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追憶)'이란 것은 참으로 신기합니다.
좋았던 추억이든, 나빴던 추억이든, 슬펐던 추억이든 간에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에 느꼈던 감정은 서서히 희석되면서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회상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이 약이다(Time heals all wounds)' 라는 말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서로 사랑하는 감정이 싹터서 만남을 지속하다가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고 헤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혹은 결혼 후 평생 잘먹고 잘사는 경우도 있지만 결혼 후 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남녀 간의 만남이 정말 잘 이루어져서 행복한 결실을 맺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좋은 일이겠지만, 남녀 간의 일이라는 게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 불행이 닥칠지는 - 통상 '헤어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사랑하던 남녀가 헤어졌을 때 무엇이 이들을 가장 괴롭게 만들까요?
아마도 둘만이 가졌던 시간들에 대한 '추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헤어진 후에 가장 아픈 기억으로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팔 테니까요....
그래서 이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의 두 주인공 <조엘(짐 캐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은 서로를 사랑했었던 만큼 그 아프고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워 버립니다.
어느날 연인이었던 <클레멘타인>이 자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삭제했다는 - 기억을 지운다는 것, 그것도 원하는 기억만 지운다는 것은 현대과학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기억삭제 프로그램'을 개발한 정신과의사를 통해 이들 두 주인공이 기억을 삭제한다는 설정하에 이야기가 진행 됩니다... ^^ - 사실을 알게 된 <조엘>은 <클레멘타인>에 대한 섭섭함과 복수심으로 그 자신도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합니다.
하지만 <조엘>은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과정을 통해 그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녀와의 추억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그리고 행복했든 괴로웠든 간에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1999년 [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ohn Malkovich)]로 각종 상을 휩쓸며 전 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찰리 카우프먼(Charlie Kaufman)>은 이 영화에서도 그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 약간은 단순해 보이는 줄거리를 살짝 비틀어버려 - 어떻게 비틀었는지 굳이 자세히 적지는 않겠습니다... ^^ -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도로 만들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짐 캐리(Jim Carrey)>는 실연당한 남자의 탁월한 심리묘사로 마치 그의 연기영역이 넓다는 것을 과시하듯 대단한 호연을 펼쳐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고, 아무리 헤어지기 위해 노력한다 하더라도 정말 만나야할 '운명' 이라면 다시 만나게 된다는, 다소 상투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랑이 고픈 저같은 사람들에게 한번쯤 권하고 싶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사족(蛇足)...
이 영화를 볼때는 추억을 삭제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헤어졌다 하더라도 나중에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텐데 왜 그런 성급한 판단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영화를 보고 정말 우습게도 며칠 후에 제가 그런 상황에 부딪히게 되어보니 그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지우고 싶은..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듯 한 기분이 되어 버리는.......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알게 되는것 같습니다...
첫댓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르는법이지...
요즘에 이터널 션샤인 O.S.T.가 인기입니다. 저도 오늘 낙화유수 형이 일하는 가게에서 구입했습니다. ㅋ 너무나 좋은 음악들 ~ *
나도 사줘...
어제 이영화 봤는데..솔직히 처음 부분에는 이해가 안됐어요..어느정도 내용을 알고봤지만..하지만 다보고나서는..특이한 구성방법에 놀랬죠..그리고 결론...음..어쨌든 재밌게본영화..에 꼽을수 있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