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소아 결핵 환자들이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국가들이 결핵 퇴치의 첫 번째 관문인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사항에 따른 결핵관리지침 개정에 실패하고 있다.
10월 15일 국경없는의사회가 발간한 신규 보고서에 따르면 결핵 퇴치를 위한 세계적인 노력 속에서 소아 결핵 환자들은 계속해서 소외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 “TACTiC: 소아 결핵 진단·예방·치료(TACTiC: Test, Avoid, Cure Tuberculosis in Children)”에서 결핵 부담이 높은 14개국*의 결핵관리지침을 조사한 결과, 다수의 국가들이 국가 결핵 정책을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최신 지침에 부합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영문 보고서 보러가기)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국가들이 소아 결핵 치료 관련 세계보건기구 권고사항에 맞춰 국가 지침을 개정하고 필요한 자원을 할당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관련 정책과 소아 결핵 예방·진단·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명확한 계획을 실행 일정과 함께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전 세계 공여국과 기술 지원 단체들이 소아 결핵 정책 개혁 및 시행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결핵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며, 이는 소아 결핵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에 속하는 결핵을 앓는 아동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권장 지침을 개정했습니다. 하지만 국가들은 소아 결핵 진단·예방·치료와 관련하여 이러한 지침을 적용하고 실행하는 데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국가, 공여 단체, 기술 단체들이 이렇듯 치명적인 정체 상황에서 벗어나 아동이 적시에 결핵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합니다. 더 이상 아무런 행동 없이 지체할 수 없습니다. 매번 지연될 때마다 더 많은 아동이 죽게 됩니다.”_스테인 데보르그라베(Stijn Deborggraeve) /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진단 분야 자문위원
이번 보고서에서 측정한 14개국의 정책 지표 중, 단 한 국가의 정책만 세계보건기구 지침에 완전히 부합하고, 7개국은 80% 이상, 4개국은 여전히 50% 미만 수준으로 부합한다. 이러한 격차는 소아 결핵 진단 부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가령 감염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도 강력한 결핵 의심 증상을 보이는 경우 아동에게 결핵 치료를 실시하라는 지침을 따르는 국가는 14개국 중 5개에 불과했으며, 해당 5개국 중 4개만이 이러한 지침을 효과적으로 시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125만 명의 아동 및 청소년(0-14세)이 결핵에 걸리고 있지만, 그중 절반만이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세계보건기구는 최신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아동 및 청소년 결핵 관리 지침을 개정하고 여러 주요 권고사항을 마련했다. 가령 실험실 검사가 불가할 때 증상만으로 소아 결핵을 진단할 수 있는 치료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소아 결핵 치료 및 예방을 위해 단기 경구용 약물 치료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세계보건기구의 지침이 적용 및 시행되면 소아 결핵 진단 및 치료 수준이 대폭 향상될 것이다.
우리는 봄발리(Bombali)에서 소아 결핵 관련 세계보건기구 권고사항을 시행한 이래로 더 많은 소아 결핵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규 권고사항은 소아 결핵 오진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의사들이 이전에 양성 결과 없이는 아동을 대상으로 결핵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주저했다면, 이제는 세계보건기구 권고사항을 따라 임상 징후만으로도 더 확신을 가지고 결핵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다수의 보건센터에서 결핵으로 인한 아동 사망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_조셉 세세이(Joseph Sesey) / 국경없는의사회 시에라리온 마케니(Makeni) 지역 의료 담당관
그러나 정책 개혁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세계보건기구가 약제감수성 및 약제내성 결핵을 앓는 아동 치료에 치료 기간이 단축된 새로운 완전 경구용 치료제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국가별 해당 치료제 출시가 여전히 느린 상황이다. 또한 약제감수성 및 약제내성 결핵 치료를 위한 아동 친화적인 신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어도 국가에서 항상 조달되는 것은 아니다.
관료적 장벽과 재원 부족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국가에서 아동 친화적인 결핵 치료제 제형을 구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체중에 따른 적절한 용량 조절도 없이 쓴 약을 으깨서 삼키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작용이나 치료 실패를 겪을 심각한 위험에 놓입니다. 더 이상 이러한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정부, 공여국, 전 세계 보건 단체들이 더 이상 결핵과 같이 예방 및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죽거나 고통받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긴급하게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용 가능한 도구 및 치료법이 이를 가장 필요로 하는 아동들에게 즉시 전달되어야 합니다.”_닥터 캐시 휴이슨(Dr. Cathy Hewison) /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워킹 그룹 책임자
*아프가니스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기니, 인도, 모잠비크, 니제르,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남수단공화국, 우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