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년 정도 경제가 그다지 좋지 않을 것 같지만, 이럴 때일수록 다가올 호황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바이오헬스, 금융 등 3개 분야가 유망하지만, 문제는 그런 기회를 어떤 기업이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잡느냐가 핵심이다. 개개 기업들이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키가 되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가 올 때 틈새를 이용해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으로, “What is next big thing?”을 신경써야 한다.
대기업의 역사는 100년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100여 년간 에너지, 전통제조업, 금융, IT 등 네 가지 산업 중심으로 산업이 성장했는데, 앞으로도 이 네 가지 산업에 더해지는 식으로 산업이 발달할 것이다. 결국 산업은 기존 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꾸 더해지는 형태가 될 것이다.
G7 국가들의 산업구조를 보면 기존 전자통신, 에너지, 금융, 제조업에 더해 건강, 바이오헬스, 환경이 유망하다. 포춘 100대 기업 평균연령이 100세고, 100세 이상 기업이 47개이다. 물론 업&다운이 있지만 100년 이상 유지되는 대기업은 세 가지 정도의 역량이 있다. 우선, 남이 가지지 않은 독점적인 자산·자원이 많고, 두 번째는 신뢰, 그리고 세 번째는 제조업의 끊임없는 변신이다. 그게 뭐냐, 블랙박스이다. 기업이 계속해서 성공할 수 있는 성공 DNA,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여러분들 기업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G7 국가 기업들이 잘 나가다 최근에는 한국, 중국 같은 신흥국가들이 잘 나가고 있다.
신시장, 고령화, 기후변화, 도시화, 기술혁신에 대비
세계 산업은 다섯 개 정도의 큰 트렌드가 있고, 앞으로 이 산업들이 중심이 될 텐데 그 산업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지금 보아야 한다. 이 산업 안에서 어떤 변화가 올지를 보는 것 중 참고가 될 만한 다섯 개를 뽑았다.
첫째, 신시장이다. 신시장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아시아 시장, 아시아 국가 열 개 더하기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등 네 개 국가를 더해 14개 국가를 말한다. 이들 시장만으로도 앞으로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이고, 이것은 우리로서는 굿 뉴스이다. 그리고 인터넷과 이를 잘 아는 Y세대가 소비의 중심이 될 때 어떤 패턴이 올 것인가를 눈여겨봐야 한다.
두 번째는 고령화이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심각한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 벌써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곳이 일본과 이탈리아다. 일본은 인구가 줄기 시작했으며, 세계 최초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드는 나라다. 1년에 800만 대에서 지금은 550만 대밖에 안 팔리고, 노인들은 자동차가 없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일본에 처음 생긴 신업종이 이동편의점이라고 한다. 스토어를 차에 싣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는 것이다. 고령화가 되면서 헬스케어와 웰스케어 두 산업이 중시되고 있다.
세 번째는 기후변화의 기회와 위협이다. 기후변화, 대체에너지 등이 유망하다.
네 번째는 도시화이다. 세계 인구가 68억 정도 되는데 작년과 금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 절반이 도시에 산다고 한다. 도시인구는 계속 늘고 농촌인구는 줄어드는데, 2008년도에는 80억 중 50억 명이 도시에 살고 30억이 농촌에 산다고 한다.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엄청난 투자를 의미한다. 중국은 5년 동안 도시인구가 4% 늘어났는데, 중국 인구에서 약 5,000만 명이 도시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상하수도, 주택, 학교 등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고, 이것도 우리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다. 짧은 시간에 분당, 일산 같은 신도시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 트렌드는 기술혁신인데, 앞으로 IT를 바탕으로 바이오, 나노 등 다양한 기술이 나올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올 텐데, S&P 500대 기업의 시장가치 비중을 보면, 최근 금융은 줄어들고 자원은 늘어나며 헬스케어, IT 테크놀로지, 전통제조업 등이 업&다운하고 있다. 한국은 다섯 개 중요산업 중 전통제조업과 IT 강국이다. 우리는 1970년부터 20년간 산업화를 잘 했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삼성전자 같은 회사들이 1969년 전후로 창립되었다. 특히 포스코는 상당히 경쟁력 있는 회사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조선, 기계 회사들이 뻗어나갔다.
울산, 창원, 포항, 거제도 기계산업 축과 서울 근교에 있는 기흥, 수원, 천안 축이 우리나라 산업을 이끄는 벨트이다. 하나는 전통제조업 벨트, 하나는 IT 벨트인데, 이 강점을 계속 활용하되 앞으로 유망한 세 산업, 금융, 바이오·헬스, 에너지·환경에서 어떻게 교두보를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다.
규모도 크고 이익도 많이 나는 지멘스, 삼성, 노키아, HP 등이 IT 산업을 주도하고, 삼성전자가 지멘스와 거의 비슷한 1, 2등 규모를 갖게 되었다. 또 IT를 바탕으로 진출할 기반이 꽤 있다. 전통제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철강에서는 포스코 등이 경쟁력 있고, 자동차에서는 도요타, GM, 포드 등이 큰 규모지만 GM은 적자가 나고 있고, 이제는 현대차, 닛산 등이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다. 특히 자동차는 앞으로 가솔린 자동차가 하이브리드와 밧데리를 거쳐 수소로 가는 큰 변화가 올 것이다.
금융은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데, 이는 국가배경도 중요하고 전통도 중요해서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스페인의 Banco Santander를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한국과 규모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나라라는 점에서 우리도 금융기관들이 역량을 키우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바이오·헬스는 기존 제약업에서는 경쟁이 안 되고 제약업이 케미컬에서 바이오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기회가 있을 것 같고, 우리나라에서 희망이 있는 부분은 헬스케어, 즉 병원이라고 본다. 병원은 글로벌로 나가기는 어려운 업종이지만 우리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밖에 에너지·환경은 자원베이스에서 기술베이스로 전환할 때 우리나라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영자의 가장 큰 죄악은 큰 변화를 읽지 못하는 것
빌 게이츠는 “경영자의 가장 큰 죄악은 큰 변화를 읽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다음에 오는 큰 변화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 변화의 지각변동을 이용해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1998년에 누가 삼성전자가 소니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결국 디지털로 전환해서 그것을 해냈다. 카메라 산업도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틈새에서 기회가 생겼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약한 자원·에너지, 금융, 바이오·헬스 등의 분야에서 지금의 질서를 무너뜨리기는 힘들지만 새로운 전환이 올 때 기회를 이용할 수 있다. 다음에 오는 큰 변화가 무엇이냐를 생각하고,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꾸준히 갖추고 있다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적인 변화기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