모르고 아니면 무사히 제대하여 본국의 일상으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친구들에게 한국의 접경지대에서 만난 한 수행자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르며 또 어쩌면 먼 훗날 그도 나처럼 수행자가 되어 어느 깊은 산 속에서 구도자로서의 삶을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내가 건넨 연꽃 카렌다를 연신 펼쳐보며 좋아하던 아들 같은 미군병사가 문득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