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팔백서른여섯 번째
선악의 발명 2
고구려 시대에 형사취수제兄死取嫂制가 있었습니다. 형이 죽으면 그 아우가 형의 부인, 형수兄嫂와 결혼할 수 있는 관습이었습니다. 원래 취지는 남겨진 형의 처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고국천왕의 왕후였던 우왕후는 남편이 죽자, 그 동생인 산상왕과 결혼해 왕후로서 대를 이어 권력을 유지한 여인입니다. 남겨진 형의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형수와 결혼한 사람은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권력을 놓치기 싫어 남편의 동생과 결혼한 우왕후의 처신은 당시로서는 크게 흠이 될 일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지금 우리의 잣대로 보면 결코 선善이라 할 수 없습니다. 도덕적이지 않지요. 그런데 이 제도가 사회적으로 아예 의무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혈육을 저버리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 놈으로 멸시받기도 했을 정도였답니다. 형이 죽으면 그 형제의 혈족을 계승시키고, 완전히 가족의 일원이 된 형수를 보호하면서, 자칫 사방으로 흩어져 버릴 망자의 재산을 가문 내부에 유지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가정 규범이었답니다. 고대 유대인들의 이 제도를 ‘레비라트(Levirate)’라고 하는데, 이와 관련해 성경에 다말이라는 여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에서 형수를 받아들여 후손을 잇게 하지 않은 오난이 하나님의 벌을 받아 죽임을 당합니다. 그러니 형사취수제는 가문이 사라지지 않게 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유목민이며 가계를 잇는 제도로서 선善이었지만, 지금은 선이 아닙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선과 악, 도덕이란 당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방편일 뿐,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은 없다는 뜻이 됩니다. 선善이라는 잣대가 강자가 약자를 통제하는 수단이 되어 ‘나’와 ‘너’로 분열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로 묶기도 하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