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발간하는 월간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6년 6월 호(https://ruscis.hufs.ac.kr)에서 국제기구의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지위가 바뀐 한국이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전력 시스템 현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협력 방향및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손민정(석사 과정, 러시아·CIS 경제 전공)씨가 쓴 '한국의 대(對)우즈베키스탄 전력 부문 개발 협력 방안'이다. 소개한다/편집자
**본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학과와 바이러시아(www.buyrussia21.com)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한국의 대(對) 우즈베키스탄 개발 협력 추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며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국가다. 이 같은 한국의 발전 모델은 1992년 수교 이후 시작된 대(對) 우즈베키스탄 개발 협력의 든든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한-우즈벡 양국은 지난 30여 년간 주로 보건의료, 교육, 공공 행정 등 기초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며 협력해 왔다. 이같은 협력 방식은 중앙아시아 내 최대 인구 보유국인 우즈베키스탄이 50.9%에 달하는 급격한 도시화와 가파른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소비 증가율이 연 6~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즈베키스탄 전력의 수요를 감당하고, 도시 인프라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력 부문에 특화된 개발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 우즈베키스탄의 전력 부문 수요
우즈베키스탄은 천연가스(2023년 기준 75. 9%)에 기반한 화력발전을 통해 5개 지역 단위의 송배전망으로 전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송배전 손실률은 2022년 기준 4.5%로, 세계 평균치인 6.8% 대비 양호한 수준이나, 전력망이 소련 시대에 구축된 시스템(CAPS)과 연계되어 있어 전력 품질의 저하가 발생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그동안 지속적 성장을 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 보장을 강조해 왔다. 2019년 「Concept Note for ensuring electricity sup ply in Uzbekistan in 2020-2030」에서는 (전기의 생산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통제및 관리가 필요한) 계통 운영의 효율성과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구조적 전환을 주요 과제로 명시한 바 있다. 무엇보다도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현재 전력망의 현대화, 계통의 디지털화, 수요 관리 체계의 재구축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시급한 것은 송배전 인프라의 현대화다. 현재 운용 중인 전력망은 설계 수명을 초과한 설비의 가동, 배전망 및 변압기의 높은 마모율 등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송배전 인프라의 현대화로 물리적인 전력 손실을 줄여야 할 형편이다.
계통 관리 체계의 디지털화도 필요하다. 발전·송배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처리·표시·백업하고, 발전 설비의 전력 흐름과 부하를 최적화하기 위해 해당 설비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스카다(SCADA) 시스템'을 통합·관리해야 한다. 계량기-통신망-운영 시스템이 연결된 지능형 전력 계량 시스템(AMI) 기반의 수요 관리 체계 구축 역시 중요하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유도와 재정 자립을 위해 검침 자동화와 정확한 과금에 초점을 둔 지능형원격검침(AEM)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이를 장기적으로 지능화하여 전력 시스템 전반의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한-우즈베키스탄 전력 부문 개발 협력의 현황 및 한계
그동안 한국의 대(對) 우즈베키스탄 전력 개발 협력은 재원의 성격과 수행 주체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2014년 나망간주 팝(Pop)군 태양광 실증단지 건설은 무상 협력의 대표 사례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태양광산업협회가 실증단지의 건설 및 운영을 맡았으며, 한화큐셀코리아가 기자재를 기부하여 태양광 기술과 경험을 이전한 바 있다.
한국 기업이 다자개발은행(MDB)을 통해 참여한 경우도 있다. 2015년 KT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재원으로 부하라, 사마르칸트, 지자흐에 원격 검침이 가능한 스마트 미터기를 설치하고, 계량 데이터 관리·고객 관리·과금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원조 대상국에 유상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도 있으나, 전력 부문에 특화된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EDCF 지원은 통상 보건의료, 교통, 교육 인프라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한-우즈베키스탄 전력 부문 개발 협력 사례를 보면 몇 가지 한계점이 드러난다. 가장 큰 문제는 EDCF 재원 배분의 제약이다. 지금까지는 EDCF를 통한 전력 인프라 개선 집중도가 높지 않아, 무상 협력에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대규모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또 다자개발은행 사업상 한국의 참여 범위가 제한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ADB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는 프로젝트 수행 단계에 한정되어 대상 국가 내 기술 표준 설정이나 운영 구조 설계 과정에서의 영향력 확보가 어렵다. 현재의 개발 협력도 유·무상 및 다자간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다. 개발 협력이 각기 다른 채널로 추진되면서 재원 간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개별 기술·장비 도입이 전력 시스템 전반의 통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향후 개발 협력의 방향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전력망 현대화, 계통 디지털화, 수요관리 체계 구축은 이미 한국이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다. 한국은 가스절연 개폐기 기반 변전소 구축, 배전선로 자동화, 고장 분리 및 복구 기술 등을 통해 효율적 운영 경험을 축적해 왔다. 또 '스카다' 기반의 통합 계통 운영 체계로 전력 부하, 주파수, 전압 안정도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약 2,005만 호에 지능형 전력 계량 시스템 설치를 완료해 실시간 전력 사용량 수집, 원격 검침, 요금 자동 부과, 미수금 감축 등 전력 운영 효율을 개선해 왔다.
한국이 구축한 이같은 통합 시스템은 우즈베키스탄 에너지 표준 협력의 기반이 될 수 있으므로 양국 간 파트너십 제고를 위해 앞서 언급한 개발 협력 방식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전력 부문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EDCF과 다자개발은행 간 협업을 통한 자금 조달도 검토해 봐야 한다. 나아가 다자개발은행 내 한국 전문가를 파견해 초기 프로젝트부터 참여할 수도 있다. 또 유·무상 및 다자 협력을 연계해 무상으로 타당성 조사와 기술 실증을 수행한 후 EDCF의 본사업으로 연결하거나, 다자개발은행 입찰 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올라선 한국의 발전 여정은 우즈베키스탄이 꿈꾸는 미래와 닮아 있다. 전력 부문에서의 밀도 높은 협력은 우즈베키스탄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전력 부문 원조 수혜국에서 표준 공여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경험이 우즈베키스탄 전력망을 타고 흐를 때 양국의 파트너십은 진정한 결실을 맺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