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순환이 12월이다. 빨간 단풍잎이 떨어지고 빨간 명감나무 열매만 남았다. 사철나무 호랑나무 가시 열매도 빨갛다. 각각 생명은 유한하지만 그 열매는 영원하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후손들에게 유리한 유전인자를 전하고 싶어 한다. 지혜와 용기는 사랑에서 나온다. 대지의 가장 깊은 데에서 꽃을 피운다. 사랑과 만남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것은 우리 인간이 스스로 할 수 없는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노력하는 결과는 빛과 향기로 받을 수 있다. 아름다운 사람은 빛과 영혼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매일 선물을 줄 수 없어도 매일 선물을 받고 있다. 아침이면 새날인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은 매일 영혼을 맑게 한다. 밤이면 생명의 숨결을 듣는다. 날마다 계절은 다르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숨소리도 다르다. 이런 것들에 대한 움직임을 알 수 있다면 오늘도 다시 태어나고 있다. 오늘도 살아있다는 증거는 마음과 마음이 맞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음들이 충만하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나. 겨울의 산속에서 사랑의 피를 나눈 명감나무는 그냥 자연의 흐름이다. 그러나 다음 생명을 이어주기 위해 열렬한 가슴을 달아 놓았다. 자연은 기간이 있다. 이 기간 속에 대물림이 이어진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자연을 거슬릴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문예가 있다. 문명을 그 사이에서 춤을 출 수 있다.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움이다. 비파나무가 겨울에 꽃을 피운다. 비파악기는 현악기다. 아마 비파 열매 모양을 본뜬 이름을 지은 것으로 생각된다.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 자라는 아열대성 식물이다. 비파 열매는 6월에 익는다. 노란 빛깔이 동남아지역에서 나는 과일과 비슷하다. 비파가 있는 집안에서 일부러 심지는 않았다고 한다. 또한 비파가 있는 마을은 그 마을만은 비파가 있다. 비파 씨앗이 열매 속에 있는데 제법 크다. 새들이 먹기에는 크고 물어다가 껍질만 먹고 가까운 지역에 낙하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마을로 옮기지 못하고 그 마을에서만 살고 있지 않나 생각 된다. 이 겨울에 꽃을 피우기 위해 꽃받침이 솜털로 감싸고 있다. 꽃은 사랑의 절정이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동백꽃도 한 겨울에 꽃을 피우고 여름에 열매를 맺는다. 영원한 생명은 고난의 역경 속에 핀다. 따뜻한 나라에는 비파를 켜는 소녀가 있다. 평화와 평강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진다. 가장 사랑스러운 것들은 살아 있는 것들이다. 비록 육신은 죽어 없지만 그 마음은 아직도 살아 움직인다. 우리 주위에 비파를 켜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한편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아주 작은 아름다움이 필요하다. 스스로 느끼면서 자존감이 획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