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수목원 이대로는 안된다
승마장과 초식동물원을 앵커시설로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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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해운대수목원
지난 4월 1일과 8일 밤 11시 부산 MBC에서 방송한 ‘빅 벙커’라는 프로그램에서 해운대수목원의 예산낭비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해운대수목원은 해운대구 석대동 쓰레기 매립장 면적 62만 8275㎡(19만 평)에 조성되는 국내 최대의 도시형 수목원이다. 2012년에 시작하여 현재까지 784억을 투입하고 내년에는 개장을 목표로 한다지만, 언제 공사가 끝나 개장할지 부산시의 담당 과장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관리사무소, 온실과 산림전시관, 수목연구소 등 해운대수목원의 핵심시설은 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쓰레기 매립장 사후관리 이행 종료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목원은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돼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침출수 유출과 지반침하 등이 우려돼 아직도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1993년 매립이 끝난 후 30년이 지나야 건축이 가능하므로 2023년 이후에나 건축할 수 있지만, 건립비용 수백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게다가 공사 시작 때 조용히 땅부터 매입했다면 수년에 걸쳐 매입한 토지보상비 200억을 절약할 수 있었는데, 국내 최대의 도시형 수목원이라면서 홍보를 하는 바람에 매년 땅값이 급등해 토지보상비가 454억에 이르렀다.
지금 현재 과거 축구장과 야생화원 등을 조성하느라 투입된 비용과 그동안 시설을 활용하지 못한 무형의 손실을 포함하면 손실액은 784억이 훨씬 넘는다. 수목원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축구장 2곳, 테니스장 16곳, 승마체험장, 야생화원, 허브원, 대나무품종원, 습지생태원, 미로원 등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2012년부터 모두 허물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에 산림박물관 또는 생태전시관 등 앵커시설이 없이 억지로 수목원을 개장한다면 일부러 찾아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무만 잔뜩 심어진 그저 그런 평범한 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본지에서도 수차례 제안한 것처럼, 앵커시설로서 넓은 수목원 부지에 승마체험장과 초식동물원을 같이 넣어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동물을 보고 승마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든다면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주변의 나무에도 눈길을 보내므로 수목원도 살리는 길이다.
부산시는 2017년부터 부산 유일의 영도 승마장이 너무 낡아 태종대 부근의 순직선원 위령탑 부지로 이전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무산됨에 따라 확보했던 국비 50억 원도 반납한다고 한다. 말 산업 육성법이 2011년 제정된 후 함안군, 영천시, 제주도 등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승마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데 비해 부산시는 너무 둔감하다. 해운대수목원을 살리고 승마와 동물원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길 기대한다.
/ 김영춘 기자