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가,
새벽 3시 40분경인데...
산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곳에서,
뭘 하고 있는지...
주변에,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산짐승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나만 홀로 길을 걸었습니다.
이유는,
덕룡산 진달래가 유명해서,
정말 많은 사람이 찾아온 관계로,
산 입구까지 차량 진입이 안 돼서,
이런 길을 2Km를 걸었습니다.
시간이 30분 이상 걸려서,
산행 입구에 도착했는데...
길도 협소한데,
버스와 승용차들이 뒤섞여서,
꼼짝을 하지 못하고 있고...
암튼,
시골 한적한 마을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려서,
내 계획은 완전히 망가졌고...
어렵게 등산로를 오르는데,
바람이 불면 향기롭지 않은,
기묘한 향기가 밀려오는데...
범인은,
사스레피나무에서,
향기롭지 않는 향기가 밀려오고...
참고로,
이 나무의 용도는,
모든 꽃다발 및 화환에 받침으로 사용 중이고...
십여분 올랐는데,
진달래 꽃이 땅에 뒹굴고 있고...
이걸 보려고,
밤잠을 설치며 왔는데,
이런 상태라면 완전 망한 듯...
그러나,
결론은 반대 상황으로 인해,
산행은 완전 "꽝"이었고...
산에,
얼마나 많은 산꾼이 왔는지,
눈으로 확인해보면...
사람이 많다 못해,
걸을 수가 없을뿐더러,
등산로가 어디인지 한눈에 보이고...
이로 인하여,
지금까지 어떤 산행보다,
엉망진창인 산행이 되었고...
산봉우리에는,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데...
산속에는,
엄청난 산객들로 인해,
산이 떠나갈 듯했고...
암튼,
이런 상황으로 인해,
일출은 고사하고 최악의 시간만 보냈고...
여기는,
덕룡산의 동봉이라는 조그만 봉우리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많으면,
두 발자국 걷는데 30분 걸렸습니다.
길은 좁은데,
서로 빨리 가겠다며,
고성까지 오가는 상황이...
분명히,
손전등을 켜면서 대기했는데,
10미터쯤 걸어왔더니,
날이 환하게 밝았고...
도대체,
남해안 해안가에 있는,
조그만 산에 산객이 이렇게까지 몰렸을지...
암튼,
지옥 같은 산행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고...
해는 뜨고 있으나,
해를 볼 수 없는 상황이...
내가 서있는 곳에서는,
아침 물안개가 자욱한 시골 풍경만...
암튼,
안개라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고...
날은 밝았지만,
산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덕룡산과 주작산은,
500미터도 되지 않는 곳인데,
암벽구간이 많은 관계로 지체된 구간은 늘어만 가고...
더구나,
나처럼 암벽이 싫고,
진달래를 보러 온사람까지도,
무한정 기다려야만 했고...
해는 떠올라서,
서봉을 비추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동봉을 벗어나지 못해서,
짜증 정도가 아니라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그나마,
진달래라도 있다면,
마음이 진정될 수도 있는데...
정말 어렵게,
동봉을 내려와서,
서봉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남해 바다에는,
해무가 잔잔하게 끼어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암튼,
분노를 억누르며,
진달래만 생각하면서 걸어가는데...
화려한 진달래를 꿈꾸며,
야심한 밤에 여기까지 찾아왔고...
온갖 험난한 코스와,
엄청난 산객 사이에 끼어서,
여기까지 왔지만...
부지런한 진달래는,
아직 철이 아닌데 왜 왔냐고 항변을...
서봉을 지나고,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험난했던 구간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여기에 온 목적은,
저 암벽사이에,
붉은 진달래가 가득해야 하는데...
암튼,
진달래는 피지 않았고,
걷기 힘든 암벽은 끝없이 이어지기만...
몰이라도 먹으려고,
바위에 걸터앉았는데...
오래전에 떠오른 태양은,
마음을 진정하고,
지금 이런 상황을 즐기라고...
공감은 하지만,
비싼 돈을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너무 괴롭다고 한탄을 했고...
가야 할 길은,
아직도 암벽구간이 날 기다리고...
예전에도,
진달래를 만나기 위하여,
여길 찾아왔는데...
그때는,
여길 지나고,
멀리 있는 봉우리에서 일출을 즐겼는데... ㅠ.ㅠ
여기도,
내려가는 길은,
험난하다 못해 무섭기만...
더구나,
이렇게라도 내려가기 위하여,
10~20분 대기는 기본이고...
암튼,
오늘 산행은,
내 예상과는 전혀 상관없이 진행되고...
정말 힘들게,
맞은편 바위를 내려왔는데...
그나마,
부지런한 진달래가,
활짝 꽃을 피웠고...
덕분에,
치밀었던 울화도,
조금씩 진정되나 싶었는데...
내 생각대로라면,
여기서 진달래꽃을 만끽하고,
힐링하면서 산을 올라야 하지만...
진달래꽃이 없는,
암봉 구간은 날 절망 속으로 이끌고...
암튼,
예전 기억을 되새겨 보지만,
그걸로는 화를 누를 수 없었고...
바위가,
진정하고 오늘 하루를 즐기라고...
바위 위에 있는 소나무는,
자길 바라보면서,
오늘 하루를 즐기라고...
나는,
무슨 말인지 알지만,
그렇게 행동인 안된다고 항변만...
선홍색 진달래를 보니,
가뭄에 콩 난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암튼,
이 한 그루 진달래가,
분노 게이지를 절반 수준까지 내려주었고... ㅎㅎ
참고로,
오늘 일정은,
덕룡산 지나고,
주작산 들러 두륜산까지 가야 하는데...
암벽 구간에는,
진달래는 보이질 않고,
꽃이 저버린 동백나무만 자리했고...
동백이 지기 전에,
진달래가 피는 것이 원칙인데...
그런 원칙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ㅠ.ㅠ
드디어,
덕룡산의 암봉 구간을 지나고,
맞은편 주작산으로 넘어가려 하는데...
주작산 암봉은,
그렇게 해보라며 생트집을...
더구나,
맨 뒤에 보이는 두륜산은,
언감생심이라며 으름장을...
여기는,
작천소령이라는,
나지막한 언덕입니다.
예상대로라면,
여길 7시 이전에 통과해서,
주작산을 들러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오전 9시가 돼서,
여기에 조촐한 아침을 먹고,
2번째 산인 주작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주작산은,
2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주 능선에서 1.5Km 떨어진 주작산 주봉은,
지난번 산행에서 둘러보지 못해서,
이번에 주봉을 찾아갔습니다.
가는 길은,
내가 딱 좋아하는 완만한 평지인데,
진달래는 고사하고 야생화 한 포기도 없네요!!
30분 남짓 걸려서,
주봉까지 왔는데...
이런 모습 말고는,
아무것도 없네요.
진달래 꽃도 없고,
험한 바위만 지나왔는데,
주작산 주봉은 길만 편할 뿐이고...
허무한 마음에,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데...
길가에는,
조그만 복숭아나무에,
도화꽃이 화려하게 피었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진달래 꽃이 지고,
복숭아꽃이 피어야 하는데...
주작산 능선에서,
새벽부터 걸었던 덕룡산 암봉을 바라보니,
험한 바위 구간이 한눈에 보이고...
날씨가 맑지는 않지만,
전체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여기까지 오면서,
화를 속으로 삼키면서 왔더니,
아직도 화는 가슴속에 남았고...
비슷한 장소에서,
가야 할 주작산 암봉을 바라보니,
갈 일이 너무 걱정스럽기만...
더구나,
예전에 다녀온 기억이 있어,
더욱더 불안하기만 했는데...
현실은,
내각 우려했던 상황보다,
100배는 더 힘들었고...
춘란은,
내가 키우기도 했고,
고향 산에도 드물게 자라는 녀석인데...
한 포기에서,
여러 대의 꽃이 핀걸 보니,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꽃의 색이,
조금 더 노란색이면,
엄청 비싸다고 하는데.... ㅎㅎ
주작산의 정상을 다녀와서,
다시 바위 능선을 따라 가는데...
활짝 핀 진달래가,
모든 근심 걱정을 덜어줬고...
두 개의 진달래가,
서로 자신을 뽐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주작산 암릉도,
결코 쉽지는 않은데...
여기도,
진달래가 없으니,
어려움은 배가 되었고...
아마도,
진달래만 있었다면,
이 정도는 훨훨 날아다녔을 텐데... ㅎ
지나는 길에,
시소 바위도 있고,
대포 바위도 있는데...
진달래가,
대포바위 쪽에 피어서,
이쪽에만 관심을... ㅎ
참고로,
대부분 사람들은,
시소 바위에서 인증을 하는 장소이고...
바위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다시 이런 모습으로 반겨주는데...
내 순서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더 중요한 사실은,
덕룡산도 이런 봉우리를 10개 이상 넘었는데,
여기서도 10개 정도 넘어가야 하고...
한참을 기다려,
겨우 바위에 올랐는데...
맞은편 봉우리에도,
산객들이 개미처럼 일렬로 올라가고...
마땅히,
돌아가는 길도 없어서,
무작정 기다렸다 가야만 하는데...
기다리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정오를 향해 가지만,
험난한 바위 구간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아직도,
체력이 짱인 개미들은,
부지런히 바위를 기어오르는 중이고...
산도 힘들고,
체력도 고갈되다 보니,
한쪽 다리에 자꾸만 쥐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이 나무 계단은,
너무나 반가워서 기념으로 한 장... ㅎㅎ
지금까지 오는 동안,
수없이 밧줄을 타고 오르고 내렸지만...
계단이 있으니,
이렇게 편하다는 것에,
진정으로 감사를...
아직도 바위 봉우리가,
서너 개 남았으나...
더 이상,
무리한 산행이 힘들어서,
이쯤에서 포기를 했고...
쥐가 심해저서 걷기는 힘들고,
그래서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사과로 허기도 달랬며 다리도 잠시 쉬게 했고...
이제는,
서너 개의 봉우리를 넘으면,
드디어 암봉 구간도 마무리되는데...
날이 푹해서 그런지,
진달래가 점차 많아진 모습이고...
덕분에,
주작산 진달래에 대한,
맛보기라도 즐겼고...
마지막 구간도,
전혀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그래도,
끝이 보인다는 생각에,
젖 먹던 힘까지 내서 걸어 보는데...
식사도 부실하고,
바위 구간도 힘들어서 그런지,
다리에 쥐가 좀처럼 풀리지 않네요.
다시 한번 쉬면서,
주변을 돌아보는데...
아주 작은 꽃이,
환한 모습으로 반겨주는데...
산자고 曰
"힘들면 쉬어 가!!"라고 한마디...
드디어,
험난한 구간이 끝나고,
완만한 구간이 이어지는데...
진달래꽃이,
고생했다며 활짝 웃어주네요!!!
나도,
고맙다고 응답하고서,
쥐 내린 다리를 절면서,
산행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맞은편,
두 개의 봉우리가,
두륜산의 정상인데...
원래 계획은,
저길 넘어서 대흥사까지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기간도 없을뿐더러,
체력적인 한계로 인해서,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이 계단은,
예전에 없던 계단인데...
여기도,
조금씩 계단을 설치하고 있는 듯...
지금까지,
약 18.5Km를 걸었고,
그 결과 마지막이 눈앞에 있는데...
우선,
약수터에 들러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였고...
원래 계획은,
물을 보충한 다음,
두륜산을 넘어서 대흥사까지 걸어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모든 걸 포기하고,
근처 냇가에 들러서 머리도 감고 발도 담그면서,
산행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쉬고,
대흥사를 둘러보기 위하여,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절까지 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에 산책로를 잘 만들어 놨는데...
주변에,
삼나무 숲도 있고,
동백나무 숲도 있네요.
대흥사 입구에는,
누워서 자라는 소나무가 있는데...
오래된 부도전에(스님 묘지) 있는,
귀신들의 장난인지도... ㅎㅎ
참고로,
이 부도전에는,
서산대사의 부도가 있다고 하네요.
대흥사는,
절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서산대사, 초의선사뿐만 아니라,
다산 정약용의 유서가 깃들어 있는 곳이라고...
그런데,
내 눈에는,
절 뒤로 우뚝 솟은,
두륜산만 들어오고...
체력과 시간이 있었다면,
저길 둘러보고 왔을 텐데라는 아쉬움만 가득했고...
이 건물은,
현재도 짓고 있는데,
규모가 엄청나네요.
참고로,
여기에서 공부를 해서,
대통령이 된 사람도 있다고...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한,
몇 안 되는 절이라고 합니다.
한 시간 남짓,
절을 둘러보고서 다시 돌아가는데...
울창한 동백나무 숲은,
여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고...
아쉽지만,
힘든 여정은 대흥사에서 마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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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계획한산행은 못했지만...
많은 친구들의 조언처럼,
이 또한 산행이라 생각하며,
이번 산행도 마무리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진달래가 만발할 때,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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