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일본만화작가중 한 명이 Matsuri Akino 입니다.
이 작가의 통찰력과 표현력은 거의 천재적인데요..
동물을 인간으로 형상화한 내용의.. (사실 인간과 동물의 구분도, 현실과 상상의 구분도 모호한.. 그러한 작품들이죠 )시리즈물이 유명하죠.
쉽게 예를 들자면,
도베르만을 형상화한, 눈이 보이지 않는 어린 소녀 여주인을 목숨을 바쳐 지켜내는 충직한 경호원의 이야기,
페르시아 왕실에서만 키웠다는 희귀한 혈통의 고양이를 형상화한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이야기,
상상의 동물인 기린이나 용이 전세계를 지배하는 권력을 줄 수도 있는 실재적 존재로 그려지고,
가룽빈가(불교화에 나오는 여인의 머리를 가진 새:인면조)가 특정종교, 구원을 추구하는 집단의 여교주가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등..
동물과 인간의 이야기, 혹은 그 동물의 이미지와 맞는 인간의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죠.
탄탄한 스토리와 배경지식, 철학적 깊이가 있는 수작들입니다 나름 반전의 묘미도 있고요.
이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는 일본의 외국인 밀집지역인 신주쿠 가부키쵸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흥미 있게 읽었던 부분이 바로 붉은 등거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Black widow spider 즉 검은과부거미라고도 한다는군요.
이 이야기는, 일본 가부키초의 한 술집에서 일하다가 엄청난 부자인, 그러나 할아버지뻘인 일본남자를 만나 그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되고 그의 부인이 된, 젊은 필리핀 여성과, 그 일본인 남편의 자식들(필리핀 계모보다 더 나이가 많은 자식들)간의 갈등과 추억한 재산다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내용입니다.
여기서 젊은 필리핀 부인은 참으로 곱고 착하게 그려집니다. 젊은 필리핀인 계모를 학대하는 전부인의 자식들, 심지어는 손주들에게도 꼼짝못하며,
노환으로 거의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식물인간상태인 늙은 일본인 남편의 병수발을 도맡아 하면서, 함께 도망가서 같이 살자는 젊은 필리핀 남자의 유혹도 뿌리치며 살아가죠.
결론은.. 식물인간인줄 알았던 일본인 남편은 모든걸 듣고, 보고 있었고, 자신의 재산만 노리는 자식들의 행태에 분노,
어마어마한 유산의 절반을 필리핀 부인에게 떼어주며 '아이를 잘 키워달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남겨진 다른 자식들은 경악을 하죠.
그런데.. 이 작가가 이 젊은 필리핀 과부를 표현하는 동물로 묘사한것이 바로 붉은 등거미, 즉 검은 과부거미였습니다.
마지막 장면.. 검은 상복을 입고 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젊은 필리핀 과부의 뒷 배경으로 거대한 거미줄과 거미의 모습.. 그리고
찢겨진 인체의 모습들이 상당히 기괴한 여운으로 남아있는 작품이죠..
=붉은 등거미 (혹은 검은 과부거미 Black widow spider)=
동남아시아와 호주등지에서 서식하며 전세계의 독거미중에서 독성이 가장 강하기로 유명한 거미로, 살모사의 10배가 되는 독을 가졌다.
수컷의 크기는 암컷의 1/3정도이며, 자기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암컷에게 잡아먹힐 줄 뻔히 알면서 접근해 간다고 한다. 암컷은 수컷과의 교미가 끝난후 수컷의 신체내부를 모두 파먹는다.
이러한 이유에는 여러 개의 학설이 있다.. 첫째는 교미로 지친 암컷이 영양보충을 위해서. 둘째로는 말 그대로 살인본능 때문에
![14.pn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lbe.com%2Ffiles%2Fattach%2Fimages%2F377678%2F004%2F138%2F102%2F8cde5b50dfff34890b8194fb8c889af2.png)
강력한 독을 가졌기에 자신보다 몇 배에나 큰 사냥감을 사냥하는데 도마뱀이나 심지어는 뱀까지 잡아먹는다.
이 거미의 사냥 법은 다른 거미들처럼 거미줄을 크고 넓게 퍼트려서 사냥하는 게 아니라 거미줄을 조금씩 바닥에 던져놓고는 그것에 걸리는 사냥감에게 다가가서 재빨리 독을 주입한다.
![589546_1327979431.jpg](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ilbe.com%2Ffiles%2Fattach%2Fimages%2F377678%2F004%2F138%2F102%2Fffbd0d66318b0d19f4a4b7df73b11d69.jpg)
기시 유스케의 소설인 ‘검은집’이란 제목의 소설에서는 사치코라는 악녀가 나오는데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자신의 남편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그 모습은 이 검은 과부거미에 비유가 되고 있다
<사진이 너무 혐오스럽지는 않죠^^? 막바지 더위를 잊기 위해 다소 오싹한걸로 ...ㅋ>
이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지만.. 아직은 더운 여름.. 시원하게 샤워하고, 냉커피 한잔 옆에놓고 읽으면 잠시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책으로.. 아키노의 작품들을 권하고 싶습니다. ^^
첫댓글 이 글을 읽다 보니, 언젠가 tv에서 본 다문화가정의 한국인 남편이 생각납니다... 어찌 보면, 이 소설과 맥락이 비슷한....
그 나이 많은 아저씨뻘 한국남자는 인도네시아 젊은 아내를 얻어 살고 있었습니다.. 근데 좀 가난해 보였지만... 어쨌든 다복하게 살고 있더군요
인도네시아 아내에게는... 인도네시아에서 혼인생활을 했던 남자와의 사이에 자녀가 두명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와서
또 한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한국인 남편, 그리고 인도네시아 아내, 인도네시아 아내가 데리고 온, 자녀, 그리고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난 혼혈자녀... 이렇게 다섯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한국남편은 전 부인과의 사이에 자녀가 있었다고 하는데.... 유산문제에 관한한 모두 인도네시아 가족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라고 하는군요.
전 부인 한국여자와 자녀들과는 상종 하기도 싫다고..
인도네시아 아내가, 본토에서 데려온 자식을 자기가 책임 질 것이고, 재산도, 그들에게만 나눠줄 생각이라고 태연히 말하는 모습을 보고는, 제가 속으로 생각했지요
(물려 줄 재산이나 있냐? 보기에는, 먹고 살기도 빠뜻해 보이는구나....)
검은 거미가 흰뱀을 잡아먹는다면
인종이 백인 한국인을 잡아먹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