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액이란 인체의 정상적인 수액을 총칭하는 것으로 침, 위액, 장액(腸液) 관절강 속에 있는 활액(滑液)과 눈물, 콧물, 땀, 소변 등을 말한다. 진액은 분포상태와 성상에 따라 맑고 엷은 것을 진(津)이라 하고, 탁(濁)하고 끈끈한 것을 액(液)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진과 액은 모두 음식물을 근원으로 하여 화생되므로 임상적으로는 뚜렷하게 나누기가 어렵기 때문에 합쳐서 진액이라고 한다. 진액은 몸안에서 많은 물질들이 녹아있는 상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체내의 중요한 구성 성분의 하나로서, 생리작용을 영위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기본 물질이다. 체내에서는 체중의 약 70% 이상을 수분이 차지하고 있으며, 혈액 중에서도 액체성분이 약 50%를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화기계에서 흡수된 진액은 혈관 속으로 들어가 간장을 통하고 심폐를 거쳐 전신의 장기조직기관에 배포되어 이용된 후 일부는 다시 혈관 속에 들어가 끊임없이 혈액과 함께 순환하고 최후에 비뇨기계의 여과작용에 의하여 배설된다. 진액의 배설은 소변과 대변 이외에 호흡이나 피부의 증발 또는 땀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진액은 조직을 윤택하게 하고, 자양(滋養)하는 작용을 한다. 체내에서는 모든 장기 조직기관 세포의 구석구석까지 윤활하게 하고 영양을 공급해주며, 체표에서는 피부, 점막, 모발 등을 윤택하게 한다. 눈물샘에서는 눈물을, 침샘에서는 침을, 여러 가지 소화기 분비선에서는 소화액 등을 분비하여 점막을 윤택하게 하고, 관절액은 관절을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작용을 한다. 또한 진액은 전해질대사 등을 통하여 인체의 음양(陰陽)의 균형을 조절함으로써 생체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진액은 체내의 장기조직에서 발생한 온도를 체내의 곳곳에 균등히 배분하여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생리적 역할을 수행하는 진액의 순환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병증이 나타나게 된다.
진액이 부족하게 되면 나타나는 병증
진액이 부족하게 되어 윤활작용이 불충분하게 되면 건조라는 징후가 나타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외조(外燥)와 내조(內燥)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외조란 열사(熱邪)에 의해 진액이 과다하게 소모되고 원기(元氣)가 극도로 쇠약하게 되어 나타나는 병태를 말하며, 고온의 환경하에서 피부로부터 다량의 수분이 증발하고 땀을 많이 흘려 생긴 급성탈수증(急性脫水症)을 의미하는데, 다음과 같은 세가지 질환이 있다.
1) 열사병(熱射病): 고온다습한 상태가 되면 체온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 체온의 발산이 잘 안되면 건조증, 헛소리, 경련, 혼수상태 등의 중추신경계 장애가 일어날 수 있고, 온몸에 땀이 나지 않거나, 고열등이 발생하는 수가 있다.
2) 열허탈증(熱虛脫症): 뜨거운 햇볕에 오래 노출되어 피부혈관이 확장하면 근육내의 혈류량이 증가하여 심장으로의 환류혈액(還流血液)이 감소하게 된다. 맥박이 빨라지고, 현기증, 실신, 안면창백,식은 땀, 혈압저하 등의 순환부전증세 등이 나타난다.
3) 열경련 : 고온의 기후에서 육체노동을 오래한 경우에 볼 수 있는 증상으로 땀을 과도하게 흘려 염분이 부족하게 되어 발생하게 되는데 전신권태, 무기력, 근육경련이 주로 일어나며, 현기증, 두통, 구토 또는 복통 등이 나타나며, 의식이 희미해지는 증상을 수반하기도 한다.
내조(內燥)는 열성질환, 염증성질환으로 인한 고열로 땀을 과도하게 흘리거나, 심한 구토, 설사, 출혈과다, 이뇨제 등의 약제로 인한 배뇨과다, 만성질환으로 발생하는 체내의 수분부족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병태다. 건조의 자각증세로는 목마름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체내의 수분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생리적 현상의 하나다.
2가지로 나눈다.
1) 건조증후군 : 주로 외분비선, 특히 눈물샘, 침샘의 비감염성 만성염증에 의한 위축성 변화가 특징이다. 따라서 눈물샘과 침샘의 분비가 감소함으로써 눈과 입의 건조가 주로 나타난다.
2) 만성질환에 의한 건조증후를 나타내는 질환 : 임상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질환으로는 당뇨병과 뇨붕증 등이 있다.
진액의 정체에 의해 생긴 병증
정상적으로 기능을 다하고 있는 체액은 세포 내 또는 조직기관에 분포하면서 몸의 구석구석까지 윤활하게 하나, 몸의 어느 국소에 진액의 흐름이 편재(偏在)되거나, 병적 상태로 인하여 생긴 진액의 흐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이것을 습(濕) 또는 담음(痰飮)이라고 한다. 이들은 진액의 정체가 일어나 체내에 축적된 수액을 말하며, 수독(水毒)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담(痰)이란 좁은 의미로는 폐기관지에서의 분비물이나 삼출물(渗出物)인 가래를 말하며, 유형(有形)의 담(痰)이라고도 한다. 넓은 의미로는 장부 조직기관의 기혈(氣血)의 순환장애로 인해 진액대사(津液代謝)에 이상이 생기고 순환이 정체되어 생긴 병적산물인 내담(內痰)을 포함 한다. 이것을 무형의 담(痰)이라고 한다.
진액의 정체에 의하여 생긴 병증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병이 오래되고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특히 중년 이후의 환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눈 주위에 기미가 생기고 안색은 거무칙칙하고, 잘 부으며 눈에 광채가 없다. ▶피부는 기름을 칠한 것 같고, 특히 안면은 번질거린다. ▶음부(陰部)나 겨드랑이 혹은 손 발바닥에 땀이 많으며 더럽다. ▶ 비만해지고 근육이 솜처럼 부드러우며, 손 발과 목 등이 부은 듯 하다. ▶기름진 음식을 싫어하고 담백한 음식물 혹은 건조한 음식물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잘 놀래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황홀한 기분이 되며, 우울해지거나 반대로 흥분하게 된다. ▶혀가 기름 때가 낀 것 같고, 침이 많이 고이며, 자신이 조절할 수 없게 된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잠이 오고 머리가 띵하다. ▶변비가 일어나기 쉽고 잔변감(殘便感)이 있다.
진액의 부조(不調) 에 의해 나타나는 질병은 급속히 진행되거나 또는 형태상의 변화를 나타내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매우 광범위하고 대부분 고질적이고 만성적인 경향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어 늘 그러려니 하고 참고 사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증세를 방치하게 되면 현재는 병증이 없었던 다른 장부 조직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점점 치료가 난감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