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리브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올리브 키터리지의 노년을 다룬 이야기이다. 수학 선생으로 은퇴했으며, 칠십 대에 남편을 사별하고 하버드 교수였던 잭과 재혼한다. 두 번째 남편을 먼저 보내고 노인 복지 아파트에 입주하여 지내는 팔십 대 중반까지의 삶을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의 환경으로 인하여 노인의 삶과 죽음이 어쩔 수 없이 주요 주제가 된다. 소설은 올리브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형식을 취하는데, 제목들에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란 짐작된다.
<단속>, <분만>으로 시작하는 소제목들은 올리브가 심장 마비를 일으키는 <심장>을 지나서, 인생에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를 걱정하는 이야기인 <친구>를 마지막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이 특별한 것일 수 없다. 단지 다를 뿐이다. 젊다는 것은 넘치는 힘을 주체할 수 없다는 것이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을 하고자 하여도 뒷받침할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처지에 맞게 행동할 뿐, 무엇을 하고 안하고는 반드시 환경의 제약을 따른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자신의 처지란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달려 있으며, 처한 환경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으면 젊은 대로 나이 많으면 많은 대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환경에서는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니.
돌이켜보면 나의 삶에서 순수하게 나의 의지만으로 결정한 것이 거의 없음을 느끼곤 한다. 어떤 흐름에, 하필 그날 비가 와서, 그때 거기에 내가 있었으므로.
올리브는 늘 솔직한 사람에게 끌리는 사람이었으며, 자기도 가능한 한 솔직하게 상대를 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마도 두 번째 남편인 잭을 만난 뒤로 더욱 조금 순화되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성격으로 묘사된다. 너무 솔직하게 사람을 대하는 사람을 우리는 사교적이지 않다고 하지 않는가. 전작을 대하지 못했으므로 중년의 그녀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상상을 할 수 없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올리브 키터리지의 이야기는 그녀의 성격과 무관하게 따스하고 정겹게 가슴을 울린다.
* * * * *
너무나도 진짜 웃음이었다. 620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저 사람들은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거예요." 잭이 올리브에게 64
나이가 들면, 투명인간이 돼.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자유를 주지."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는 말이야. 거기에 뭔가 자유를 주는 측면 있지." 324-325
"우리 모두 어떤시기를 지나는 중이지" 올리브 432
기억을 타자하는 그때가, 올리브에게는 자신이 갇혀 사는 그물망이 걷히는 기분을 느끼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436
-노인 복지 아파트를 그물망으로 표현
올리브가 말했다. "음, 그게 삶이죠. 삶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455
올리브는 깨달았다.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음을. 459
내게는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없다. 진실로 나는 한가지도 알지 못한다. 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