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년 동안 전국 250여개 록 밴드가 불꽃 튀는 경연을 벌여온 제1회 코리아 록 페스티벌이 지난 23일 최종 결선을 통해 첫 번째 대장정을 마쳤다.
‘K―록 챔피언십’이라고도 불린 이 경연대회는 지난 3월 16일 서울 홍대 앞 클럽 ‘슬러거’에서 25팀이 출전한 것을 시작으로, 부산·광주·대구·대전·전주·동두천의 유명 라이브 클럽에서 총 10회에 걸쳐 진행돼 왔다.
▲ 제1회 코리아 록 페스티벌에서 금상을 받은 펑키록 밴드 '엘스'가 최종결선에서 화려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핫뮤직 제공
대학로 SH클럽에서 열린 최종 결선에는 7월 상반기 결선, 11월 하반기 결선에서 뽑힌 15개 밴드가 나섰다. 이날 장장 5시간에 걸친 라이브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아 상금 1000만원을 거머쥔 밴드는 혼성 4인조 밴드 ‘럼블 피쉬’였다.
23일 낮 1시부터 경연장인 SH클럽 앞은 악기를 멘 밴드 멤버들과 이들을 응원하려고 모인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밴드 성향은 모던록부터 펑키한 록, 국악과 록의 결합, 초스피드 연주의 ‘익스트림 메탈’까지 무척 다양했다.
예정보다 1시간 늦은 4시, 첫 팀인 고려대 밴드 ‘나이스 바디 킬러스(Nice Body Killers)’가 등장했다. “여러분들을 모두 ‘나이스 바디’로 생각하고, 모두 죽여 드리겠다”고 소개한 이들은 200여 관객들을 후끈 달구어 놓았다.
이어 시베리안 허스키, 스타 피쉬, 워시 더 디쉬즈, 디오니소스, 베베 같은 밴드들이 줄지어 무대에 올랐다. 팀당 주어진 시간은 15분. 악기와 장비를 갖추느라 시간을 초과하면 감점 요인이었으나, 밴드들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튜닝과 음향 점검을 끝내고 자작곡을 두 곡씩 연주했다.
▲ 대상을 차지한 '럼블피쉬'
밴드들은 대회인지 공연인지 모를 만큼 철저히 ‘즐기는’ 모습이었다. 하드코어 밴드 ‘스타 피쉬’는 연주 도중 ‘함성’이라고 쓰인 큰 종이판을 펼쳐 열광을 끌어냈고, 특히 판소리와 록을 섞은 노래 ‘신 춘향전’이 큰 박수를 받았다.
정통 헤비메탈 밴드 ‘디오니소스’의 보컬 이윤석은 트레이드마크인 긴 머리칼을 흔들며 객석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 팀은 나중에 관객 투표에 따른 인기상을 받았다.
이날 수상 내역은 최근 록의 경향을 뚜렷이 보여줬다. 대상을 받은 ‘럼블 피쉬’는 모던록, 금상의 ‘얼스’와 장려상의 ‘클라우드 나인’은 펑키 록을 주로 연주하는 밴드다. 이날 고교생 밴드 ‘GS 주니어’가 심사위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기타를 친 정구현군(리라컴퓨터고 2)은 프로 뮤지션 뺨치는 노련한 플레이로 감탄을 이끌어 냈다.
경연대회는 오후 9시가 돼서야 모두 끝났다. 이날 심사를 맡았던 드럼 연주자 강수호씨는 “요즘 젊은 밴드들의 실력이 이렇게 높은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특히 장르가 아주 다양한 것이 충격적일 정도”라고 말했다.
코리아 록 페스티벌은 TV 쇼 위주의 댄스뮤직과 립싱크로 피폐화한 한국 대중음악에 산소를 공급할 주요 이벤트로 일찌감치 주목받아 왔다. 전국의 모든 록 밴드들에 ‘무대’를 마련해 준 최초의 행사로, ‘클라우드 쿠쿠랜드’ 같은 팀은 5번이나 예선에 도전해 결국 결선에 오른 ‘4전 5기’의 화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후원을 맡았던 대기업이 하반기 들어 포기를 선언하면서 규모가 축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럼블 피쉬’의 리더 김성근씨는 “실력으로 엄선된 팀들끼리의 경연에서 대상을 받아 너무나 기쁘다”면서 “앞으로 더욱 큰 규모의 탄탄한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디 밴드들의 실력과 다양성을 확인한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음반시장이 위축되면서 음악계의 관심은 공연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라이브 실력으로 승부를 낸 이번 행사에서 아주 큰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현우기자 hwhan@chosun.com )
첫댓글 럼블피쉬 보컬분 목소리 정말 굿-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