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정과 코스:2006년12월31일-2007년1월1일 종각-보신각과 청계천 일원 새벽 삼각산(북한산):우이동-선운사-육모정고개-영봉-하루재-위문-백운대-노적봉-용암문-대동문-대남문-문수봉-대성문-정릉으로 하산
2006년을 보내며 개인적으로 멀리가는게 싫어 서울에서 보내기로 했다. 전철을 타고 밤9시쯤 집을 나서본다. 어떻게 이 밤을 보내야 추억으로 남을까을 생각하다 청계천 일대를 먼저 돌아 보기로하고 동대문에서 내린다. 역시 서울은 국제 도시인듯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롯 외국 사람들도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 돈 벌러온듯한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띤다.
자주 나와봤던 청계천이지만 오늘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물론 오늘같은 날은 어딜가도 마찬가지겠지만... 잘 가꾸어진 청계천은 시민들의 휴식처로써 안성마춤인것 같다. 광교 근처에 다다랐을땐 인산인해이고 폭죽을 쏘아대는 사람들때문에 안전 문제가 걱정됐다. 스피커에선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해 폭죽 쏘는걸 자제해 달라는 방송이 계속 됐지만 즐기는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은듯 하다. 시민의식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빛의 향연인 루체비스타가 절정을 이루는 지점인 광교쪽은 엄청난 인파에 증명사진들을 찍느라 정신들이 없다. 혼자보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몇명이 같이 왔으면 이 많은 군중들 앞에서 서로 잃어버리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이 된다. 서울 시청앞 광장에는 아리랑 외국어 방송이 진행중이다. 노래자랑이 있어 신청을 하려다 그만 접고 종각으로 자리를 옮겨 본다. 보신각 타종소리를 들으려 시간을 맞혀 가는데 사람들로 꽉 들어차 움직이기 조차 힘들다. 지난번 압사사건이 생각났다.
도저히 어찌할수가 없다. 내 앞에 있는 어린애가 힘들어해서 나는 배낭을 멘채 그 애를 안고 119소방대원한테 건네며 보호를 요청했다. 빠져나가고 싶어도 엄청난 인파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것이다. 12시가 돼서야 타종이 시작되고 왠 폭죽들은 그렇게들 쏴 대는지... 잘못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생각을 갖고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려고 왔던것이 후회막심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엄청난 폭죽으로 다친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숙인채 기도를 하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폭죽소리와 화약 냄새로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모든게 끝나고 나서야 현장을 빠져 나올수 있었다. 다음부턴 절대로 오고픈 마음이 없었다.
전철은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는 정보를 알았지만 종로근처에서는 타기가 힘들어 동대문까지 걷기로 했다. 종로통을 걸어가는데 이 일대도 많은 사람들로 난리다. 오늘 이런 일정을 한것이 후회됐다. 하지만 산에 올라 일출만 보면 될것 같은 희망을 갖고 수유리쪽에서 내려 식당에서 새해 첫날에 떡국을 시켜 먹고 들머리인 우이동 선운사쪽으로 걸어간다. 이시간에(새벽3시) 배낭을 메고 걷노라니 많은 생각에 잠긴다. 온 세상은 조용하기만 하고 밤하늘엔 어렴풋하게나마 반달과 별들이 가끔 보인다. 육모정 매표소엔 사람도 없다. 올해부턴 입장료가 없어져서 일까요? 국회에서 제대로 정책을 입안했어야 하는데... 국립공원관리공단 김재규 前이사장 때도 수시로 메일을 보내 잘못됐다는 지적을 한적이 있는데 말이다. 산을 다니는 사람들은 입산료만 내면 되는 것이다. 지금바뀐 규정은 문화재관람료는 그대로 있고 결국 반대현상인 입산료만 없어진 셈이 됐다. 의원나리들 제대로 주제파악들이나하고 만든것인지 묻고 싶소? 불교쪽에선 그대로 매표소 위치를 고집하고 2000원으로 올려 통일을 한다니 과연 부처님께서 그런뜻을 갖고 계셨었을까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욕심은 禍를 부른다 했거늘... 산을 다니는 우리는 정당하게 입산료을 내고 다니겠다는데 말이다.
육모정을 지나며 영봉까지는 지난번 내린 눈이 얼고 녹고해서 가끔씩 얼음으로 덮여있다. 조심조심 오르며 영봉에 도착해 비문에 맥주 한캔과 쵸코렛으로 내 마음을 빌어 본다. 거창하게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벌써 부지런한 사람들은 백운대에서 불빛을 내고 있다. 일출시간은 오전 7시45분이라는데 다섯시도 안돼서 도착들을 했으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인듯 하다. 시원하게 맥주 한잔 마시고 하루재에서 곧바로 만경대쪽으로 향하는데 불빛을 낼수가 없다. 불법 산행이기 때문이다. 위험하지만 몇년전 다닌 생각에 올라 보지만 너무 힘든 코스다. 헤드렌턴을 캘수가 없는 지역이라 정상부근에서 원래코스대로 백운산 산장에 도착해 잠시 휴식하고 백운대로 오른다. 벌써 백운대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는수 없이 정상에서 도장만 찍고 한적한 노적봉으로 자리를 옮겨 일출을 보기로하고 이동하는데 이곳 저곳에서 백운대만을 고집하며 계속 사람들이 모인다.
노적봉에는 오르기도 조금 힘들고 해서 그런지 몇명만이 자리를 하고 있다. 오른 사람들끼리 한잔씩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일출을 기다리는데 8시가 넘었는데도 해가 뜰줄을 모른다. 일출보는걸 포기하고 용암문으로 향한다. 왠 산을 찾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용암문에서 동장대거쳐 대남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한해를 시작하는 첫날 일출을 보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았건만 애석하게도 햇님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9시가 넘어서야 수줍은듯 하며 얼굴을 내민다. 문수봉에 올라 북한산(삼각산) 전체를 조망하는데 이제서야 그런대로 날씨가 좋아 볼만하다. 보현봉에서 문수사와 문수봉을 볼때와는 또다른 맛이 난다. 문수봉에 올랐다가 산악회 아는 분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도 하고 문수사에서 108배를 하고 싶어 절에 들리기로 하고 내려간다. 전국에 있는 암자나 사찰에서 기도를 많이 했지만 오늘은 밤을 새워서 인지 108배를 하는 내내 많이 힘들다. 힘들지만 이렇게 하고 나면 내 맘이 좋다. 108배를 마치고 지하 난로에서 약속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데 오늘은 새해 첫날이라 공양(뱝)을 준단다. 12시가 돼서야 콩나물에 김치를 담은 한끼를 공양받고 대남문에서 일행을 기다리는데 또 다른 산악회 몇분을 만나 몇잔의 술을 얻어마시고 개그맨 某씨도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등산화도 아닌 운동화에 몇분이서 왔다는데 걱정스럽고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에 한컷 찍어주니 백운대로 향해 간다.
잠시후 일행을 만나 간단하게 한잔씩 하고 제일 빠른 하산 코스를 잡아 정릉쪽으로 내려간다. 내려오다보니 몇년전 내가 들러 108배를 하는 법을 가르쳐주신 적연스님이 계시는 삼봉사 앞을 지나는데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자주 찾았던 사찰인데 한참을 뜸하고 오늘은 일행들이 있어 그냥 지나치고 있으니 말이다. 다음에 꼭 찾아뵈리라 마음먹고 함께 하산을 한다. 일행들과 새해 첫날부터 산행후 뒷풀이를 하기 위해 찾은 식당에서 기분좋게들 몇잔씩 마시며 흥겨워한다. 역시 술은 좋은것이여... 산행후에 간단하게만 끝난면 정말 좋은 것이다. 기분좋게 마시고 이어진 노래방에서 한껏 기분들을 내고 한곡씩 뽐내고 약속시간 때문에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를 나온다. 2007년은 이제 이렇게 시작됐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힘들었던 지난해를 뒤로하고 건강한 정신과 육체로 한 걸음 전진하는 그런 한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래보며.... 올 한해도 아무탈 없이 산행 할수 있길 기대하며... 산을 사랑하는 모든 님들의 행운을 빌며... 감사합니다. -kor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