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짜리 동전이 나오기 전에는 10원이 지폐였다고 합니다.
그 지폐를 제가 보고 쓴 건 확실한데 지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동전이 처음 나왔을 때는 동전보다 지폐를 선호해서 동전을 주면 잘 받지 않았던 기억은 있습니다.
10원짜리 동전이 나왔을 대는 10원 하나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동전 하나로 길에서 붕어빵이나 풀빵 대여섯 개씩도 사먹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10원에 세 개 정도 하던 바나나빵을 사 먹었던 기억이 있고, 호떡은 10원에 두 개였던 거 같습니다.
이 시절 출시된 라면의 가격도 10원이었고, 귀했던 짜장면도 10원짜리 세 개면 결제가 가능했다고 하는데 제가 짜장면을 처음 사 먹을 때의 가격은 60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1980년대만 해도 공공요금은 10원 단위로 인상되곤 했다는데 1990년대 들어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10원짜리는 실생활에서 점차 멀어지게 된 거라고 합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10원 동전은 82억개가 넘어, 72억명이라고 하는 전세계 인구보다 많는 숫자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10원 동전 하나로 살 수 있는 게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10원은 구리(48%)와 알루미늄(52%)의 합금으로 만들어지는데, 비싼 구리값을 노린 ‘동전 사냥꾼’에 의해 수많은 10원짜리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엊그제 600만 개를 모아서 그걸 녹여 2억여 원의 이득을 취했다가 잡힌 사람들이 뉴스에 나왔습니다.
10원은 제조원가 때문에 찍어낼수록 손해인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지름 18㎜, 무게 1.22g인 10원짜리 동전을 찍어내는 데에 개당 20원 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인데, 이렇게 비용을 들여 찍어낸 동전들이 어디론가 다 사라져서 다시 또 찍어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9월에 발행된 10원은 총 16억원이 넘는데, 이 중 돌아온 액수는 1억여원 정도인데 나머지 15억원의 소재는 오리무중이라 이를 유통시킬 방법을 찾아야할 것 같습니다. 자꾸 만들어도 사라지기 때문에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개혁) 등을 통해 10원짜리를 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10원 폐지시 물가 조정의 폭이 50원 단위로 이뤄져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 되고 있습니다.
즉, 마트에서 900원에서 910원으로 오를 무값이 단번에 950원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불안정성이 고조돼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될 공산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 만들지 말고 기존에 있는 동전들만 쓰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환수율이 저조해 이 역시 쉽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정말 계륵이 되어버린 10원짜리 동전은 아이들에게 줘도 받지 않고 그렇다고 그걸로 무엇을 살 수도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습니다.
길에 10원짜리 동전이 떨어져 있는 걸 보면 줍습니까?
저는 줍습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유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