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권·의정부 집값, 올해도 강세 보일까
아파트값 향방 놓고 의견 엇갈려
지난해 아파트 매매시장의 화두는 단연 ‘집값 소외지역의 약진’이었다. 시장 침체 속에서도 그동안 장기 ‘소외지역’으로 분류됐던 서울 강북권과 경기도 의정부·시흥시 등 수도권 외곽지역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것이다.
이 같은 가격 강세는 시세 저평가 인식 확산과 다양한 개발 호재에 힘입은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올해에도 강세를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지난 한해에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버블세븐 등 전통 인기지역과의 가격 차도 많이 줄어든 데다 새 정부의 친시장적인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인기지역으로 다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집값 크게 올랐지만…
한국부동산정보협회와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지난 한해 강북권(강북·노원·도봉·성북·은평구) 아파트값은 11.75%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3.63%)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1년 새 0.23% 하락한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과 비교하면 강북권 집값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의정부와 시흥시도 지난 한해 동안 과거 유례없는 강세를 나타냈다. 시흥시 아파트값은 1년새 무려 31.39% 뛰었다. 의정부시도 30.45% 올랐다. 경기지역이 지난해 평균 5.6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이들 두 지역의 상승세는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강남권 등 인기지역 약세, 강북권·수도권 외곽지역 강세 현상은 세금 및 대출 강화 등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종합부동산세 과표가 상향 조정되고 공시가격도 상승하는 등 세금 부담이 커진 데다 재건축 규제도 더해져 강남권을 비롯한 인기지역의 고가주택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 몇 년간 이렇다 할 가격 변동이 없었던 강북권 및 경기 외곽지역의 경우 교통망 확충을 비롯한 지역별 개발 호재가 많았고 시세도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강해 실수요자 뿐 아니라 투자 수요마저 끌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상승 장세 오래 못간다?
하지만 올해에도 소외지역의 집값 강세가 지속될 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 한해 이들 지역의 아파트 매매 호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인기지역과의 가격 차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란다.
또 경전철 건설 등 개발 재료가 이미 아파트값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견해가 많다. 강북구 수유동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한해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에 거품이 낀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 움직임도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강북권은 최근 한달 새 0.84% 올랐다. 하지만 이는 최근 일년 동안 한달 평균 상승률(0.97%)에는 다소 못 미친다.
의정부의 경우 가격 움직임이 크게 줄었다. 지난달 이 지역 아파트값 1.55% 올랐으나 지난 일년 간 한달 평균 상승률(2.53%)에는 크게 못 미친 것이다. 시흥시도 지난 한달 0.58% 상승하는 데 그쳐 지난해 평균 한달 상승률(2.61%)을 크게 밑돌았다. 시흥시 정왕동 늘푸른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군자지구 개발 등 굵직한 호재로 시흥 일대 아파트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탔으나 지금은 움직임이 많이 둔해졌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 때문에 매수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층이 늘면서 호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왕동의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현재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는 등 아파트 매매시장이 숨고르기 장세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새 정부의 친시장적 부동산 정책도 소외지역 아파트 매매시장 흐름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해 소외 지역의 집값 강세는 노무현 정부의 인기지역 수요 억제 정책에 따른 반사이익, 즉 풍선효과가 발휘된 측면도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명성공인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의 각종 규제 폭격으로 매수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교통이 좋은 지역들이 각광을 받는 역차별 현상이 나타났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새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완화 등 세금부분과 용적률 상향 조정 등 재건축 규제 완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을 경우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값이 오르면 옛 소외지역에 대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도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공인 채은희 사장은 “대선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올해에는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소외지역에만 국한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대표는 “지난해 서울 강북지역의 아파트값이 올랐지만 올해는 투자 축이 버블세븐 지역으로 다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며 “세금 완화와 재건축 활성화로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면 강북권보다는 강남권과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값이 먼저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값 소외지역의 시세 파급 효과가 작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긴 했지만 주변 지역의 시세를 견인하기보다는 국지적인 상승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시세 파급효과가 큰 버블세븐 지역과 같이 시장에서 ‘주도주’로 자리잡지는 못했던 것이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지난해 소외지역의 상승세는 전철 개통과 같은 국지적인 호재도 있긴 하지만 인기지역과의 가격 차 좁히기의 성격도 강했다”며 “특별한 상승 재료 없이 가격 갭 메우기 성격으로 상승한 경우라면 오름세를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 강도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듯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강북권 등 소외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의 기저에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속도론’이 자리잡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가 가시화되기까지 법률 개정 등으로 시간이 다소 필요하고 집값 불안을 야기할 정도의 급격한 정책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와 같은 아파트 매매시장의 흐름을 바꿀 만한 큰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강북권 등 소외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심 재개발 활성화로 재개발 사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가격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 샘공인 김충권 사장은 “강북 재개발에 대한 기대 심리로 뉴타운 주변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가격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