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티나 성당에 노숙자들을 초대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이 문은 모든 이들에게 항상 열려 있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저는 여러분 같은 사람들의 기도가 많이 필요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이 집은 모두의 것이고 여러분의 집입니다.”
어제 목요일, 오후 5시가 약간 넘어서 시스티나 성당의 입구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들어오시면서 초대받은 이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초대 인사들은 생전 처음으로 미켈란젤로가 그린 그리스도가 죄인들에게서 구원된 이들을 한 곳으로 들어 올리는 장면의 그림을 경이로운 눈으로 감상하고 있습니다.
아담의 창조를 찬탄스럽게 올려다 보는 이 행복한 ‘미천한 이’들은 성 베드로 성당과 광장 주위를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노숙자 150명입니다.
만면에 가득한 미소로 이들을 바라보시는 교황님은 “이 곳의 문은 모두에게 항상 열려 있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며 한사람 한사람에게 악수와 인사를 나누십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저는 여러분 같은 사람들의 기도가 많이 필요합니다.” 라는 당부를 하십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바티칸 광장의 열주기둥 회랑에서 이미 쏫아지는 빗줄기를 피해 검은 비닐로 잠자리를 만들고 있는 막시밀리아노는 미소지으며 말합니다. “사실 매일 그런 기도, 그분을 위해서 기도드리지요. 비록 우리가 지금 길바닥에 있지만 우리는 항상 교황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두려워하시지 않습니다.”
곁에 있던 마우로는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가 그곳에서 최후의 심판을 봤다는 것 아닙니까! 이어폰을 끼고 설명을 듣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가이드가 우릴 막는 거에요. 침묵이 흘렀지요. 돌아보니, 아 글쎄 교황님이 계시는 거예요! 모든 사람들이 입을 딱벌리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러자 교황님이 우리에게 오시어 머리에 손을 얹어 한사람하사람 축복하시면서 ‘사랑합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라고 반복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한 20분 정도 그렇게 침묵 속에 있었답니다. 그리고 우린 전체가 다 함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기도를 드렸어요.” 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람들은 ‘파드레 코라도’의 초대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교황청 자선관 코라도 크라제브스키 대주교가 전날 저녁에 바티칸 광장의 열주기둥 주위를 다니며 초대장을 나눠줬는데 대주교는 이런 일을 자주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먹을 것, 입을 것, 또는 다른 도움 등을 나눠줍니다.
이번에 나눠 준 것은 “2015년 3월 26일 목요일, 바티칸 박물관과 시스티나 성당에서 15시 15분에 만납시다.” 라는 초대가 적힌 초대장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박물관 입구의 일반관람객을 위한 티켓발매소가 일찍 문을 닫았습니다. 이는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기에 존엄성을 다시 획복하도록 하기 위해 파드레 코라도의 기획한 것입니다. “노숙자들 역시 특히 그들이야말로 바티칸 박물관이 전체 인류를 위해 보존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즐겨야 합니다.”
교황님은 강복을 주시기 직전 “마음의 작은 선물입니다. 주님께서 여러분들을 보호하시고 삶의 여정을 보살피시며,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시길 빕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이 만남이 사적인 만남이되기 원하셨습니다. 따라서 일체의 비디오나 공식적인 사진 촬영조차 없었습니다. 노숙자들은 교황청 사무국 옆문으로 들어와 산타 마르타 성당을 지나 성 베드로 성당 뒤편으로 해서 바티칸 정원을 가로질러 박물관으로 도착했습니다. 시스티나 성당 관람과 교황님 만남을 마친 그들에게 박물관 식당의 만찬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우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낡은 핸드폰으로 모자렐라 치즈, 햄, 소세지, 핏짜, 돼지바베규, 쿠키 등이 가득찬 접시를 사진으로 찍었다고 자랑스럽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파드레 코라도와 먹고 마시면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요. 자동차 방에는 보이틸라 교황님이 저격을 받았던 차량도 있더라니까요. 긴 복도, 라파엘로의 벽화, 시스티나, …. 모두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요. 말로 설명을 못 하겠어요. 그리고 교황님! 제가 쉰 살인데 지금까지 한 번도 교황님 가까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꿈에도 못했는데, 제 손을 꽉 잡아주셨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