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에게 쓰는 편지
빛 가운데서는
빛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어둠 가운데 섰을 때 사람은
진정 빛의 소중함을 깨닫는단다
아들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널
나는 소망한다
너의 아픔이
너의 슬픔이 무엇인지
나는 자세히 알 수는 없어도
널 향한 내 사랑은 맹목적이다
아들아
삶은 때론 쓴 부리를 캐면서
가파른 산을 힘들게
오르기도 하는 것이라서
어떤 형편이건 견딘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그래서 충분히 감사할 요건이란다
슬픈 네 목소릴 들으면
나도 슬퍼지고 기진해지고 기운이 없다
너를 그 어렵다는 훈련에 보내면서
기도를 부탁하는 네게
나는 얼마나 부끄러운 존재이더냐
그러나 아들아
너는 내 일생에 유일한 목적이며
내 영혼의 정수리에 피는
가장 맑은 꽃이며
내 생명을 일구는 맑은 이슬이다
기도로 세운 내 생명의 면류관이다
(고은영·화가 시인, 1956-)
첫댓글 언제 올리셨대요 언니가 쓰신줄 알고 깜놀ㅎㅎ 전 나쁜 엄마라 맨날 말로만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