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카시아 꽃내음
홍 성 기
설렘 가득한 오월!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동네 앞산에는 새하얗게 아카시아 꽃들이 피었다. 꽃내음에 끌려 나도 모르게 산에 올랐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향기가 진동한데 킁킁대며 아카시아 꽃에 코를 댄다. 새롭게 핀 꽃들이 반갑고 옛 추억속에 빠져들다 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1960년대 초엔 우리나라 산들이 땔감 등 무분별한 벌채와 일제 식민지하에서의 산림훼손이 심각하여 울창했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헐벗은 벌거숭이 산들이 많아졌다. 나라에서는 ‘산림녹화운동’을 한다며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을 동원 빨리 자라는 리기다소나무, 유실수인 밤나무, 예쁜 꽃을 피우는 진달래, 쉽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밀원을 제공하는 아카시아 등을 산에다가 심었다. 특히 아카시아 씨와 각종 풀씨들을 수집하여 열심히 뿌렸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산에는 푸르름이 짙어져가고 벌거숭이 산들이 점차 사라져 갔다. 그리고 이른 봄에는 진달래꽃들이 피어나고 5월이 되면 아카시아꽃과 밤나무꽃들도 많이 피어 아름답고 향기로운 산들로 변한다.
옛날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지금은 폐교됨) 뒤에는 민둥산인 나즈막한 '승방산'과 '주장산'이라는 산이 있었는데 수업시간을 할애하여 반 전체가 수집한 아카시아 씨앗과 각종 풀씨들을 가지고 산에 올라 어른들이 잘 다듬어 놓은 골을 따라 비지땀을 흘리며 씨앗을 뿌리고 내려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쉬는 날에는 각종 나무들을 차에 싣고 와 산에다가 심도록 하였다. 그때는 불평도 하고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산림녹화에 일조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아카시아나무는 몇가지 특징과 고마운 점을 갖고 있다.
먼저 번식력이 좋아 웬만한 땅에서는 잘 생육하는 데 작은 씨 하나가 크게 자라면 키가 약 25m까지도 커진다. 그리고 뿌리혹박테리아로 무장한 콩과 식물이라 공중질소(空中窒素)를 고정(固定)시켜 황무지를 비옥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빛이 많이 들어야 잘 살 수 있는 나무여서 다른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은 침범하지 않는다. 그리고 풍부한 밀원을 가지고 있어 벌들을 생육시키며 우리나라 꿀 생산에 크게 기여 국민 건강을 증진시킨다.
잘 자란 아카시아 나무는 습기에도 강하고 단단하여 온천의 천정재, 건축재, 농기구재, 포도주통의 원료 등 폭넓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황폐한 토양에서도 뿌리를 잘 내리기 때문에 가뭄도 넉넉히 이겨낸다.
한편 꽃은 매혹적인 향기를 풍기지만 가지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 자신을 방어한다. 어릴적 등산할 때 가끔 아카시아 가시에 찔려 피가 난 경험도 있다. 그리고 꽃은 꿀을 품고 있어서 달콤하여 가난했던 시절 몇 송이 따 먹으면 좋은 간식거리도 되고 배고플 때 따다가 튀겨서 먹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아카시아 열매는 긴 타원형의 납작한 꼬투리로 되어 있고 그 속에 5~10개 정도의 씨앗이 들어 있는데 10월경 꼬투리가 영글어 터지면 안에 있던 씨앗들이 바람에 날려 번식한다.
반면 아카시아 나무에 대한 오해도 많이 있다. 번식력이 너무 강해 아카시아 나무가 자라는 곳에서는 다른 식물이 살 수 없게 만들며 우리 나라 자생 식물들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도 하는데 이것은 지나친 오해이다.
요즘 충청남도에서는 목재 자원 공급 기반을 구축하고 이용가치가 높은 경제수종을 확대 조성하기 위해 경제림 육성단지 등에 많은 투자를 기울이고 있으며 그 동안 우리 산야를 푸르게 가꾸어 준 리기다소나무, 아카시아 나무들이 산을 너무 차지해서 벌목하고 대신 낙엽송, 소나무, 편백 등 전략 수종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고 한다. 한편 양봉업자들은 우리나라 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카시아 나무가 사라지면 벌들도 사라지게 되고 우리의 소중한 건강식품인 꿀도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오늘도 산에 오르니 아카시아 꽃내음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허기진 일꾼들처럼 꿀벌들이 어디서 날아 왔는지 웅웅거리며 이꽃저꽃을 찾아 꿀을 달라 야단이다. 황폐했던 산야를 푸르게 가꾸어 주고 봄이면 상큼한 꽃내음으로 매마르고 거칠어진 정서를 잠시나마 숨쉴 수 있도록 다독여 주며 맛있는 꿀과 꽃으로 건강까지 챙겨주는 고마운 나무 아카시아!
아카시아는 때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굳굳하게 우리의 산야를 푸르게 지켜주고 해마다 오월이면 하얗게 꽃을 피워 그윽한 꽃내음을 풍기며 희미해지는 옛 추억을 되살려 주고 있다. 그리고 삶의 새로운 활력소로 다가 와 인생의 후반을 아카시아 꽃처럼 향기나게 가꾸어 보라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고맙고 감사한 오월의 아카시아, 그 꽃내음.
♧2023.5.5 올림픽공원에 핀 아카시아꽃♧
❤️아직도 가지에 남아있는 꼬투리들!
♧금대산에 핀 아카시아꽃♧
(2023.5.7)
♧열심히 꿀을 따는 꿀벌♧
♧경기도 남양주시 수석리에서♧
(2023.5.8)
♡수석리 토성♡
♧금대산에서(2023.5.11)
♧붉은 아카시아 꽃♧(23.5.12)
-포천 '고모 저수지' 둘레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