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무제)
이광사(李匡師:1705~1777)
본관은 전주. 자는 도보(道甫), 호는 원교(圓嶠)· 수북(壽北)
50세 되던 해인 1755년(영조 31년) 소론 일파의 역모사건에 연좌되어
부령(富寜)에 유배되었다가, 신지도(薪智島)로 이배 되었다가 일생을 마쳤다.
서화와 시문에 능통함.
저서로는 『원교서결(圓嶠書訣)』 · 『원교집선(圓嶠集選)』 등이 있다.
뭇 새들은 평온하게 깃들고
百鳥棲皆穩 백조서개온
외로운 귀뚜라미만 홀로 슬피 우네
孤蛩響獨哀 고공양독애
조각구름은 돌에 의지해 있고
片雲依石在 편운의석재
외로운 달은 고향을 비춰오네
孤月照鄕來 고월조향래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이상국
나 어렸을 적 보름이나 되어 시뻘건 달이 앞산 등성이 어
디쯤에 둥실 떠올라 허공 중천에 걸리면 어머니는 야아 야
달이 째지게 걸렸구나 하시고는 했는데, 달이 너무 무거워
하늘의 어딘가가 찢어질 것 같다는 것인지 혹은 당신의 가
슴이 미어터지도록 그립게 걸렸다는 말인지 나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나는 이 말을 시로 만들기 위하여 거
의 사십여 년이나 애를 썼는데 여기까지밖에 못 왔다.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시집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창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