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25:18]
한 달란트 받은 자는 가서 땅을 파고 그 주인의 돈을 감추어 두었더니
땅을 파고...돈을 감추어 두었더니 - 돈을 땅에 파묻어 두는 것은 그 당시의 돈을 보관하는 방법이었다. 천국 비유를 말할 때 '밭에 감추어진 보배'라고 묘사하는 바와 같이 땅 속 보관은 당시 안전하게 재산을 보관하는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는 앞서 이윤을 남기기 위하여 위험을 안고 장사를 한 두 종에 대비시켜
모험을 두려워하는 안전 제일 주의의 소심한 종을 묘사하고 있다. 실로 그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적극적인 범죄나 사취가 아니었다. 그는 1달란트를 맡긴 주인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고의로 그 재능을 묵혀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그는 주인을 위한 적극적 충성과 봉사를 등한히 한 것이다.
실로 진취적인 봉사 의식의 결여는 곧 소극적인 범죄와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또한 그의 불충한 죄의 동기를 언급하자면 적어도 그는 상대적 빈곤 의식 때문에 주인이 맡긴 '1달란트'의 가치를 무시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마 25:24]
한 달란트 받았던 자도 와서 가로되 주여 당신은 굳은 사람이라 심지 않은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데서 모으는 줄을 내가 알았으므로...."
한 달란트 받았던 자도 와서 - 주인이 주관하는 회계의 현장에는 충성된 자이든 불충분한 자이든 모두가 나아와 주인의 판결에 응해야 한다. 한편 여기 '한 달란트 받았던 자' 의 시재가 완료능동태 분사로서 아직 그에게 '한 달란트'만이 있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주여 당신은 굳은 사람이라 -
여기 '굳은라는 말은 '박정하고 포악하며 거칠다'는 뜻으로 공동번역과 새번역에서는 '무서운 분'이라고 번역되었다. 이 단어는 같은 평행 비유 '엄한 사람'(아우스테이라는 단어보다 더 강경한 뜻으로 쓰인다. 여하튼 종은 주인을 악한 인격자로 몰아세워 결국 자신의 불성실과 직무 유기에 대한 변명의 여지를 찾으려 한 것이다.
그는 주인의 인격을 매도하는 더 큰 죄를 주인 앞에서 범하였다.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 주인을 매우 질이 나쁜 구두쇠나 돈을 모으는 데는 광적이면서 투자하는 데는 아주 인색하며 타인의 노동력을 착취해 불로 소득을 얻는 파렴치한 인물로 그리고 있다. 아마도 이 비난 속에는 자신이 다른 두 종들보다
훨씬 적은 양을 받은 것에 대해 주인에게 은근한 화를 분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 이는 추수한 곡식을 마당에 늘어 놓고 말린 후 키질을 하여 겨를 헤쳐서곡식을 모으는 장면을 나타내고 있다. 즉 좋은 주인을, 키질하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고 알곡을 모으려고 하는 불로 소득자로 비난한것이다.
이와같이 좋은 주인을, '굳은 사람', '심지도 않고 거두는 사람', '헤치지 않고 모으는 사람' 등으로 비난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 비난이 한 달란트를 받아 아무일도 하지 않고 주인 앞에 나온 게으른 종 자신에 대한 묘사이다. 즉 이 본문은 자기 변명을 통하여 자기모습을 묘사하는 우화적인 문학적 표현 방법이다.
그러므로 종의 주인에 대한 비난은 모두 종 자신의 게으르고 완악한 심성의 고백적 표현으로 보면 된다. 내가 알았으므로 - 이는 제 2부정과거 능동태 직설법으로 경험을 통해 익히 알아오고 있었다는 뜻이다. 실로 그는 자신의 왜곡된 판단을 근거로 주인의 품격을 극도로 모독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