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환기구에 안전 펜스를 설치해야
설마하는 안전불감증,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5년 전인 2014년 10월 판교 환기구(환풍구) 추락 사건을 기억하는가? 성남시 판교 신도시에서 열린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에서 벌어진 대형 안전사고이다. 축제 공연을 잘 보기 위해 시민들이 인근 건물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환기구에 올라섰다가 27명이 지하 18.7m로 추락하여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실 판교 환기구 추락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2013년 11월에 해운대구 모 백화점 지하 6층 환기구에 고교생 A(17) 군이 추락해 숨진 사고가 있었다. A 군은 백화점 앞 공원에 있는 높이 1.1m 가량인 환기구 위에 올라갔다가 덮개가 열려 있는 바람에 15m 아래로 추락해 변을 당했다.
법무법인 메리트 황기돈 이사에게 자문을 구하니 판교 참사 이후 이듬해인 2015년에 ‘건축물의 설비기준에 관한 규칙’에 환기구의 안전기준을 적용하여, 환기구를 ‘보행자 및 건축물 이용자의 안전이 확보되도록 바닥으로부터 2미터 이상의 높이에 설치하도록’규정하였다. 다만 안전펜스 또는 조경 등을 이용하여 환기구 접근을 차단하는 구조로 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하였다.
지난달 30일, 지하철 2호선 종점인 장산역 주변 환기구들을 조사하였다. NC백화점 맞은편 환기구 높이는 60cm에 불과하였고 NC백화점 앞은 125cm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부산교통공사(640-7382)에 문제를 제기하니 흡기구는 150cm, 배기구는 30cm 이상이면 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두 군데 모두 규정에 안 맞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규정에 맞지는 않지만 환기구 철망 위에 사람들이 빠지지 않도록 용접을 했으며 자동차가 올라가도 빠지지 않을 정도라는 답변을 들었다.
물론 규정에는 미흡해도 철망 용접을 튼튼하게 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판교 추락 사고의 환기구도 ㎡당 60kg의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물론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부실시공된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철망의 강도를 너무 신뢰하기보다는 보행자들이 환기구 덮개를 지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설마 하는 우리의 안전 불감증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장산역을 비롯한 지하철역 주변의 환기구를 재점검하고, 통행량이 많은 곳이라도 유리 펜스나 접근 금지시설을 설치하여 시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중동역 이안 오피스텔 옆 환기구
장산역 NC백화점 맞은편 환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