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백두대간, 백두대간,
일반 산악회에 다니면서 우연히 들었을 때 가슴이 뛰던 명사인데 나에게는 동사이자 극강의 형용사로 다가왔다.
낙동산악회를 안 건 참으로 우연이다. 함께하는 대원들 각자마다 필연 같은 우연이 있었을 것이다.
처음 산행이 어찌나 힘들고 어려웠던지 매번 대원들보다 2시간 이상의 격차를 두고도 가야겠다는 의지만으로 대간의 산들을 하나 둘 넘었던 것 같다. 솔직한 마음으로 풍경이 눈에 들어오거나 산을 간다는 느낌이거나 하는 마음보다, 산행이 여간 괴로움을 동반한 장거리였다. 40여 구간 동안 매번 산행이 즐겁거나, 고맙거나, 행복하거나 하는 마음보다 일행들에게 쫓기는 기분이 먼저였던 것 같다.
그런 기분이라도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로 대간을 종주했던 건 억지스러움일 수도 있다.
최근 몇 번의 산행을 하며 이 길이 고맙고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아졌다. 그것은 속도의 문제가 아닌 대간의 계절마다 변하는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할까 아니면 도상의 길에서 만나는 진면목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진지하게 볼 수가 있어서 그럴까. 가파른 40도 이상의 경사를 오를 때 몸 안에서 엔드로핀이 도는 순간이다. 그리고 능선을 걸으며 내가 자연과 하나였다는 사실에 사로잡히고, 가끔 겨드랑이 혹은 몸에서 올라는 역한 냄새를 맡을 때 자연에서 지각되는 안쪽 세계의 기준이라는 감정이 올라온다.
대야산 산행 후 늘재 편의점에 앉아 청보리님 국화님 연꽃님 산사랑님 그날까지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주인공은 이 사람들이다는 느낌이 전해왔다. 이 순간만큼은 자연이 준 서정과 색깔이 가득해져 가장 매력적인 모습에 가까워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매력은 보이지 않게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대상의 정서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사람이 자연을 닮아가는 감각적인 정서가 나에게 전달되는 순간 잠깐의 대화였지만 그들의 매력에 빠져있었다.
주인공을 말하려니 얼마전 제주도 바다에서 열반에 든 명진 스님은 단지불회(但知不會)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내용이야 모두 아는 말이지만 '다만 모를 뿐이다'라는 그 말속에 자리하고 있을 때에만이 주인공이 된다고 나는 해석하고 있었으니까?
우린 모두 주인공이다. 대간을 걸을 때는 사회에서 가지고 있던 생존을 위한 도구적인 포장지를 모두 벗고, 자연과 닮은 나체인 다만 모를 뿐인 나로서 걸어가는 그대가 놀랍고 존경할만한 친구들이다.
오늘 점심을 먹을 때 고맙다고 두 번 더 말해야겠다.
* 태양이 오르는 사진은 알바해서 고생한 보람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 순애님이 찰영한 사진이다(고생하셨습니댜~ㅋ)
첫댓글 ☕️✨️
알바로 고생하셨지만 멋진 일출을 담아주신 순애님의 사진처럼, 우리 낙동산악회 20기와 함께 하는 대간길의 모든 순간이 고생 끝에 만나는 선물 같습니다.
"고생 끝에 만나는 선물 같다"는 말씀이 흔하게 나누는 덕담 같지만, 사진으로 경험으로 재현되는 말씀은 참으로 현장감과 따듯함이 함께 녹아있는 듯 합니다 요즘 아무런 이득없이 후미에서 대원들을 돕는 왕서방님 참으로 멋지게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무쏘꿈,님.!!! 앞으로 님의 모습을 슬쩍 슬쩍 스치면서 볼 것 같은 예감??? 우람한 무소같은 덩치에 힘은 얼마나 셀까.!!! 점점 나아지는 산행 실력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님의 말 그대로 우린 모두가 "주인공"이지요. 다만, 이순신. 이성계. 최치원 등 유명하지 않은 필부들이지만 오늘이라는 하루에 우리의 역사를 한 켜 쌓았습니다. 계속 만들어 가야지요..
"오늘이라는 하루의 역사 ~"
문학인의 정서가 느껴지는 주옥 같은 말씀입니다
오늘이라는 하루의 역사에 대해 철학적으로 혹은 시론의 제목을 사용해 서술하면 500페이지 원고가 그냥 나올 것 같은 깊이입니다
고맙습니다
대간길 걷는 낙동20기분들
모두 투사같고 용맹하기 그지 없습니다
무쏘꿈님의 글을 읽으니
주위의 권유에도 자신없어
미루고 미루었던 대간길을
이제라도 시작하게 되어 다행이고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대간길을 걸으며 갑자기 성장한 나를 봅니다
한번 들어서면 어찌할수 없는 길이니까요ㅎ
뒤늦게나마 낙동과 함께 할수있어 고맙고
다음길이 기다려지는 두근거림이 있어 행복합니다
제가 살짝 선동가적인 공갈포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ㅋ
대간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매력을 알 수가 있을까요
시선 바깥에선 '미친넘'이라고 할 만한 개인에게는 큰 서사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갈 수 있는 몸이 있고 의지가 있으니 함께 응원하며 끝까지 가시지요
응원하겠습니다
시간이 일러 대야산에서 일출을 보지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순애님이 멋진 샷을 남기셨네요.
지난주에 대간 완주 하셨는데,
늦게나마 진심으로 완주 축하드립니다.
결코 싶지않은 대간길, 지난 시간 걸음 걸음마다 힘들었던 여정을
인내와 끈기로 극복하고, 이제 진정한 대간길 주인공이 되신 듯 합니다.
대간길을 함께 하는 낙동인들과의 소중한 인연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특히 무쏘꿈님은 남아의 호연지기와 해박한 철학적 사고까지 겸비하고 있어시니,
낙동의 대간길이 더욱더 정신적으로 깊이가 있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듯합니다.
그날까지님과 하산후, 시원한 맥주 한잔하면서 낙동 대간 대원님들의
이런 저런 에피소드 얘기한적 있습니다.
모든면에서 귀감이되시는 한길 큰형님, 도사의 기풍을 타고나신 유도사 형님,
낙동의 지적 수준을 높여주는 무쏘꿈님, 걸음이 적토마 같아 네오 대장님을 힘들게 하시는, 나무 그늘님 ..ㅎㅎ
낙동의 젠틀맨, 왕서방님, 그리고 낙동의 여전사, 3총사, 청보리, 국화, 연꽃님, etc
그런데, 그날 편의점에서 총무님의 연약한 여성이라는 주장에 깜짝 놀랐네요. ㅎㅎ
힘든 장거리 코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저만 빼면 모두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매 구간 산행 후 느끼는 것이지만, 낙동 전사들 정말 대단합니다
오르고 내리는 구간이 끝나야 끝이 나는 구간의 종점을 매번 그렇게 가시는지 말입니다
산사랑제이님도 한가위 잘 보내십시요
고맙습니다
어려움 뒤에 얻는 만족감과 나아가 희열을 느끼는 과정.
님은 어엿한 백두대간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어찌나 빠른지 산에서 얼굴 보기 어렵습니다.
수고 많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