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음날 가까운 산에 오르고 싶어
꽃마리에게 전화했더니
산에 가는 것은 좀 무리일 것 같으니
바람이나 쏘이고 들어오자고 했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간 곳이 의령 소싸움장이었다.
내 어린 시절에도
아버지 손을 잡고 몇번 의령천변에서
벌어진 소싸움장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소싸움보다는
강변천에 줄줄히 늘여진
커다란 무쇠솥의 붉은 국이 설설 끓어 오르는
모습이 기억속에 남아 있었다.
오래만에 그 기억속의 국밥을 먹고 싶었지만
그 많은 간이식당에 빈 자리가 없어
그곳에서 먹지 못하고
시내로 들어가 식당에서 먹었는데
그 분위기와 맛은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초가을 햇살이 어찌나 뚜꺼운지
햇볕에 앉아있기 힘들었지만,
소싸움도 보고, 초청가수 박주희의노래와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연주도 들으면서
오래만에 그런 분위기에 잠겨 보았다.
박주희가 어떤 노래를 불렸는지
제목은 잊었지만, 귀에 익숙한 노래들을 불렸고,
춤과 멘트 모두 내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 주는 걸 보니
정말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전에는 그런 공연을 한번도 관심있게 지켜 보니 않았으니....
소싸움이 시작되기전
뒷편에서 쉬고 있는 소들을 둘려 보았다.
저렇게 유순한 소를 인간들은
농사짓는데 이용할 뿐만 아니라
그의 고기와 가죽, 심지어 뼈까지 다 사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저렇게 싸움까지 하게 만들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자
머리에 요오드를 잔뜩 발라 보랏빛으로
물든 소들을 바라보기가 민망스러웠다.
그림의 소재로 쓸 생각으로 사진을 몇장 찍기는 하였는데
썩 마음에 드는 소재를 얻지는 못하였다.
연휴의 마지막날이라
돌아갈 길이 걱정되어 서둘려 싸움장을 빠져 나오느라
망개떡도 못 사고 돌아왔다.
의령 출신의 민요를 부르는 가수인데 누군지?
인근 주민들의 모임과 화합의 장.
김덕수 사물놀이패인데 김덕수님은 보이지도 않고....
멀리서 당겨 찍어 희미하지만 이 검은 옷을 입은 가수가 박주희라고 한던데...
TV화면에서 보았던 김덕수 사물놀이 패의 단원은 한명도 보이지 않으니....
등에다 커다란 이름을 붙이고 쉬고 있는 소들의 모습.
저렇게 이름을 등에다 적지 말고 등에 색깔이 다른 띠를 두르고 하면 더 운치가 있지 않을까?
싸움에서 다친 상처를 이렇게 요오드를 발라 치료를 하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저 소는 왜 보랏빛일까? 궁금했는데....
드디어 소싸움이 시작되었고,
응원하는 함성이 소귀에도 들어가는 걸까?
소들은 흥분하기 시작하여 서로의 머리를 들이박는
싸움을 하였는데, 다행히 내가 보는 동안 그렇게 심하게 싸움을 하지 않고
한 놈이 열세라는 걸 스스로 판단하면 혀를 내물고 도망을 가 버렸다.
점점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을 뒤로 두고 돌아왔다.
가을이면 언제나
유년의 메뚜기잡던 기억을 떠 올리며
들판을 휘적휘적 걷고 싶다.
제가 잘 아는 지인이 올린 글과 사진임........추석들 잘 쇠었지요......(^_-)
첫댓글 고향에서 일어나는 경사를 화면으로 접하니 새롭습니다~~~~~~~~`
내고향 의령,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의령 소싸움 유명하다던데. 즐겨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청도 소싸움 행사만 있는줄 알았는데, 내고향 의령에도 소싸움 행사가 있었네요. 좋은 소식 고맙습니다.
소싸움 구경 잘 하고 갑니다 ^^고맙구먼요.....건강하시죠................
사진 솜씨와 문장이 보통솜씨가 아니군요. 늘 카페사랑 감사합니다.
선배님. 고향의 일가 친지들이 많은 고을로 퍼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