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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자연
-제인 구달 박사 / 2010년 9월 30일 경희대 국제캠퍼스 특강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리가 꽉 찬 걸 보니 반갑습니다.
침팬지가 먼 데서 서로 반갑다고 하는 인사로 여러분을 맞이하겠습니다. 워워워워워워워~ 헬로우!
우선 먼저 오늘 저녁에 어디서부터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는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침팬지에 대해서 얼마나 기가 막힌 동물인가 설명하겠습니다. 또 왜 더 이상 아름다운 곳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침팬지와 같이 살지 않고 일년의 300일이나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지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여러분들이 한 사람 한사람들이 어떻게 무엇을 해서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고 미래를 밝게 만들 건지 이야기 하겠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영국에서 정말 이해심이 많은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동물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한 살 반이었을 때 지렁이나 벌레들을 한 움큼을 침대로 가지고 왔는데 보통 어머니 같으면 혼냈을 텐데 어머니는 네가 그렇게 데리고 오면 벌레들은 다 죽을 거다 흙으로 돌려보내야 살 거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나는 함께 정원으로 가 그들을 돌려보내주었습니다. 또 어머니는 동물에 관한 책들을 사다주셨고 그러면서 나는 점점 동물들을 사랑하게 되고 아프리카 동물들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내가 11살이 되었을 때 드디어 타잔에 관한 책들을 발견했습니다. 11살 소녀로서 그 멋진 타잔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 놈의 타잔이 다른 제인과 결혼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린 시절에 아프리카에 가서 동물들과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웃었습니다. 자전거 살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 아프리카에 가겠느냐고 했습니다. 당시 아프리카는 검은 대륙이라고 불리면서 사람들은 식인종, 음침한 독충으로 가득 차 있다고 믿었습니다. 또 2차 세계대전이 유럽을 황폐화 시키고 있었습니다.
제일 문제가 되었던 건 내가 잘못된 성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자였던 거였죠. 당시 유럽에서는 여자는 그런 일을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꿈 이야기를 듣고) 웃었지만 어머니는 웃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네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하고 너무너무 좋아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꿈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대학에 갔는데 나는 집안 형편이 부유하지 못해 대학에 가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비서일이라도 해라, 그러면 돈을 모아서 아프리카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기회가 왔습니다. 내 친한 친구의 가족이 케냐로 이민을 갔고, 내게 크리스마스에 놀러오라고 나를 초청한 것입니다. 당시 나는 런던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이래선 돈을 못 모을 것 같아 고향으로 돌아와 식당 종업원 일을 아첨 짐섬 저녁으로 해서 돈을 악착같이 모았습니다. 스물세 살의 나이에 가족 친지들과 작별을 하고 배를 타고 아프리카로 흥미진진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프리카에 가서는 인간의 故 화석을 찾고 있던 유명한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게 됐습니다. 리키 박사는 나이로비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 나를 데리고 가 온갖 동물들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나는 영국 런던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에 자주 갔고 동물들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그 질문에 모두 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리키 박사는 내게 비서직을 허락했고, 나는 그 일을 하며 보통 동물도 아닌 침팬지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올해가 내가 아프리카에 가서 침팬지를 연구하기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면 침팬지가 우리와 얼마나 비슷한 동물인지 신기할 뿐입니다.
침팬지도 각자 다 개성이 있습니다. 그들도 서로 다 다릅니다. 어떤 침팬지는 거들먹거리고 남을 무시하기도 하고 성격이 좋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어떤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에게 잘해주고 친절하기도 합니다. 수컷들의 경우 사회 구조에서 높은 곳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는 기술이 다릅니다. 어떤 수컷들은 폭력과 무력으로 높은 지위를 박탈하는 데 그 친구들은 오래가지 못하더라고요. 또 어떤 수컷들은 머리를 쓰면서 동맹을 맺고 관계를 잘 유지합니다. 그 친구들은 높은 자리에 오르면 상당히 오래 그 자리를 지킵니다.
침팬지들이 상당히 지성적인 행동을 하는데, 예전에는 우리 인간만이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침팬지의 두뇌 구조를 보면 우리와 거의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습니다. 조금 작을 뿐입니다. 침팬지도 감정을 표현합니다. 우리처럼 행복해하기도 슬퍼하기도 하고 온갖 감정을 드러냅니다.
생물학적으로 우리와 너무 가깝기 때문에 놀랄 일도 아닙니다. DNA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와의 차이가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침팬지 유전체 전체가 밝혀졌는데 그걸 들여다보면서 우리와 더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혈액형만 같으면 침팬지는 우리와 수혈할 수도 있습니다. 면역체계도 너무 비슷해서 우리가 앓는 모든 질병들을 침팬지도 앓을 수 있습니다.
우리와 침팬지가 가장 비슷한 부분은 사회구조일 것입니다. 가족 관계가 아주 끈끈한데, 엄마와 자식들, 형제관계가 특히 그렇습니다. 침팬지 사회에도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가 있는데요. 좋은 엄마 밑에서 자란 침팬지들이 훨씬 더 사랑을 베풀 줄 알고 더 잘 자랍니다.
암컷이 열세 살이 되면 임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긴 청소년기를 보냅니다. 거의 5년 동안 젖도 빨고 엄마와 함께 자고 등에 업혀 있은 후에 동생이 태어납니다.
엄마와 자식과의 관계도 끈끈하지만 첫 아이가 떠나지 않고 같이 지내기 때문에 뒤에 태어나는 형제와의 우애도 아주 끈끈합니다.
침팬지는 60년 이상 살 수 있습니다. 열정, 사랑, 남을 위한 희생하는 등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좋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폭력을 사용하기도 하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침팬지는 긴 청소년기를 통해 상당히 많은 걸 배우는 데 그중 대단한 건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겁니다.
그들의 행동과 습성에 대해 연구하면 할수록 그들과 우리와 특별한 장벽이나 구분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우리가 홀로 동물계에서 떨어져 나온 게 아니라 그 일부라는 걸 알게 됩니다.
위스키 박사가 내가 죽고 나면 네가 혼자 연구비를 받아서 연구해야 하니, 박사학위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캠브리지대학으로 가서 박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나는 대학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학사학위가 없었는데, 박사를 그것도 캠브리지대학에 가서 하라고 하니 영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스탠포드대학에 갔더니 대학교수님들이 제가 한 일 전부가 틀렸다고 해서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침팬지들에게 이름을 붙여준 것을 아주 신랄하게 비판하셨습니다. 과학인데 동물들에게 번호를 붙여야지 왜 이름을 붙였느냐며 야단을 치셨습니다.
만약에 나의 책을 읽으셨거나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셨다거나 하면 내가 연구했던 침팬지 플로우, 마이크, 데이비드 같은 침팬지를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내가 만약 넘버 16번, 21번 침팬지가 어떻다라고 이야기했다면 여러분들의 기억에 남았을까요.
또 그들은 침팬지가 정신과 마음을 가지고 있고 생각을 할 줄 안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침팬지가 감정을 가지고 있고 느낀다고 이야기했을 때 교수님들은 아주 격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내게는 아주 귀한 선생님이 한 분 게셨는데 그분은 내게 동물들도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그 나는 바로 나의 개 러스티였습니다. 러스티 덕분에 나는 용기를 가지고 침팬지들이 정신과 사고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50년을 연구한 지금도 침팬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왜 그렇게 좋아하는 침팬지를 떠나서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는가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1986년 미국에서 침팬지를 연구하는 전 세계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보전 생물학 세션에서 침팬지가 살고 있는 거의 모든 곳, 연구자들이 침팬지를 연구하고 있는 모든 곳에서 침팬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먹기 위해 조직적으로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외국에서 벌목회사가 들어와서 숲속 깊은 곳까지 길을 터주어서 사냥꾼들이 그 길을 따라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벌목회사가 놔준 길을 따라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와 캠핑을 하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잡았습니다. 침팬지 고릴라 새, 심지어 박쥐까지 다 잡았습니다. 그 잡은 것들을 훈제해서 도시로 보내면 잘 사는 사람들이 우리가 흔히 먹는 닭이나 돼지 보다 훨씬 비싼 돈을 주고 먹더랍니다.
1986년 그 회의에서 나타난 데이터에 따르면 백만에서 2백만 마리였던 침팬지가 25만 마리 정도 남았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침팬지를 가두고 있는 지역의 상황도 너무 열악했습니다. 침팬지가 있는 곳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보니까 아주 작은 통에서 살고 있더랍니다. 우리에게 아무 것도 저지른 게 없는 그들을 30년 40년 조그만 통속에 넣고 기르는 것입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침팬지 몸에다가 실험을 해서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생물학적, 신체적으로 침팬지와 비슷하다는 것은 인정을 하면서도 그들과 지성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1986년 그 해에 회의장에 들어갈 때는 아름다운 곳에서 침팬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남으려고 했는데 그 회의가 끝나고 나올 때는 운동가로 변신하고 말았습니다.
아프리카로 간 여행이 이제는 미국, 유럽, 아시아까지 이어집니다.
내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우리 인간이 이 행성에 얼마나 나쁜 짓을 하고 있고 그것이 다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침팬지만 멸종 위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상의 그 멋지고 많은 동물들도 멸종 위기에 있습니다. 열대 우림의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 산사태가 되고 사막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나는 아프리카 사정을 제일 많이 알지만 아프리카에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나무를 베어가면 동물들에게도 안 좋은 일이지만 결국 사람에게도 안 좋은 일이 됩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은 저 나무를 베면 황폐화가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베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장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가 하면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보충할 수 없는 천연자원을 너무 많이 소모하면서 살아갑니다. 습지에서 물을 자꾸 빼버리고 다른 걸 채우기 때문에 강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강에 댐을 만들고 강변에 있는 식물들을 다 없애기 때문에 그곳에 모래와 흙이 흘러들어 주변을 황폐화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많은 습지에서 물을 빼내고 그곳에 농사를 짓거나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만 사냥을 해서 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거의 모든 동물이 사냥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이나 아프리카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야생동물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꼭 고기만 먹는 게 아니라 동물의 가죽이나 뿔이나 중국과 베트남 같은 나라에서는 곰의 쓸개즙을 빼내 먹습니다. 그런가 하면 동물들을 사로잡아서 동물원이나 의학연구를 하는 실험실로, 아주 열악한 환경 속으로 보내집니다.
오염에 대해서도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지요. 도시에서 그 많은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매연가스로 인해 대단한 오염을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 오기 전에 베이징에 다녀왔는데 그곳의 공기는 정말 말도 못합니다. 나는 <희망의 이유>라는 책을 썼는데, 거기서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그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연구하면서 너무나 슬펐습니다.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화학물질이 너무나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정에서나 공장에서 쓸려 내려오는 온갖 화학물질이 수생태계로 흘러갑니다. 이 세상 어떤 곳에서는 동네 아이들이 숨 쉬고 먹고 마시는 공기가 그들을 더 아프게 합니다.
침팬지와 우리가 비슷한 점에 대해 말씀 드렸는데요 다른 점은 어떨까요. 침팬지는 우리처럼 인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똑똑한 침팬지라도 우리의 지적 능력을 따라 올 수 없다는 겁니다.
침팬지 중에 굉장한 영리한 침팬지도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일본에 있는 아이라는 침팬지는 컴퓨터에서 온갖 문제들을 풀어낼 정도로 아주 똑똑합니다. 아무리 아이의 머리가 좋다고 하지만 여기 있는 여러분과 비교할 정도는 아닙니다. 아무도 이 사실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겁니다. 우리가 지구에 살았던 수많은 동물 중에 가장 지적인 동물이라는 점을요.
그러면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기가 막히게 지능적인 동물이 어째서 우리의 지구를 이렇게 망가뜨리고 있는 걸까요.
미국의 월슨이란 교수님이 7년 전에 우리가 유럽이나 미국이나 한국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한다면 지구가 3개가 더 필요하다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산다면, 보충될 수 없는 자원을 계속 쓴다면 지구가 3개나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5개, 6개가 더 필요하다는 계산도 나옵니다. 하지만 몇 개가 필요하든 아무 상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단 하나, 병들고 지친 지구 하나 뿐이라는 겁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당장 중요한 것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결정이 먼 훗날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늘 결정했습니다. 지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내 결정이 나와 내 가족에게 지금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 3개월 후 주주총회에서 어떤 이익을 얻게 될 것인가만 고민합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이 기가 막힌 머리와 우리와 열정과 감정이 담겨 있는 가슴 사이에 연결 고리가 끊어진 것 같습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소비만능주의에 젖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다시 이어야겠습니다. 이 세상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다가와서 “선생님 다음 강의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부탁하거나 우리가 어디 항의를 해야 하는데 도와주십시오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우리가 신문이 TV 뉴스를 보면 온갖 비극적인 이야기가 있어서 세상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꼭 그렇게 비극적인 이야기만 듣는 것은 아닙니다. 멸종 직전에 있는 동물을 살려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온갖 곳에서 듣고 결심하셨습니다. 그래서 쓴 책이 <희망의 자연>이라는 책입니다.
그 동안 많은 책을 썼지만 이 책은 내게 가장 뜻 깊은 책입니다. 왜냐하면 그 놀랍고 감동적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현장에 가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릴 텐데, 첫 이야기는 검은 울새라고 불리는 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검은 울새는 뉴질랜드 본토에 살고 있었는데, 유럽이주민들이 들어오면서 본토에 살고 있는 다른 새들과 마찬가지로 이주민들이 데리고 온 고양이나 쥐들 때문에 숫자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돈 머튼이라는 생물학자가 그들을 연구했는데, 그는 검은울새를 잡아서 안전한 섬에다가 옮길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탄원했습니다. 뉴질랜드도 그렇고 다른 세계 많은 나라들도 그렇고 공무원들이 잘 협조해주지 않아서 실행하는 데 2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나중에 정작 그들을 찾아갔을 때는 남아 있는 숫자가 27마리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에 다 잡을 수 있었고, 어느 섬에 다 풀어준 뒤 잘 있어라 하고 다음 봄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랬더니 일곱 마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일곱 마리 중에 암컷은 딱 두 마리였습니다. 두 마리 암컷 중에 한 마리만 알을 낳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대 수컷이 불임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 월튼 씨에게 이제 끝났다, 더 해봐야 돈과 시간 낭비라고 말했지만, 는 포기하지 않고 그 당시로는 한 번도 행해지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알을 낳을 수 있는 암컷은 다리에 파란 링을 달고 있어서 이름을 블루라고 했습니다. 이 새들은 사실 한번 결혼하면 평생을 같이 지내는데 이 블루라는 암컷이 대단한 일을 했습니다. 불임인 남편을 버리고 젊은 수컷을 택한 것입니다. 새로 얻은 수컷은 노란색을 띠어서 옐로우라고 했는데, 옐로우와 블루가 둥지를 틀어 알을 2개 낳았습니다. 월튼은 제발 제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그 둥지를 망가뜨리고 그 알을 다른 종의 새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옐로우와 블루는 새로 둥지를 틀고 알을 2개 낳았습니다. 또 한 번 위험을 무릅쓰고 둥지를 부수고 다른 새에게 맡겼습니다. 옐로우와 블루는 세 번째 둥지를 틀고 알을 2개 낳았는데, 이번에는 그냥 그대로 알을 품게 두었습니다.
처음에 다른 새에게 갖다준 새끼가 부화했습니다. 그 새들을 그냥 거기다 두면 검은울새의 습성을 배울 수 없기 때문에 도로 블루와 옐로우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블루가 그들을 보듬고 옐로우는 나가서 벌레를 잡아들이고 하면서 자기가 품고 있던 알이 부화했습니다. 두 번째로 다른 새에게 갖다준 새끼도 부화해서, 그것들도 블루와 옐로우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블루라는 암컷이 생물학자를 쳐다보면서 도대체 나보고 뭘 어쩌란 말이냐는 표정을 짓더답니다. 그래서 그 생물학자가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새끼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답니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이 온 숲을 돌아다니면서 블루와 함께 벌레를 잡아다가 새끼에게 가져다주고 먹여서 그 6마리가 모두 잘 컸답니다.
이들이 몇 년째 이런 일을 계속해서 지금은 400마리의 검은 울새가 네 개의 섬에서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나의 책에 소개된 스토리 중 하나일 뿐이고요 이 세상의 동물을 구해낸 많은 이야기들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새롭게 구출한다고 해도 그들의 서식처가 사라지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내가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배우는 것 중에 바로 들려드릴 이야기가 또 다른 대단한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침팬지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검비 국립공원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1990년대 초반 내가 곰비국립공원을 주변을 경비행기를 타고 돌아보았는데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곰비국립공원만 남겨놓고 나머지 숲은 다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인구 증가로) 거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아서 땅이 그들을 다 지탱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장작으로 쓰기 위해 사람들은 나무를 베어냈다고 합니다. 나무가 사라지니까 산사태가 벌어져 그들은 점점 더 살아가기 힘들어졌습니다. 공원 바깥의 상황이 이렇게 나쁜데 아무리 유명한 침팬지들이지만 그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공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TACARE(돌봄)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면 그들의 삶이 나아지겠냐고 물었습니다. 사실 뭐 그 사람들은 자연보존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식량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의료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제초제를 쓰지 않고도 농사 짓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또 나무를 심고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시작한 마이크로 크레딧도 시작했습니다. 신용이 좋지 않아서 돈을 빌릴 수 없었던 여인들이 아주 작은 돈을 빌려갔습니다. 남자들은 돈 조금 생기면 술로 다 날리는데 여인들은 다 은행에 갚았습니다. 여자들이 점점 힘을 얻기 시작했고 어린 소녀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했습니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진 진짜 이유를 해결하지 않고, 그들에게 자꾸 아이를 낳고 학교에 보내고 하는 일은 할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가족계획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마을 여성들이 진작 왜 이런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냐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농산물을 팔 수 있는 시장을 개발했습니다. 서서히 주민들은 나와 내 동료들을 믿기 시작했고 우리도 같이 침팬지를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토지 이용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각 마을마다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연구비를 끌어다가 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그 사람들은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최신 기술을 이용하여 국립공원 주변에 완충지대로 쓸 수 있는 숲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땅이라는 게 얼마나 회복력이 빠른지, 나무를 장작으로 쓰려고 베어내지 않고 5년만 지나니까 벌써 5~6m나 나무가 자랐습니다. 드디어 생태 통로가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국립공원에 있는 침팬지들이 다른 지역의 침팬지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금년 초에 곰비공원의 언덕에 가서 완전히 황폐화되었던 지역을 살펴보는데 숲이 완전히 살아난 것을 보고 눈물을 머금었습니다.
지금 곰비국립공원에는 100마리 정도의 침팬지가 있는데 그대로 있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반드시 다른 지역의 침팬지를 만나서 짝짓기를 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길러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탄자니아의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실행해서 상당히 많은 지역에서 비슷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콩고 분지 지역에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자연의 회복력과 우리 인간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한 일이, 생물학자와 함께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했던 모든 일들이 아무리 훌륭해도 우리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더 훌륭하게 지구를 지켜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 후에 나는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뿌리와 새싹’은 1991년 탄자니아에서 12명의 고등학생이 시작한 프로그램입니다. 지금은 121개국에서 1만 6천 개의 그룹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그룹은 30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그룹에서 활동는 사람은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뿌리와 새싹의 정신은 이겁니다. 매일, 매 순간 우리 모두가 이 지구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소위 젊은 친구들이 모여 앉아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리고 우리의 기가 막힌 머리를 이용해서 뭘 할 수 있는가, 어떤 것부터 해결할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세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가축들을 포함한 동물들을 위해 일하는 것, 둘째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 셋째는 자연환경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어디에서 사느냐 어떤 나라에 사느냐에 따라서 부자냐에 따라서 그들이 하는 일이 다릅니다. 또 나이에 따라 하는 일이 다릅니다.
나는 1년에 300일을 세계를 돌아다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바로 이런 젊은 ‘뿌리와 새싹’ 친구들이 그 동안 자신이 한 일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에게 이야기해주어 힘이 나는 겁니다.
어제 광릉수목원에 한국 ‘뿌리와 새싹’ 친구들이 다 모였습니다. 중학생들부터 대학생들까지 모여 굉장히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한국 뿌리와 새싹들이 하고 있는 활동도 곧 내가 활동하는 연구소의 웹사이트에 오를 것입니다. 여러분이 방문하면 그들의 활동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뿌리와 새싹들이 하고 있는 활동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놀랍습니다.
시작은 아주 간단합니다. 열정적인 친구 몇 명 구해서 같이 앉아서 우리가 무엇을 할 건지 생각해보고 아이디어가 생기면 저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시작만 하시면 됩니다. 어떤 그룹은 버려진 동물들을 위해 일하고, 이 세상 여러 동물들을 구출하는 일들을 합니다. 지역 사회를 위해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양로원이나 고아원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환경보전을 위해서 일하는 모임도 있습니다. 쓰레기를 치우거나 아니면 강을 되살리는 일을 하거나 하는 일을 합니다.
왜 뿌리와 새싹이라고 부르나요? 한 번 큰 나무를 상상해보십시오. 그 거대한 나무가 어떻게 시작되는가. 아주 작은 씨앗으로 시작됩니다. 그 작은 씨앗이 시작할 때보면 아주 희고 가는 새순이 자랍니다. 한 번 만져보십시오. 얼마나 연약한지. 그런데 기적이 일어납니다. 고 작은 씨앗에 그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물을 찾아 내려갈 때 그 거대한 돌들을 밀쳐냅니다. 새순도 태양을 향해 올라갈 때 대단한 담벼락 같은 것도 무너뜨리면서 올라갑니다.
상상해보십시오. 그 돌들과 담벼락들이 우리가 지구에 저지른 죄들이라고 말입니다. 뿌리와 새싹은 바로 희망의 운동입니다. 우리가 환경에 저지른 모든 사회적인 환경적인 문제들을 다 해결하면서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희망의 운동입니다.
물론 돈이 중요하지요. 하지만 돈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뿌리와 새싹은 그 동안 종교, 국가 간에 만들어진 단절된 벽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자연 사이에 있던 장벽도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처음 ‘뿌리와 새싹’을 시작했던 그 고등학생들은 기업인이 되어 있는데 뿌리와 새싹이 너한테 무슨 의미였니? 물으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선 어떻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느냐는 것을 바꿨다. 내가 하는 행동이 이 세상에 무슨 영향을 미치느냐를 항상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것은 아무리 처음 가보는 곳에 가도 그곳에 뿌리와 새싹 맴버가 있으면 가족을 발견한 것처럼 기쁘다고 했습니다.
지금 그야말로 아주 힘차고 아이디어가 많은 젊은이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어머니 자연은 대단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잘못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사는 젊은이들이라면 뿌리와 새싹 홈페이지를 찾아보시거나 저한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여러분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힘을 합쳐서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까? Yes or NO?
* 월간 샘터 11월호 지면에 그 중 9월 30일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희망의 자연’ 특강 내용을 정리하여 독자 여러분께 소개했습니다
첫댓글 재료감사...아름다운 이야기에 마음의 감동을느낌니다. 과연 내가 이지구상에서 할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매년마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히말라산을 등산하면서 의료봉사를 하고 매년마다 고비의 사막에 수백그루의 나무들을 심고.... 이런 아름운 이야기들이 있기에 이지구는 아직도 돌아가고 있나봅니다. 요즘 유행되는 테크 나무들... 동아시아의 나무재료로 고급가구를 만들고 그리하여 물사태와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없어지고...이런 레포트들을 읽어면서 이런 호화때문에 수많은 짐승들이 목숨을 잃어간다고 생각하니 어쩌면 이런 인간들도 있나 싶기도 하지요.지금내가 할수 있는 일이란 내이웃 사랑...(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