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교육학과 원예지
나는 계획하지 않았던 변수를 매우 두려워하지만 내면에는 직관이 항상 자리 잡고 있어 가끔 폭발하고는 한다. 그러나 무계획적으로 발휘된 직관은 내 삶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고는 했다. 그래서 나의 직관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첫 번째 직관 이야기는 초등학생 3학년 운동회를 할 때였다. 운동을 잘 못하면서도 승부욕은 가득해서 운동회나 체육을 할 때면 항상 반에서 4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그렇게 열심히 체력을 기르던 중, 학교에서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운동회에서는 개인 달리기 종목이 있었고 5명씩 모든 학생들이 50m 달리기를 했다. 5명 중에서 1등이 하고 싶었던 나는 긴장이 되어 심장이 막 콩닥콩닥 하던 그 때, 청바지를 입고 간 내 자신을 원망했다. 바지 버클이 고장이 났고 살짝만 달려도 바지가 쑤욱 하고 내려갔다. 여분의 바지는 없고 집에 갔다 오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9살인 나에게는 그 상황이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처음 겪어보는 일에다가 수선 같은 것에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내가 그 상황에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냥 포기하거나, 어떻게든 바지를 찾거나, 바지를 고정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바지 버클을 벨트 고리에 끼워서 고정시키는 방법이 떠올랐다. 정말 별 거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한 걸 알아낸 것처럼 기뻤고, 열심히 바지 고정에 성공한 나는 5명 중 1등을 하게 되며 지혜와 체력 모두 성공했다는 기분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직관 이야기는 중학교 3학년 때 이야기이다. 중학교 2학년 말에 치아 교정을 시작해서 꾸준히 치과를 가야했고 나는 이 4개를 발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날은 오른쪽 작은 어금니 두 개를 발치하러 가는 날이었고 엄마와 함께 치과로 향했다. 괜히 다른 방법으로 가보겠다며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가기 전부터 고생을 한 날이었다. 마취 때문에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 발치 이후 엄마와 즉흥적으로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아마 ‘쿵푸팬더 3’를 보러 갔던 것 같다. 그렇게 여유롭게 영화를 보던 중 나의 마취는 슬슬 풀리기 시작했고 너무 아픈 나머지 눈물을 흘리면서 쿵푸팬더를 봐야했다. 옆 자리에서 나의 콧물 소리를 들은 엄마는 당황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 나가서 약을 사다주셔서 나는 진정을 하고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러고나서 또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나는 엄마를 데리고 포장마차에 가서 떡볶이랑 닭강정 이것저것을 시켰고 다시 고통이 시작된 나는 울면서 집에 와야 했다. 고통스러운 하루였지만 즉흥적이여서 오히려 더욱 재밌고 지금까지도 엄마와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세 번째 직관 이야기는 작년 2월에 스키장을 갔을 때였다. 앞서 말한 승부욕과는 달리 몸치인데다가 겁도 좀 많아서 레포츠는 거의 시도도 해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스키장을 가자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들떠서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강원도로 출발했다. 심지어 외박은 아빠한테 허락도 맡아야 하는데 아빠 출장 간 날을 골라서 몰래 다녀오는 즉흥적인 여행을 떠났다. 3명의 친구들과 갔는데 이미 두 명은 스키장에 여러 번 와봐서 익숙한 친구들이었고 한 명은 운동 신경이 좋은 친구였다.. 나만 문제였던 것이다. 스키 신발은 생각보다 불편하고 어색했으며 나는 그냥 평지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그런데 친구들은 위에서 알려준다며 바로 리프트에 올라탔다. 초보를 위한 연습용 언덕 정도에 간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냥 초보 코스에 올라간 것이다. 엄청나게 겁을 먹은 채 몸이 굳어있는데 친구들은 이렇게 타는 거라면서 대충 시범을 보여주더니 점점 더 멀어졌다. 친구 한 명은 날 기다려줬지만 이미 그도 멀리에,,,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스키를 타고 얼른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평지에서 발도 A자로 못 만들던 나는 눈물을 머금고 내려가다가 굴렀다. 그런데 이상하게 구르고 나니까 뭔가 크게 두렵지 않고 갑자기 스스로 스키 타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친구들이 알려주지 않았던 S자로 천천히 내려온 나는 그 뒤로 스키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무계획 스키여행을 통해 이도저도 못하는 나만의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냈고 그 뒤로 생존 위기에서 발휘되는 직관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
첫댓글 직관적으로 살아오신 경험이 많은것 같습니다! 특히 스키 타는 썰은 저도 그랬던것 같아서 너무 웃기네요ㅎㅎㅎ
가끔은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직관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있는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재밋는 경험 많이 하시길 바랄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