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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영토 수호에 左右 없어… 해임?
대통령과의 소송도 불사할 것
김윤덕 선임기자 2026. 9. 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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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이 만난 사람]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대통령에게 "환단고기는 위서"라고 맞섰다가 교육부로부터 직무 정지당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자기 이익을 위해 분열과 증오를 부추기는 권력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체구도 작고 평생 학교에만 있었던 여자라 툭 치면 넘어가겠지, 얕본 것 같다. 나만 직무 정지시킨 거면 벌써 떠났을 것이다. 나로 인해 징계 당한 직원 20명은 살려야 했다. 싸우기로 했다.”
대통령과의 ‘환단고기’ 언쟁으로 직무 정지 당했다 복귀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그 사이 ‘투사’가 돼 있었다. 법원 결정에도 해임을 밀어붙이는 교육부 장관을 직권 남용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해임?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취소 재판까지는 가지 않게 되길 바란다.” 영국사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인 그는 “일생에 가장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 교육부 장관의 직권 남용
-법원의 직무 복귀 결정에도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이사회 소집 공문을 매일같이 보낸다. 이사회를 통해 해임하려는 것이다.”
-이사 12명이 해임 사유에 동의할까?
“외교부, 행안부 등 각 부처 차관 8명이 당연직 이사로 들어와 있다. 해임 사유가 법리에 맞지 않더라도 정권 눈치를 봐야 하는 그들은 정무적 판단을 할 것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 직권 남용 고소를 예고했다.
“장관이 이사회 날짜까지 지정해 압박하고 있다. 이사회 일시와 장소를 정하는 건 이사장 권한이다.”
-작년 12월 이재명 대통령과의 ‘환단고기’ 언쟁이 원인이라고 보나?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교육부는 ‘국회 지적에 따른 감사였다’는데.
“교육부가 문제 삼은 독도 답사는 2024년 9월에 있었고,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이 시정 요구를 해와 다 처리한 일이다. 그리고 1년 넘게 아무 문제 없다가, 대통령과의 ‘환단고기’ 논쟁으로 여론이 들끓자 업무보고 사흘 뒤 교육부 조사가 들어왔다.”
-‘예산 남용’이라고 한다.
“저를 포함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등 역사 관련 기관장들이 독도의 실상을 직접 보고 토론해보자는 취지로 이뤄진 답사다. 이 행사를 왜 ‘울릉도·독도 학제 연구’ 예산에서 썼냐는 건데, 이런 억지가 어디 있나?”
-2년 전 국감까지 뒤져 작은 꼬투리라도 잡으려던 걸까?
“박정훈 의원 지적대로 이번 조사는 교육부 감사관실이 아니라 우리 재단을 관리하는 동북아역사대응팀에서 주도했다. ‘감사(監査)’ 건이 안 되니 ‘조사’로 진행한 거다. 독도 답사를 예산 남용으로 평가한 위원 명단도 교육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2024년 9월 역사 관련 기관장들과 함께 독도를 답사한 박지향 이사장. 독도 답사가 예산 남용이라며 이사장 직무 정지를 시켰던 교육부는, 법원의 '직무 복귀' 결정에도 박 이사장의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 ‘환단고기’라는 괘씸죄
-대통령은 왜 느닷없이 환단고기를 소환했을까?
“민족주의 강한 우리나라에서 환단고기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고조선이 중국 대륙까지 지배했다는 역사서를 위서(僞書)라 폄훼하고 배척하지 마라는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
-예상 질문엔 없었나?
“전혀. 독도 수호 등 우리 재단에서 하는 업무를 보고하러 간 건데, 환단고기 얘기만 하셨다. 대통령이 환단고기에 경도된 건 아닌지 우려됐다.”
-환단고기는 위서인가?
“나는 고대사 전공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역사적 사료와 문헌에 근거를 둔 논리와 연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환단고기는 문헌 아니냐’고 반문하던데.
“글로 적혀 있다고 다 문헌은 아니다. 모든 역사가 사실을 기록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 말대로 고대 역사 논쟁을 제대로 해보면 어떤가?
“이 대통령 취임 직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우리 재단에 재야 사학자들과의 토론회를 제안해왔다. 그러나 2015~2017년 이미 7차례 토론이 있었고, 당시 참여한 고대사 전공자들이 저들과는 대화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어 성사되지 못했다.”
-환단고기는 ‘한국판 동북공정’이란 견해도 있다.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이슈다.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대통령께서 왜 환단고기를 강조하셨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이 마음에 둔 인사를 이사장에 앉히려고 전 정권이 임명한 박지향을 망신 주려는 의도였다고도 한다.
“누군지 짐작은 가지만,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12월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당시 언급한 '환단고기'를 다룬 책이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놓여 있는 모습. /뉴스1
◇ ‘뉴라이트’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당대표 시절부터 이 대통령은 박지향을 ‘뉴라이트 인사’로 비판했다.
“나는 ‘뉴라이트’였던 적이 없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필진이자 편집인으로 참여했기 때문 아닐까?
“2004년 한국 사회에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걸 그냥 놔두는 건 역사학자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했고, 같은 뜻을 지닌 학자들이 일제강점기 이후 정부 수립까지 해방전후사를 제대로 해석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86세대 필독서라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학문적 근거도 빈약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들이 많았다. 그 사이 새로운 사실들이 발굴되고 수많은 연구가 축적됐는데 대중에겐 전혀 소개되지 않았다. 교정할 필요가 있었다.”
-대표 필진에 이영훈 교수가 포함돼 있어 뉴라이트 학자로 인식됐을까?
“나는 책의 서문에 필자 개인 의견에 우리가 공동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보수 우파의 책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 않다. 필진이 28명인데 그중엔 좌파 학자인 김철 교수,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부인인 우정은 교수도 있다. 그들에게 당신도 뉴라이트냐고 묻는다면 뺨을 맞을 것이다.”
-서양사학자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 적임이냐는 논란도 있었다.
“여기가 한국사 전공 기관인가.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중국·러시아사는 물론 미국·유럽사 등 세계사를 폭넓게 보며 직무를 해야 한다. 내 취임 일성도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자는 거였다. 우리끼리만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외치면 뭐하나.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동조해주는 지한파, 친한파 학자들을 세계 곳곳에 만들어가는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재단 20주년을 맞는 이달에도 한국 근현대사를 주제로 네덜란드 라이든에서 학술회의를 연다. 유럽한국사연구자 네트워크(ENKH)도 만들었다.”
-대통령이 싫다는데, 남은 임기 4개월을 굳이 버텨야 할까?
“주권과 영토 수호에 좌우는 없다. 독도를 수호하고 동북공정에 맞서는 재단이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재단의 위상을 공고히 세우기 위해서라도 나는 험한 길을 가기로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시위 현장을 찾아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장동혁과 보수당의 위기
-원래는 마르크스주의자였다.
“가난했다. 매일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벌었다. 가진 자에 대한 미움이 있었다.”
-박정희가 암살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만큼 유신체제를 혐오했던데.
“한국 현대사는 불의에 찬 역사라고 믿어서, 민주주의 원조인 영국사를 공부하러 유학갔다. 경제사 교수님이 한국을 경제적으로 매우 성공한 나라로 평가하길래 내가 ‘독재 정권의 조작’이라고 했더니 그 근거를 대라고 해서 무안한 적이 있다. 밖에서 본 197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은 눈부셨다.”
-개인의 중요성에 눈떴다고도 했다.
“똑 같은 조건의 국가라도 훌륭한 지도자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서양사를 공부하며 절실히 깨달았다. 마르크스의 주장처럼 경제라는 하부 구조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었다.”
-영국병을 고친 마가렛 대처를 인용해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독립적 개인이 많아야 진짜 선진국이 된다’고 했다.
“모든 걸 구조 탓, 제도 탓으로 돌리지 말자는 얘기다. 1970년대 영국은 나라가 국민을 유모처럼 돌봐주는 내니 사회였다. 대처는 국가에만 의존하지 말고 개인 스스로 자신의 능력과 창발성을 발휘하라며, 노력한 만큼 성과가 드러날 수 있게 제도를 바꿔나갔다. 영국은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고 단언했고 IMF 구제, 노조 파업을 극복해냈다. 노동당 정치인 피터 맨델슨조차 ‘우리 모두는 대처주의자’라 칭송할 만큼 대처 이전의 영국과 이후의 영국은 완전히 달라졌다.”
-영국 보수당의 생명력은 끊임없는 변화라고 했다. 필요하면 반대 당 정책을 훔쳐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던데.
“디즈레일리는 자유당보다 더 친노동적인 정책을 펼쳤다. 처칠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상징되는 베버리지 보고서에 거부감을 가졌지만 복지국가가 대세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이념에 갇히지 않았고, 오로지 국민과 국익만 바라봤다.”
-한국 보수당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보수당의 덕목은 통치능력과 통합이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당은 두 번이나 탄핵을 당했다. 통치 능력을 상실했고, 당내 분열로 무너질 판이다. 통치와 통합의 능력을 되찾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장동혁 체제로는 어려울까?
“역대 대통령들에게서 보았듯이, 그 지위가 버거운 사람들은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 보수니 자유민주주의니 외치면서도 그게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아는 정치인이 많지 않다.”
-집권당의 분열도 막상막하인데.
“국민은 안중에 없고 분파적 이기주의와 사심으로 가득하다. 자기 이익을 위해 분열을 악용한다. 트럼프만 해도 대처를 흉내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쳤지만, 타인에 대한 증오를 이용해 자신의 권력만 강화하고 있다. 분노와 증오를 악용한 대표적 인물이 히틀러다. 전세계에 히틀러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우리 국민 수준이 1940년대 영국민보다 못하다’는 발언으로 국감때 민주당 공격을 받았다.
“악마의 편집이다. 전쟁 중 독일의 암호체계(에니그마)를 풀기 위해 과학자부터 타이피스트, 청소부까지 수백명이 극비리에 모였다. 국가 비밀이므로 죽을 때까지 여기서 일했다는 사실을 발설해선 안 된다는 서약을 받았는데, 1980년대 영국 정부가 이를 세상에 공개할 때까지 단 한 명도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극단으로 분열된 우리나라에 전쟁이 났을 때 1940년대 영국인들처럼 애국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란 뜻에서 한 말이었다.”
-의원들에게 그렇게 설명하시지.
“설명해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죄송하다 하고 끝냈다(웃음).”
-존경받는 학자인데, 말년에 고초를 겪는다.
“수면제 없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나라가 걱정될 뿐이다.”
☞박지향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고,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영국사로 석사,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영국사학회장을 지냈다. 공저인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비롯해 ‘대처 스타일’ ‘윈스턴 처칠, 운명과 함께 걷다’ ‘정당의 생명력’ ‘제국의 품격’ 등 여러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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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Ve5xs-roOz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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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 일색이더군요. 보수의 가치를 지키려는 학자들 책을 내주는 출판사는 거의 없었어요. 이영훈, 박지향 교수 등이 집필한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 여러 곳에서 퇴짜를 맞았다는 얘기를 듣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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