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5. 일요일
재약산(1,108m)에 올라
○ 산 행 지 : 주암마을~심종태바위~주계바위(775m)~재약산~주암계곡~주암마을
○ 산행거리 : 약10km
산행하기 전날 보통은 설레야 하는데, 이번엔 왜그리 가고픈 마음이 안생기는지
모르겠다. 그냥 편하게 쉬고싶은 마음 뿐이었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막상 갔다오니 그렇게 후련하고 뿌듯한게
넘 좋을수가 없다.
이것이 산행의 진정한 무게감이 아닐까?
예전 표충사에서 층층폭포를 지나 재약산에 올랐던 힘겨웠던 기억이
스스로의 몸상태를 걱정해서 그렇게 가지말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인지
아니면, 금요일 저녁 미국 유학갔다 18년 살다 한국으로 온 어릴적(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모처럼 과하게 마신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게 가기 싫었었다.
(이 친구 집이 잘 살아서 건물이 여러채 되는데 건물에 들어있는 가게, 점포들이 바가 많아 자연스레....
양주 3병을 둘이서 먹고 나왔다는 것 아냐....)
((괜한 말 했는것 같은데... 조니워커블루보다는 로얄살루트가 더 낫더라는..ㅋㅋ))
내면의 심적 방어기제가 자동으로 작동되면서
나태한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부담감이 은근히 작용했나보다.
일체유심조라 뭐든 마음이 중요한 것!
오르기 전부터 나는 산에 졌었다. 바보같이....
그러나!
사람의 약속이 얼마나 중요하고, 신용, 신의란 또 얼마나 소중히 지켜야 하는 것들인가~
무조건적이었다.
그래서 '파부침주'의 자세로 무조건 갔었던 것인데 ....
뜻밖에!
생각외로 너무 좋았다.
역시 인간의 아픔은 인간이 치유해준다.
서로 돕는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 서로 아끼는 마음...
따뜻한 그 마음이 사랑으로 모여서
마침내 결속력 있는 하나의 우리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선달형이 처음부터 따뜻한 리딩을 의술 펼치듯 잘 해주셔서 편하게 오른것 같아
이 글을 통해 고맙다는 말씀 전해드린다.
힘들때마다 뒤에서 좀 쉬어라 라고 말씀해주시는게 뭐그리 큰 도움이 되었나 싶기도 하지만
은근히 쉴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해주는 변명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기에
실제 괜찮은데 못이기는 척, 쉬면서 편하게 오를수 있었다. ㅋㅋ
산방에 왜 여성회원들이 많이 있으라고 하는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고 해야할까?
(아마 산행속도 유지용이 아닐까~ㅋ)
도움주신 많은 여성 게스트분들에게 또한번 은근슬쩍 고마움 느끼며...ㅋㅋ
소백산 오를때보단 훨씬 편한 길이었지만 초반부터 계속된 오름을 치고 올라야했다.
오르는건 역시 힘들었다.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바라보면서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
한편으론 불쌍키도하고, 또 한편으론 모자란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우짜겠노~
이 몸뚱아리 주인이 바로 나인데~!
알고보면 이 모든게 게으르고 집념 약한 내 탓이다.
평소 운동 좀 하자고 수백번 스스로에게 주입하고 독촉해도 어떻게 이다지도 말을 안듣겠노?
바보다 바보!
누구나 처음부터 잘 타는게 아니라 노력이 필요하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말이다. 쯧쯧....
뻔한 얘기는 생략하고
심종태바위를 거쳐 주계바위 정상에 오른다.
이제부터는 조금 말랑말랑한 길이 펼쳐진다.
휴우~좀 살것 같다.
그제서야 눈이 즐거워지며 멋진 조망을 마음껏 누리며 즐거움에 푸욱 빠져 즐긴다.
행복하다.
맘속의 근심, 고통이 마법에 걸린 듯 모두 획~ 사라진다.
언제 그런게 있었냐는 듯....
어디 나만 그랬겠냐? ㅎㅎ
이래서 등산의 묘미는 극복하는데 있다고 하는거 아니겠는가~
그래도 생각이라도 조금 있다면
조금 나아져야 하는게 인간의 모습 아닐까?
매번 똑같이 힘든 과정을 겪으며 궁시렁 대다가 편안한 능선만 만나면 매번 이렇게 잊어먹는거
이제는 그만 개선할 때도 되었다. 경력이란게 있는데 ...
부끄러움을 넘어선다.
-_-';;;
근데 바보같이 철모르게 이런저런 핑계대며
'인간적이다, 사람냄새 난다' 케사며 달라질 생각을 안하니 이게 문제다.
그렇게 즐거움 추구하며 가다보니
중간 목적지, 재약산 1.2km전 삼거리 부분에 도착한다.
먼저 온 일행들이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다. 아~ 좋다.
평상과 의자가 놓여져있어 편하게 앉아 나도 이것저것 뷔폐에 온 것처럼 점심을 누린다.
메밀소바가 나오고, 문어숙회가 나온다.
그 뒤를 이어 소고기가 소금구이로 굽혀져 나오더니 ... 인심도 좋다.
조금 있으니, 버섯에 휘둘린 오리고기까지 등장하지 않나, 난리났다. ㅎㅎ
찌지고 볶고 ...
과연 푸르른 이름값을 한다.
이곳은 점심시간을 한시간이나 할애해 주는 스페셜 웰빙 산방이란다.
멋지다~ ㅋㅋㅋ
그렇게 배부르게 먹이고서는.... 허얼~!
재약산에 올라가잔다.
옴마야~!
솔직히 난 정상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편하게 과식을 했던 것이고
만약 정상에 가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렇게 편하고 배부르게 안 먹었을 거다.
바로 앞에 선달형도 두번씩이나 가까마까를 물어보시며
"그래 인생 뭐있나, 편하게 사는거지~ 계곡 물놀이나 하자" 라며 안간다고 했는데....
분위기라는게 있다.
"이렇게 먹어도 할 것은 다하는 산방이 우리 산방입니다" 라고 산정형이 큰소리로 외치는데
뭔가 뜨끔했다.
산을 찬미해가며 살아온 내 색깔과 태도에 뭔가 이질감이 생기며 불균형이 생기는거 같다.
예전에 가봤던 산이라고 그냥 회피하기엔...
양심이 조금 찔렸다.
이건 아닌것 같은데?
-_-';;
사람은 누가 만든다고?
그렇다, 사람은 사람이 만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가!!
물론 1.2키로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심적인 한계선이라는게 있다.
배는 뽈록하게 터져나올듯 하고 몸을 움직이기도 불편한데
이 상태에서 계속 올라가면 ....어휴
역시 슬기로운 삶이란 이런 것이겠지?
선택은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하는게 젤 편하다.
괜히 역린처럼 거슬려서 눈치보이는 것 보다야 .... ㅋㅋ
그렇게 의무감으로 올랐는데 와우~ 너무 좋았다.
안 올랐으면 진짜 후회 할 뻔했다.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조망을 감상하며 호연지기 비스무리한 짜릿한 쾌감을 누린다.
마침 구름이 산하고 숨바꼭질을 하듯 숨었다 나타나고를 반복하니 더더욱 멋있다.
별볼것 없는 사람이 변한다.
좁았던 마음이 끝없이 확장되며 여유롭고 넉넉한 대인배 마음가짐으로 변신하게끔 이른다.
아....
이래서 산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구나~
그렇게 정상에서 감탄을 뱉어가며
일주일을 살아갈 내 에너지를 충전하고 내려온다.
하산은 뭐 배부른 것과 상관 없이 느긋하게 내려가기만 가면 되는 것.
아 좋네.... 근데
애네 재약산도 보기보다는 높은 산이라 가도가도 끝없이 내려가네? 이러언~
땀이 또 흥건히 흘러내려 나를 압박한다.
빨리 이 꿉꿉한 더위로부터 탈출하고 싶다.
답은 바로 알탕~!
산정형이 처음 오신 게스트들에게
자기는 여름산을 제일 사랑하는데 왜 그런 가는 바로 이 알탕의 매력때문이라고
알탕예찬론으로 일장연설을 해대는데....
공감 100%~!
어찌보면 알탕에 제약을 많이 받는 여성은 불쌍키도 하다.
이런 점에서 남자가 된 것은 참 고맙다니까~ ㅋㅋ
알탕의 장소는 원래 하산지점 바로 앞 근처에서 씻고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지만
날이 너무도 더워 이론대로 할 여유가 내겐 없었다.
계곡이 보이자말자 바로 뛰어들었다. 그놈의 성격 참~ ㅋㅋ
흐읍? 허거걱!!
얼마나 차가운지 한동안 호흡이 멎어, 숨쉴려고 애 좀 써야했다.
마치 냉장고 얼려둔 얼음을 마구 풀어놨는 것 같다고 하면 될까?
근래 해본 알탕 온도 중에 제일 낮은 온도였다.
갑자기 심장마비라도 오면 어떨까 싶을 정도의 온도~
그렇게 물속에서 꽥꽥 소리지르며 무더위를 날려보낸다. ㅋㅋ
내 인생의 소중한 하루.
오늘 남은 사진 몇장이 훗날 오늘의 이 기분을 다시 재현해 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살아있을때 열심히 추억만들기를 하는것 아니겠는가
언젠가 찾아올 죽음 앞에서 조금 더 넉넉하게 맞이하기 위해~
더 즐거워질 내일을 기다리며....
재약산 정상에서.... 흐뭇했다.
아, 너무 좋네~ 안올라왔으면 클날뻔 했구먼~
멋진 조망을 배경으로 내 삶의 에너지를 맘껏 충전중 ~
아침에 산행지에 갈때 하늘의 모습...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측의 저 벼랑에서 건너온 것인데 올땐 몰랐는데 와우 끝내준다. ~
구름과 산들의 숨바꼭질~
올라섰을때의 이 기분...오르지 못한 자는 절대 못 누리리라~~
쭌이님 갤럭시20으로 찍힌 내모습~
나, 은수, 선달형, 은수친구 게스트들...(사진은 뜨락형님이)
재약산 정상 앞에 전망대에서(선달형, 나, 산정형)
진짜 냉동실 안보다 더 추웠다. 알탕의 정석!!
어휴 덴장 너무 찹다~정신못차리겠네... 미치겠네~ㅋㅋ
여름아 비켜라~ 와우~ 차가운 느낌 아니까
뜬금없이 이 사진은 뭘까 싶을텐데...하산주 밀양할매메기매운탕 집 뒤에 펼쳐진 꽃밭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