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현숙은 병원으로 실려 간다.
그리곤 각종 검사를 받는다.
“보호자 분 안 오셨습니까?”
의사는 심각한 얼굴로 현숙을 보면서 말을 한다.
“왜 그러세요?
제게 무슨 좋지 않은 병이라도 있나요?“
“그렇게 걱정하실 일은 아닙니다.
다만 수술을 하셔야 할 것 같아서 그럽니다.“
“수술이라니요?”
현숙은 놀라면서 되묻는다.
“자궁에 혹이 있어요.”
“혹이요?”
“네!
말하자면 자궁벽에 붙어 있는 자궁 근종이라고 합니다.“
“수술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인가요?”
“네!
꼭 수술이 필요한 것이지요.
허지만 그보다는 조직검사를 받아 보셔야겠습니다.“
“또 다른 무슨 병이라도?”
“이런 말씀을 본인에게 직접 드린다는 것이 의사인 저도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입니다만 보호자가 안 오셨으니 어쩔 수가 없군요.”
의사는 참으로 곤혹스럽다는 듯이 잠시 말을 멈춘다.
“상관이 없습니다.
어떠한 말씀이라도 다 받아 드리겠으니 말씀을 해 주십시요.“
“지금 상황으로는 이른 판단이긴 합니다만 자궁암이 발견이 되었습니다.”
“암이라니요?
제가 암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것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는 조직 검사를 해 봐야만 알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죽는 것입니까?”
“아, 아닙니다.
자궁암의 경우 완치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빨리 수술을 받으시고 치료만 잘 하시면 완치를 하실 수가 있습니다.“
“.............”
현숙은 아무런 생각도 나지를 않는다.
이제 자신에게 다가올 모든 불행들이 다 찾아온 것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현숙은 다시 입원할 날을 예약을 해 놓고 병원을 나선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은 하나도 무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이제 죽어서 남편을 만난다면 무엇이라 말을 할 것인가?
우리들의 민규를 찾으면 무엇이라 대답을 해야만 할 것인가?
현숙은 자신의 오피스텔로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를 지르면서 통곡을 한다.
“으아~~~~~~~~~
민규야!~~~~~~~~~~~
내 아들 민규야!
넌 어디에 있는 거니?
살아 있기나 한 것이니?
으아~~~~~~~~~~~~~~아~~~~~~~~~~~어 흐흐흐!“
현숙은 얼마를 그렇게 소리를 질러가면서 통곡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제 자신의 몸도 망신창이가 된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를 않는다.
현숙은 화장대의 윗 서랍을 열고는 두 어 개의 통장을 꺼낸다.
아들 민규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통장이다.
벌써 오년짜리가 두개가 거의 끝이 나려하고 있었다.
이 통장의 적금이 끝이 나기 전에 아들을 만날 것을 기대하고 또 기대를 했다.
매달 돈을 지불하면서 다음 달에는 다음달에는 하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한달한달 버티고 살아온 세월이다.
이제 자신의 몸이 엉망이 되어버린 지금 무엇을 어찌해야만 할지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밤새 뜬 눈으로 새운 현숙은 옷을 갈아입고 외출준비를 한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부터 현숙은 대학병원들을 찾아다니면서 다시 진료를 받고 검사를 받는다.
그러나 찾아가는 병원마다 결과는 한결같다.
한군데라도 오진이기를 바라면서 서 너 군데의 대학병원을 찾아다니던 현숙은 결국 지치고 만다.
현숙은 어머니께 이런 사실을 알려드릴 것인가 하고 잠시 생각을 해 보지만 결국 머리를 흔들고 만다.
어머니가 어떤 힘이 있던가?
어머니의 가슴만 아프게 해 드릴 뿐이다.
현숙은 다시 처음의 병원으로 입원을 결정을 하고 나서 어머니를 찾는다.
“어서 오너라!
헌데 네 얼굴이 왜 그리 수척해졌니?“
“내가요?”
임 여인은 딸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본다.
“너 어디 아픈데 라도 있는 거지?”
“아프기는?
아무데도 아픈 곳이 없으니 걱정하시지 마세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얼굴을 보니 많이 아픈 사람처럼 수척 한 것이 마음이 쓰이는구나!”
임 여인은 현숙을 위해서 새롭게 밥을 지어서 밥상을 들여온다.
“어서 먹어라!”
“네!”
그러나 현숙은 밥을 먹을 수가 없다.
“왜 그렇게 통 밥을 먹지를 못하고 있니?”
“조금 전에 누굴 만나서 함께 자장면을 먹어서 그런가?
밥맛이 통 당기지가 않네요.“
현숙을 거짓으로 둘러댄다.
“집에 올 마음이 있었으면 아무것도 먹지를 않고 와야지!
어미가 해주는 따끈한 밥이라도 먹지.“
임 여인은 서운한 얼굴이 된다.
“엄마!
미안해요!
다음부터는 꼭 아무것도 먹지 않고 와서 엄마가 해 주시는 밥을 맛있게 많이 먹을게요!“
“그래!
다음부터는 꼭 그렇게 해라!“
임 여인은 서운한 마음을 애써 누룬다.
“엄마!
당분간 나 어디를 좀 다녀와야 해요.“
“어디를?
또 민규를 찾으러 멀리 떠나는 거니?“
“네!
그러니 당분간 내가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그런가보다 하고 기다리지 마세요!“
“어휴!
네 아버지의 그 고집을 누가 말리겠니?
이러는 너를 보면 이제는 바른 말을 해 줄때도 되었건만 공연히 너만 고생을 시키고 있으니 그 영감탱이 죽어서도 천국에 가지도 못할 것이다.“
임 여인은 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애처롭다.
아들을 찾아 헤매는 세월이 벌써 얼마인가?
이제 벌써 십년이 넘는 세월이다.
그래도 아직도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고 입을 함구하고 있는 남편이 야속하다 못해 밉기까지 한 것이다.
“엄마!
너무 그렇게 마음을 쓰지 마세요!
이제는 아버지가 말씀을 해 주시도록 기대도 하지 않아요.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내 아들을 찾아내고야 말겠어요.“
“그래!
어서 하루라도 빨리 찾았으면 내 원이 없겠다.“
현숙은 그렇게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선다.
어쩌면 이것이 어머니와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동생들을 잠시라도 보고 갈까 생각을 하다가 마음을 접는다.
이제 동생들을 만나야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싶어서 그대로 집을 나선다.
그리고 자신의 오피스텔로 돌아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모든 것을 정리한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피땀을 흘려가면서 모은 돈이다.
그것을 다시 아버지의 손으로 들어가게 하고 싶지가 않다.
현숙은 자신의 사후에 대비를 해서 모든 것을 문서로 작성을 해 놓고는 공증인 사무소를 찾아가 공증을 해 놓는다.
그래야만 아버지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자신의 뜻대로 이 돈을 모두 고아원으로 보낼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만일 운이 좋아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때는 전보다 더 열심히 아들을 찾아 다니면서 많은 고아들을 돌보리라는 마음도 먹어본다.
그리고 현숙은 병원에 홀로 입원을 하러 들어간다.
“보호자는 안 오셨나요?”
“네!”
간호사의 질문에 짧은 대답만 할 뿐이다.
“그럼 수술 후에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병원에서도 간병인을 구할 수 있죠?”
“그럼요!”
“그럼 부탁을 해도 될까요?”
“지금 연락을 해 드릴까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야 대단히 고맙지요.”
현숙은 그 날로 바로 간병인을 구한다.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은 간병인이 맡아서 해 줄 것이다.
현숙은 차라리 마음이 편해져 온다.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은 운명에 맡기리라 생각을 하면서 각종 검사를 다시 받으러 다닌다.
병원에서의 검사가 왜 그리도 많던지 현숙은 지쳐간다.
그리고 나서야 수술 날자가 잡히는 것이다.
“모래가 수술 날짜로 잡혔으니 내일까지는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어도 됩니다.”
간호사의 말이다.
그러나 현숙은 아무것도 먹고 싶은 것이 없다.
병원에서 나오는 밥도 먹을 수가 없이 입맛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먹지를 않으면 기운이 딸려서 수술을 해도 빨리 회복이 되지를 않아요.
무엇이든지 먹고 싶은 것이 있음 말해요!
내가 가서 사가지고 올게요!“
간병인 아주머니의 근심어린 목소리다.
“아주머니!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나중에 생각이 나면 부탁을 드릴게요!“
현숙은 가장 절실한 소원이 있다면 자신의 아들 민규를 수술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대로 수술 중에라도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아들은 어쩔 것인가?
이 세상 그 누가 있어 자신이 아들을 기억을 해 줄 것인가?
현숙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는 간병인 아주머니도 사정도 모르고 함께 눈물을 흘려준다.
“울지 말아요!
암이라고 해도 다 잘못되지는 않아요!
희망을 가지고 선생님들을 믿고 수술을 받으세요!“
현숙은 더욱 서럽게 울면서 베게를 흠뻑 적신다.
그리고 현숙은 수술실로 향한다.
수술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출혈이 심해서 의사들은 많은 애를 먹어야한 했던 것이다.
현숙은 너무나 많은 출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혈을 계속 하면서 수술을 끝내고 난 의사들의 이마에는 땀이 흘러내린다.
그러나 아무도 현숙의 수술을 지켜보거나 궁금해 하는 사람이 없다.
그저 간병인 아주머니만이 가끔씩 들려보고 시간을 보곤 하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삼일이 지나서야 현숙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져 온다.
그 정도로 현숙의 상태는 위험한 고비를 맞이했었지만 그 누구도 그것이 왜 그러는지 묻는 사람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삼 일만에야 병실로 돌아온 현숙은 자신이 다시 살아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아들이 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또 다시 눈물을 흘린다.
이제 현숙은 마음을 진정하고 나서 간병인에게 어머니께 연락을 해 줄 것을 부탁한다.
“어머니가 계셨어요?”
“네!
부모 형제가 다 있답니다.“
“저런?
그런데 그런 큰 수술을 하시면서 그 누구도 오지를 않았다는 말입니까?“
간병인 아주머니는 크게 놀란다.
“제가 가족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입원을 했지요.”
“이야기는 있다가 하기로 하고 우선 전화부터 드려야겠습니다.”
간병인 아주머니가 전화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병실을 들어오는 부모님과 동생들이다.
“아이구!
세상에 어디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니?
흐 흐흑!
내 딸이 그런 대 수술을 받았는데도 어찌 이 어미에게 한마디의 말도 없이 혼자서 그 모진 고통을 받았다는 말이냐?“
임 여인은 통곡을 하면서 딸의 모습을 보고 또 본다.
“어디보자!
정말 내 딸이 맞는 것이니?
어쩌다 네가 그런 병에 걸렸다는 말이더냐?“
임 여인의 마음은 천만갈래 찢어지는 아픔이 되어온다.
딸자식의 고통도 모르고 마음 편히 먹고 자고 하던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럽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지켜만 보고 있는 고창길이다.
딸의 손목에 무수히 많이 꽃혀져 있는 주사바늘을 세고 있는 사람처럼 차마 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있다.
현숙 역시 아버지를 바로 바라보지를 않는다.
그들의 가슴 속에는 밑에 깔려져 있는 앙금이 너무나 많다.
더군다나 현숙이의 가슴속에 깔려져 있는 앙금은 이제 돌이 되어 단단해져 가고 있었다.
글: 일향 이봉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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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소설방
내 생애 혼신의 힘을 다해서 ( 05회 )
검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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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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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스크랩 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