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식
김 성 문
우리 가정은 반찬 가짓수 관계없이 뷔페식으로 식사한다. 뷔페식은 덜어 먹기 때문에 전염병을 예방하여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또한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양만큼만 먹을 수 있다. 세계적인 감염병인 코로나19로 인해 음식 문화가 뷔페식으로 바뀌고 있다. 영업하는 식당에서 공동 반찬일 경우 자기가 덜어 먹을 수 있는 앞 접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한 상 가득하게 차려 내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대접하는 쪽은 음식이 남도록 풍성하게 차려야 예의라고 생각했고, 대접받는 쪽도 체면치레로 음식을 조금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오래전 캐나다에서 경험한 뷔페식 문화는 충격적이었다. 캐나다 해밀턴에서 홈스테이했을 때의 일이다. 첫날 아침, 조금 일찍 잠이 깼다. 나는 주인이 아침 먹으러 오라고 연락할 때까지 내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문 소리에 2층 숙소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니 주인 남자가 일터로 가는 중이었다. 언제 일어나 아침을 먹고 일터로 가는지 의아했다. 아침 식사를 기다리는 나에게는 홈스테이의 생활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인기척을 내니 부인이 나를 지하 1층 주방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아마도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주방에서 커피, 식빵, 쨈, 토스트 등이 있는 곳을 설명하면서 접시를 가리켰다. 매일 아침 스스로 덜어 먹으라는 것이다. 점심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알아서 챙겨가면 된다고 했다. 점심 봉투에 식빵과 과일 및 음료수를 챙긴 후 학교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교내 식당에서 삼삼오오 그룹을 만들어 각자가 싸서 온 봉투 속의 음식을 꺼내 보니 대동소이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홈스테이 가정의 부부와 두 아들, 나 모두 5명이다. 빵과 닭 다리 찜, 채소가 둥근 식탁 위에 차려져 있었다. 식탁에 앉아 각각 앞 접시에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었다.
“미스터 김, 오늘 특별요리를 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닭 다리 찜이 쟁반에 수북하게 차려져 있었다. 닭 다리 찜이 특별요리인가? 싶었지만,
“잘 먹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맛있게 먹었다. 평소보다 닭 다리를 두 개는 더 먹은 것 같다. 그런데 음식은 식구 수 대로 먹을 만큼만 준비하는 것 같았다.
만찬이 끝날 무렵에 부인은 식빵 한 조각을 반으로 잘라 자기 접시에 남아 있는 양념을 싹싹 닦아 먹었다. 접시가 씻은 듯이 깨끗해졌다. 옆에서 같이 식사하던 남편도 같은 행동을 했다. 나도 덩달아 같은 행동을 했다. 잠시 후 남편이 앞치마를 두르고 싱크대로 가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테이블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는 나에게 부인은 커피를 준비해 와서 권한다. 커피 있는 곳을 가리키면서 언제든지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된다고 했다. 남편이 설거지를 마치니 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씻은 접시를 제 자리로 옮기는 일만 한다. 캐나다의 전체 가정 문화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부인이 참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주방에 얼씬도 안 하는 내 행동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귀국 후 아내에게 음식은 식구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무조건 뷔페식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아내는,
“그래도 나는 풍성하게 차려 놓은 식탁이 좋은데!”
아내의 생각은 가족에게 푸짐한 음식상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각자 덜어 먹는 뷔페식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나는 6남매 맏이라서 우리 집에서는 모임이 잦은 편이다. 명절이나 행사 때마다 뷔페식을 고집한다. 처음에는 낯설어했던 형제들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 같다.
국방부에서 군 장병들이 음식을 골라 먹는 뷔페식으로 바뀐다는 발표를 2023.12.17. 했다. 내년부터 뷔페식 급식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운영한 후, 효과 분석을 통해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군대에서 시행하는 뷔페식은 걱정이 앞선다. 행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 편식이 습관화되어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오지는 않을지. 물론 식단을 짤 때 인간이 필요로 하는 기본 영양소를 고려해서 음식을 만들겠지만, 뷔페식은 기본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섭취가 골고루 이루어지도록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요즈음은 아내와 둘만 있어도 뷔페식으로 식사한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었지만, 낭비가 없고 경제적이다. 식당에서는 음식을 각자 접시에 덜어 먹는 것이 습관화된 듯하다. 모두가 건강 제일주의자처럼 행동한다. 한 접시에 있는 음식을 공동으로 먹던 일상들이 지금은 한 장의 추억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다.
첫댓글 저는 신혼때부터 여러 식구가 함께 살아서 반찬을 식탁 중앙에 두고 각자 자기 접시에 덜어서 먹었어요. 그러면 버려지는 음식이 없기도 하고 위생상 좋았어요. 지금도 남편과 둘이 먹어도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자기 접시에 담아 먹습니다. 접시에 남은 양념을 빵으로 닦아 먹는 케나다 부부는 음식의 소중함을 아시는 것 같네요.
선진 문화를 일찍부터 실천하신 조 선생님 부럽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건강하신 비결이 있었군요.^^
우와 멋있다. 설거지 하는 남자다.~
행복한 밥상입니다. 선생님
요즈음 설거지 안 하는 남자는 간이 커요.
그때부터 계속했으니까 꽤 오래되었어요.
김 선생님! 댕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